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및 여행/산따라 물따라

설경의 태백산

영원한우보 2006. 2. 5. 22:33

작년 12월 중순 아내와 강원도 여행길에 들렸던

태백산을 등산하기로 친구들과 계획하고 토요일

(2/4)태백산으로 향하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입춘의 날씨가 영하 10여 도를 오르내리며 등반을

방해했지만 우리는 계획한 태백산행을 강행했다.

여주를 지나자 국도로 접어들어 달리는 버스는

갈수록 강원도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듯 좌우로 흔들리기를 반복했다.

 

특히 뒷자리에 앉은 우리일행의 고통이 심하여 일행중

하나는 출발하여 차안에서 간식으로 먹은 음식물을

마구 토해내고 있었고 뒷좌석의 여기저기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아우성으로 정차 하는등 우여곡절 끝에

매봉산의 끝자락인 화방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를 매서운 칼바람이 겁을 주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등반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11시 20분 쯤 여장을 추스리고 등반을시작했다.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 않았지만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미끄러웠고 길을 만들며 올라가려니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그렇게 30여 분을 오르자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 되면서면서 인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보드라운  白雪天地를 걷는 내 마음은 이미 어렸을적

동심으로 돌아가  눈 위를 팔짝거리며 뛰고 있었다.

 

 

유일사 쉼터를 지나 천제단을 오르는 길은 더욱 설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일행도 잃어 버린채 카메라 셧터만

연거푸 눌러댔다.

 

 

 

본격적인 천제단 오르는 길에 접어들자 주목들이 설경의

아름다움을 더하가라도 하듯 도열하고 있는데 그

모습에 탄성의 감탄사외에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수 세기 동안 풍상을 인내하며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주목들이 나의 조급증을 나무라며 서 있었다.

 

 

 

 

 

 

설경에 취해 한참을 헤매다가 이 안의 내 모습도 한 장쯤은

남겨야 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려 옆 사람의 도움으로 주목

앞에서 포즈를 잡았다.

 

내 뒤에 서있는 이 주목은 키 9m, 밑 둘레 3.5m의 수령

600년 생이라고 안내되어 있었으며 긴 인고의 발자취를

지나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천제단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가자

이번에는 눈꽃들이 나의 魂을 뒤흔들어 놓는데는 

속수무책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世俗의 罪惡과 더불어 살고 있는 내가 이 아름다운 仙景속에

함께하고 있슴이 너무나 송구하고 미안한 마음이었으며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했다. 

 

 

 

천제단을 오르며 펼쳐지는 눈 부신 태백 준령의

雪景은 仙景인가?  恍惚景인가? 그렇다 天國이다.

 

 

 

 

천제단 부근에 이르러서야 일행과 상봉하는 기쁨을 

가질 수 있었으나 그것도 잠깐 뿐 황홀경으로 인해

여기서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 했다.

 

 

우리는 세 시간 가까이 선경을 헤매다가 천제단에

도착하여 어느 산악회에서 시산제 지낸 시루떡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점심은 하산하여 해결하기로 했다.

 

 

 

 

우리는 관광버스의 출발시간에 맞추기 위해 문수봉

등반을 포기하고 망경사와 반재를 거쳐 당골로 하산

하는 코스를 택했다.

 

내려오는 길 바로 밑에는 (해발 1500m)단종비각이 悽然히

산 아래 속세를 향하여 서 있었으며 망경사 가는길에

한국의 名水 100選 중 으뜸이라는 龍井이 있었다.

 

 

망경사를 거쳐 반재로 내려오는 길에는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즐기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는데

그 모습은 너나할 것 없이 어린아이였다.

 

우리가 반재에 이르자 오뎅을 파는 솥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시장기가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각자가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풀어 놓고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항상 그러하지만

그 맛이 일품이다.

 

식사후에 30여 분을 걸어 당골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매년 개천절에 祭를 올린다는 단군성전이 지붕에 두터운

눈을 짊어지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당골 광장에는 태백산 눈꽃축제때  설치해 놓은

눈조각들이 태백산 등반으로 조금은 지쳐있는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매표소 입구로 내려오자 지난해 12월에 만났던 인공얼음이

그동안 키운 덩치를 뽐내며 구면이라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크고(太) 깨끗하며 밝은(白) 뫼(山)는 오늘도 장군봉(1566.7m)을

주봉으로 제2봉인 문수봉(1517m) 등을 거느린 채 은백색 옷으로

치장하고 의연히 서서 물결치듯 겹을 이루며 부복한 태백준령을

호령하고 있었다.

 

태백산은 우리나라 三神山 중 하나로 산 정상에는 태고부터

하늘에 제사 지내던 天祭壇이 있는데 높이 3m, 둘레 27m,

너비 8m로 중요 민속자료 제 22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봄에는 산철쭉과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수목과

깨끗하고 시원스런 계곡물이 흐르고,가을에는 오색 단풍이,

겨울에는 흰눈으로 뒤덮인 주목군락의 설경을 자랑하며

1566.7m의 높이에도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아 누구에게나

자신을 허락하는 후덕함을 지닌 남성다운 산이다.

 

(2006.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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