오늘은 설날 전날로 연휴가 시작 되었는데 귀향의
부담도 없고 특별히 찾아야 할 곳도 없어 여유로왔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인천 대공원을 찾아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와 소래산을 끼고 우회전하여 수인산업도로를
막 들어서려는데 소산서원(蘇山書院)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실은 오래 전부터 이곳을 오가면서
이 팻말을 보아왔으나 그냥 지나쳐 버리곤 했었다.
소산서원은 조선시대의 문신(文臣)인 하연(河演: 1376~1453)
의 업적을 후세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그 후손들이 儒林들과
힘을 모아 1996년에 건립 하였다.
하연 선생의 字는 연량(淵亮)이고 號는 경제(敬濟)또는
신희옹(新稀翁)이며 일찌기 정 포은(鄭 圃隱)선생에게
사사를 받고 제자가 되었다.
그는 태조 5년(1396)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오른 후
세종조에 이르기 까지 도승지, 四道 관찰사, 대제학,
좌찬성, 좌, 우의정, 영의정에 까지 올랐으며 황희(黃喜),
허조(許稠)와 함께 명정승으로 칭송받고 있다.
안내판 입구에서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하우명(河友明)의
효자정각이 나타났는데 그는 하연의 아들로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며 벼슬길도 마다하고 효성스런 아들의
역할만을 다할 뿐이었다.
하우명 효자정각을 지나 100여 미터를 더 올라가자
소래산 자락 입구에 소산서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출입이 금지되어 문이 잠겨져 있었다.
서원 앞에는 소산서원기실비를 세워 하연 선생의 일대기및
건립 취지, 경과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소산서원을 뒤로하고 인천대공원을 향하여 수인산업도로를
접어들자마자 5분 쯤 뒤에 인천 대공원 후문에 도착하여
입장 하였는데 인파가 거의 없어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길 양쪽의 가로수는 자작나무와 왕 벚나무가 잘 식재되어
있는데 왕 벚나무는 한 아름이 넘는 것이 많아 벚꽃이 필
무렵이면 장관을 연출 할 것 같았다.
입구에서 궁도장과 어린이 동물원을 지나자 백범 광장이
보였는데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인 백범 선생은 두 번의
수감생활을 인천에서 하는 등 인천과 상당한 인연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백범광장이란 돌비 뒷면에는 김구 선생이 자주 읊었다는
한시(漢詩) 한 수가 새겨져 있었고 해설이 되어 있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걸어간 이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뒷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김구 선생상 옆에는 나란히 그의 어머니 곽낙원(郭樂園)
백범광장을 지나서 중앙에 위치한 호수는 올아올 때
보기로 하고 조각 전시장을 지나 눈 썰매장을 우측으로
보며 야외 음악당을 건넜다.
눈 썰매장에는 사람이 너무나 적어 쓸쓸한 느낌마져
들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장수동에 있는 은행나무를 보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대공원을 나와 장수동 은행나무가 있는
마을로 갔는데 이 나무는 여름에 그 푸르던 잎들을 모두
떨구고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800여 년으로 키가 약 30m, 둘레가 약 8.6m의 거구로
5개의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약 1000 년을 넘게 산다고 하는데 용문산의
은행나무는 1100 살이 넘었음이 공식 인정 되었고 1992 년에
실측 후 2002 년에 다시 재어본 결과 72Cm가 자랐음이 확인
됨으로써 천년이 넘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다시 대공원으로 들어오는 길에 관모산에 걸려 있는
석양을 보며 창조주의 완벽한 만물의 섭리하심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행하는 사람없이 혼자서 걷는길이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한적한 인천 대공원은 운치가 있었다.
호수가 끝나는 곳에 정문 쪽으로 서있는 시계탑은
통나무로 제작되어 있었는데 열대림에서 가져온 듯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이제 서서히 어두움의 그림자가 나에게 귀가를
종용하며 살그머니 다가오고 있었다.
혼자서 둘러본 인천 대공원의 한적함에 운치가
더해져 누군가와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006.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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