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정맥/낙남정맥

지리능선을 조망하며 낙남정맥의 끝자락을 거닐다

영원한우보 2010. 9. 26. 18:57

 

낙남정맥 16구간 산행을 위해 길을 나선다.

고유 명절인 중추절 연휴가 사실상 시작되는 토요일이어서 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을 뿐 예정대로 11시를 조금 넘겨 산행 들머리인 돌고지재에 도착했다.

 

오늘은 빨치산의 격렬한 저항의 거친 숨소리가 맴도는 등로를 북북서로 진행하며 이름도 없는

봉우리를 넘어 지리산의 품속으로 다가서게 된다.

 

최고 기온이 31도에 이른다고 예보되었으나 돌고지재에 내리니 상쾌한 바람이 곁으로 성큼 다가서고

주변의 들판에서 일렁이는 연록의 볏나락들이 완연한 가을을 느끼게 한다. 

 

돌고 돌아 오른다는 돌고지재에는 名刹인 쌍계사,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최참판댁,

나라를 세운 태조, 각 성씨의 시조, 현인과 무장을 모셨다는 삼성궁이 근동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고

문명을 거부하며 전통 잇기에 힘쓰는 오지중의 오지인 청학동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도로턱을 올라 잡목과 혼재해 있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11:08).  

 

 

키를 넘는 잡풀이 우거진 산길을 10분 가량 진행하여 포장도로를 만나고 다시 헤어져 약 5분을 더 진행하면

길가 공터에 설치된 지적삼각점을 지나가게 된다. 

 

 

짙푸른 하늘이 눈속으로 빨려들고 초목의 진한 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든다. 

 

들머리로 들어서 약 40분을 걸어 선답자들의 리본이 무수한 무명봉에 올라선다(11:48). 

 

서서히 산길을 진행하며 고도를 높여 652봉을 지나고 전망바위에 올라선다(12:07).

 

전망바위에서 지나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금방 지나온 652봉을 조망한다. 

652봉 너머로 저번 구간에 지나왔던 안산과 천왕봉이 보인다.

 

곧 봉화를 올려 위난을 알렸다는 방화고지에 이르고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잠깐 휴식 후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선다(12:10).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 북쪽방향으로 진행하여 고도를 조금 낮추면 옛 양이터재(?)를 지나게 된다. 

 

임도가 이어지는 양이터재를 건넌다(12:54). 

양이터재는 양씨와 이씨가 피난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좌측은 하동호로 이어진다.

 

활엽숫길을 조금 진행하면 산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죽길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등로 주변을 잘 정리해 놓아서 별 어려움이 없다. 

 

깊고 넓은 지리산 품속으로 들어섰음인지 길 양옆으로 멧돼지가 들쑤신 흔적이 광범위하게 널려있는데

그 놈들 떼거지를 만나면 어쩔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돌을 쌓고 호를 팠던 흔적들을 보며 지리산을 거점으로 활동했던 빨치산과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이던 

모습을 상상하며 완강히 저항하던 빨치산을 토벌하던 현장을 반 세기가 지난 지금 걷고 있는데

지도상에도 칠중대고지라는 지명이 표기되어 있다.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칠중대고지를 지나쳐 봉우리에 올라서니(13:58)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산불감시초소봉에서 진행하던 방향 뒷쪽으로 하동호를 멀리 바라본다. 

 

고도를 낮춰 그 옛날 빨치산이 넘나들었을 길마재로 내려선다(14:03). 

 

급경사 등로를 올라 768봉 갈림길에 이른다(14:34).

768봉이 우측으로 우뚝하니 보이고 마루금은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한다.  

 

휴식 후 좌측으로 발길을 들여 진행하면 산죽길이 이어지고 암봉을 넘는다.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790.4봉에 이른다(14:53). 

 

 

790.4봉에 이르면 진행방향으로 답답하던 시야가 터지며 지리산 連峰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우측으로는 천왕봉이 중봉 등 주변 봉우리를 거느리고 위엄있게 솟아 있다.  

 

삼신봉이 뫼산(山) 字 형상으로 우리를 어서 오라고 부르고 있다.

다음 구간에 삼신봉을 지나 영신봉에 이르면 봄에 김해 신어산에서 逆으로 시작한 낙남정맥 종주를

마치며 정맥의 또 한 획을 긋게 된다.

 

10餘 분을 진행하여 전망좋은 798봉에 이르러 꿈틀대는 지리산 능선을 조망한 후 산죽과 잡목이

우거진 마루금을 이어간다.

 

 

 

 

 

한 시간 이상 산죽길을 지나며 902.1봉을 우회하여 내려서며 우측으로 고운호를 조망한다. 

 

고운호는 신천양수발전소의 상부댐으로 낮 시간에 하부댐으로 물을 흘려보내며 전력을 생산하고

전력소비가 적은 한밤에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올리는 것이다. 

 

고운동재로 내려서는 마지막 까지 산죽은 이어지고 있다. 

 

물봉선 군락을 보며 내려서면 최치원의 자취가 서려 있는 고운동재에 이른다(16:21). 

 

최치원은 어려서 부터 총명하고 지혜가 절윤(絶潤)하여 불교, 도교, 유교에 통달한 당나라 유학파로

신분의 사회적 제약으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생의 후반기를 풍류객으로 살았다. 

 

세상을 떠돌던 그가 그의 호 처럼 지리산 자락에도 외로운 구름(孤雲)이 되어 머물렀던 모양으로

이곳을 고운동재라고 부르고 있는데 904년을 끝으로 현세에서 보이지 않자 세간에서는 그가

신선이 되어 등천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 구간인 다음에는 철망문 좌측 들머리로 진행하여 낙남정맥을 마감하게 된다. 

 

지리 小谷의 물가에는 물봉선과 참취꽃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안간 힘을 다하고 있었다. 

 

 

등골 오싹한 冷川水로 땀을 씻어내고 하산주를 곁들인 식사를 마친 후 여유롭게 귀경했다.

 

산행일시: 2010. 9. 18(토요일, 낙남 16구간).

산행지역: 돌고지재~ 방화고지~ 양이터재~ 칠중대고지~ 길마재~ 790봉~ 902봉~ 고운동재

산행날씨: 맑고 조망좋음. 기온 높으나(31도) 습도 낮아 그늘은 선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