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3월부터 김해 신어산을 출발하여 시작한 낙남정맥을 마감하는 산행에 나선다.
하지만 1,2구간은 히말라야 E.B.C.트레킹을 다녀 오느라고 缺行하였고 5구간과 8구간은 또 다른
개인사정이 있어 산행에 참가하지 못하여 미답 구간으로 남기며 일행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2005년 가을 시작하여 2년에 걸쳐 백두대간을 종주한 후 낙동정맥, 금북정맥, 금남정맥, 한남금북정맥,
한남정맥, 한북정맥을 종주했고 이번에 낙남정맥을 마침으로써 남한에 소재하는 1대간 9정맥 중
호남정맥과 금남호남정맥을 남겨두게 되었는데 곧 출정하는 M산악회를 따라 종주코져 하며
개인사정으로 생긴 결행구간은 시간을 내서 틈틈이 이어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1대간 7정맥을 종주하면서 황철봉 바위 너덜구간, 대야산 직벽로프 구간, 개발로 인해
마루금이 끊겨나간 현장을 헤매는 등 많은 고난의 길을 걸어 지금까지 왔지만 이번에 만난
지독한 산죽길은 그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고행구간 이었다.
前 주에 이어 오늘도 무박산행에 나서는데 날머리 까지 약 20Km에 달하는 遠거리도 그렇지만
또 한줄기의 정맥을 마치며 해단식이 예정돼 있고 그동안 고락을 함께했던 岳友들과
회포를 풀 시간을 갖기 위해 밤새워 산행 들머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버스를 달려 새벽 3시를 조금 넘겨 저번 구간 날머리인 고운동재에 도착하니 주변은 암흑으로
뒤덮여 있고 하늘에서는 날아갈 듯 날렵한 하현달이 찡긋거리며 밤손님을 맞이한다.
외삼신봉에 올라가 일출을 보자고 버스에서 半 시간 쯤 지체하다 열려 있는 철조망문으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행을 개시한다(03:44).
저번 구간에는 산죽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진행하기에 별 어려움이 없었으나 오늘은 초입부터
키를 넘기는 야생 그대로의 산죽길이 이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지독한 등로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통의 시간이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된다.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걸어 산죽정글을 빠져나왔는가 싶으면 또 키높이 산죽이 얼굴을 할퀴고
팔소매를 잡아 당기는 힘겨운 고행이 두 시간 가까이 외삼신봉 까지 계속되고 이후에도
석문을 지날 때 까지 자주 산죽이 출현하여 정맥꾼들의 인내력을 테스트 한다.
고운동재를 출발하여 한 시간 가량 산죽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묵계재에 도착한다(04:43).
묵계재는 해발 800 미터가 넘는 고개로 지하에는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와 산청군 시천면 대내리를 잇는
1047번 지방도로인 삼신봉터널이 통과하는데 고개 위에는 헬기장이 있으나 잡풀들로 뒤덮여 있다.
산죽정글을 통과하여 굽혔던 허리를 펴고 허공을 바라보며 까만 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들을 헤아린 후
우거진 수풀을 헤집고 숲속으로 들어서면 산죽이 무성한 등로는 경사가 급해지며 더욱 산객들을
고행의 길로 몰아 넣는다.
산죽길을 30분 가량 진행하면 산죽밀도는 서서히 성겨지고 발아래 불빛이 속세가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는데 목을 축이며 잠깐 휴식 후 암봉을 넘는다.
능선을 오르내리며 한 시간 가량을 진행하면 바위구간에 로프가 매여져 있으나 개인이 필요에 의해
설치한 듯 가늘고 약해 위험하여 조심해서 통과해야 한다.
암벽구간을 로프타고 오르면 곧 외삼신봉에 이르게 된다(06:23).
일출을 보려던 희망은 안개속으로 묻어야 했으며 한치앞의 조망도 허용하지 않는다.
배낭을 내려놓고 쉬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외삼신봉을 내려선다.
외삼신봉을 출발하여 약 15분 쯤 걸어 청학동 갈림길에 이른다(06:51).
←청학동 2.0Km, ↑삼신봉 0.5Km, 세석대피소 8.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비지정탐방로는 끝나고 등로를 정비해 놓아 산죽길도 진행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삼신봉 이정표에 이른다(07:05).
↓청학동 2.5Km, ↑쌍계사 8.9Km, →세석대피소 7.5Km라고 쓰여 있다.
우측으로 암릉을 올라 정상석이 설치되어 있는 삼신봉에 이른다.
백두대간 능선 상 세석에서 천왕봉으로 진행하다가 또 다른 삼신봉을 만날 수 있다.
정상석 옆에 지리주능선 조망도가 설치되어 있으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로 지리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하는 호사는 누리지 못하고 안내판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아쉬움을 달래며 삼신봉을 내려서는 등로를 가을 꽃 구절초가 수놓고 있었고, 좌측으로는 잿빛 바다를
유영하는 듯 한 거북바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바위를 내려서면 고인이 된 산객의 추모비가
지나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운무가 자욱한 지리 남부능선을 한 시간 쯤 진행하여 한벗샘 갈림길에 이른다(08:09).
태양전지를 이용한 긴급 이동통신 안테나가 세워져 있으며 ↓청학동 5.2Km, ↑세석대피소 4.8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지나가는 산객들을 안내한다.
또 십 분 쯤 진행하면 헬기장이 있는 1237봉에 이르는데 이곳에도 긴급 이동통신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산죽길을 지나면 곧 안부에 이르고 30분을 진행하여 석문을 통과하게 된다(09:08).
암벽 사이로 바위가 걸쳐져 석문을 이루고 있는데 그곳으로 안개가 유유히 드나들고 있었다.
석문을 통과하여 참나무 고목이 서 있는 우횟길을 올라서면 대성골 갈림길(의신 갈림길)에 이르게 되는데(09:24) ↓삼신봉 5.3Km, ↑세석대피소 2.2Km, ← 의신 6.9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자줏빛 용담이 곧 터질 듯 건장한 몸매을 자랑하고 있다.
멋진 일생을 謳歌하렴. 곧 겨울이란다.
참나무 숲길을 지나고 목책 두른 돌길을 지나면 음양수에 이르게 된다.
바위틈에서 흐르는 음양수에 이른다(09:41).
불임의 여인네가 산신께 기도하고 이 물을 먹으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천왕봉 아래 천왕샘에도 음양수와 같은 석간수가 흐르고 있다.
음양수가 흐르는 암반에 올라서니 연진(蓮眞)이 산신께 올리던 기도단(?)이 쌓여 있고 우리는 우측으로
세석대피소를 향하는데 정맥 마루금은 음양수 직전에서 직진하여 영신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이 구간은 출입금지 지역으로 묶여 있어 우회하는 것이다.
거림 갈림길에 이른다(09:55).
↑세석대피소 0.5Km, ↓의신마을 8.8Km, 청학동 9.5Km, ↘거림 5.6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철쭉터널의 돌길을 잠시 지나면 세석대피소에 이르게 된다.
세석대피소에 올라선다(10:05).
주변에는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일행들은 버너에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낙남정맥이 시작되는 영신봉을 다녀오기 위해 삼겹살을 뒤로하고 대피소를 돌아간다.
세석대피소를 좌측으로 돌아가자 영신봉이 눈앞으로 나타났다.
벽소령 방향으로 진행하는 길가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영신봉 이정표가 서 있는 지점에 이른다(10:15).
靈神峰은 해발 1,651m라고 표기되어 있고 →연하천대피소 9.3Km, 벽소령대피소 5.7Km, ←세석대피소
0.6Km를 나타내고 있는데 烟霞仙境, 細石철쭉,碧宵明月은 지리10경에 해당하는 명소로 지리산을
찾아온 산객들이 숙식을 해결하며 휴식하는 곳이다.
그동안 지리주능선을 산행하며 지나치기만 했던 영신봉을 오늘에서야 올랐다.
분기봉을 오르지 않고 어찌 그 산줄기를 논할 수 있으랴!
영신봉 서쪽방향으로 칠선봉만이 선명할 뿐 지리 주능선은 운무에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영신봉 정상의 바위에 올라 낙남정맥 종주를 기념한다.
정상에서 일행들과 그간의 정맥길 추억담을 잠시 나눈 후 하산을 시작한다.
세석대피소로 향한다.
세석대피소 너머로 촛대봉은 운무에 휩쌓여 있고 세석평전은 가을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두어 번 숙박했던 적이 있는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10:39).
일행들의 삼겹살 파티는 계속되고 있었다.
곰취에 싸먹는 삼겹살은 일미였다.
하산을 시작하여 약 500미터를 내려서면 갈림길에 이르게 되는데(10:58) 거림은 좌측 방향으로 진행한다.
갈림길에서 십餘 분 진행하여 세석교를 건너간다(11:11).
외삼신봉, 내삼신봉,삼신봉 너머로 삼천포까지 보인다는 조망 포인트에 이르지만 운무가 짙게 드리워져
근거리 풍경도 조망이 불가능 하다.
거림골을 하염없이 걷는다.
거림골 계곡에도 가을이 찾아들고 있었다.
거림골 내림은 이어진다.
소나무가 서 있는 바위에 올라서서 거림공원지킴터로 내려선다(12:41).
마을로 내려서는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몸을 살랑거리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칠 개월 동안 오백릿길을 함께 걸으면서 동고동락했던 岳友들과 그간의 추억을 곱씹으며 자축하고
단체사진을 찍어 기념을 남긴 후 귀경함으로 낙남정맥 종주를 마감한다.
산행일시: 2010. 10. 1(금요무박)~10.2(낙남정맥 마지막 회)
산행구역: 고운동재~ 묵계재~ 외삼신봉~ 삼신봉~ 세석대피소~ 영신봉왕복~ 거림
산행날씨: 대체로 흐리고 운무 많음. 오후에 맑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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