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및 여행/등산선교회 산행

떠나는 겨울을 찾아 나선 선자령

영원한우보 2008. 2. 20. 23:13

 

 

지난 달 계방산의 심설산행에 이어 이번 달에도 가는 겨울을 잡으려 선자령으로 향한다.

기상청의 홈에 들어가 보니 산행당일 대관령의 기온이 영하 20도에서 영하 4도까지로

겨울의 마지막 매서움을 보여 주려는 듯 굉장한 맹추위를 예고하고 있다.

 

겨울산행을 자주하는 나야 아무러면 어떻겠냐만 우리회원님들은 한 달에 한 번 씩도

제대로 산행을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괜히 설산 보여드리려다가 낭패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추위에 대비하여 단단히 산행을 준비해 오시라고 당부하고 예정대로 선자령으로 향하는데

늘 그렇듯이 풍성한 사랑의 손길들을 통하여 먹을거리가 다양하고 분위기는 和氣가 넘쳐

대관령의 맹추위도 금방 녹여 버릴 듯 훈훈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심설산행은 일반산행에 비해 체력의 소모가 많을 뿐 아니라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상존하여 산행거리를 짧게 잡아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여야 하므로  선자령 코스 중 짧고

원만한 코스인 대관령~ 선자령~ 초막교 코스로 산행을 시작한다(09:54).

 

대관령에 하차하여 선자령 산행을 기념하고 완주할 회원과 B코스 회원을 분리하여 산행을

시작하는데 한켠으로 쌓여 있는 눈의 양이 엄청나다.

 

도로는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으나 나뭇가지에 매달린 표지기를 보면 이곳이 겨울산행지로

얼마나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짐작이 가고 남음이 있다. 

 

두터운 은백과 하늘의 푸르름에 눈이 시리고 마음은 하늘을 날아간다.

 

통신중계소를 지난다(10:29). 

 

이정표에는 국사성황당에서 올라오는 표시가 되어 있으나 이곳으로는 산행한 흔적이

거의 없어 登路는 나있지 않았다.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판 앞에 선다.

개인적으로는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작년 6월 이곳을 무박산행하던 감회가 새롭다.

 

선자령 이정목을 보며 왼쪽으로 들어서며 본 풍차.

설경에서 보는 풍차의 풍경은 또 다른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바람이 거의 없는 오늘 

풍차는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새봉을 바라본다(10:46). 

 

선자령 가는 길은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우리팀은 우측길을 택했다.

거의 고도를 높이는 느낌을 받지 않을 정도로 登路는 완만하다.

 

새봉에 선다(10:54).

사방으로 조망이 좋아 강릉시내가 가까이 보인다.

 

 

선자령 오르는 길.

잡목이 우거진 곳에는 쌓여 있는 눈이 두껍다. 

 

숲길을 지나자 시야가 시원하다. 

 

 

선자령 정상에 선다(11:30). 

 

선자령에 선 기념을 남긴다. 

선자령(仙子嶺.1157.1m)은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와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를 잇는 고개로

예전에는 대관산(大關山) 혹은 보현산(普賢山)이라 불렸고, 보현사에서 보면 마치

떠오르는 달과 같다고 하여 만월산(滿月山)이라고 불렸다.

 

백두대간길의 중추에 있는 선자령의 정상석은 세로로 세워 설치했는데 높이가 거의

5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대리석으로 뒷면에는 1대간 13정맥 체계도와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2005. 9. 9) 1주년을 즈음해 우리 국토의 핵심 생태축인 백두대간을 영원히 보존하고

국운강성의 민족통일을 염원하여 표지석을 세운다는 취지문이 음각되어 있다.

 

선자령 정상에서 바라 본 북쪽의 황병산 방향.

중앙부에 황병산과 소황병산이 아스라히 보인다. 

 

서쪽 방향의 계방산 방향. 

 

백두대간은 선자령에서 곤신봉, 매봉, 소황병산을 지나 진고개, 동대산, 두로봉으로 서북진하며

오대산 구간을 지나게 된다.

 

선자령 정상의 동장군은 어디로 숨었을까?

영하 20도를 넘는다던 강추위는 간곳이 없고 전국 겨울산 중 제일 이라는 朔風마져 숨죽여

고요하니 봄날같은 선자령의 겨울날씨다.

 

선자령 본래의 겨울날씨를 만났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삼십 여 분 동안 선자령에 머물며

설산산행의 추억을 만든 후 초막골로 하산을 시작한다(12:04).

 

떠나는 겨울을 찾아 나섰던 선자령을 내려서며 설경을 가슴에 담는다.

이리도 시린 백설의 파노라마는 오래지 않아 생명수로 생물체에 전달되어 생명을 잉태하고

사라져 갈 것이다.  

 

 

군데군데 엄청난 눈구덩이는 넘기조차 힘겨웁다. 

 

초막골의 급경사는 장난이 아니다.

날씨마져 따스해 눈이 녹으며 미끄럼까지 더해져 내려서기가 무척 힘들다.

 

그래도 나뭇가지 사이로 내미는 雪峰을 외면할 수 없다. 

설봉 너머에는 풍차가 아쉬운 듯 만만디로 손을 흔들며 이별을 아쉬워 한다.

 

정말 급경사 내려서기 힘드시죠?

급경사 내림길은 한 시간 이상 계속된다.

 

초막골의 겨울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초막골을 내려서면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굉장한 높이의 교각이 나타난다(13:26). 

 

초막교로 내려선다(13:30). 

 

한 시간 가까이 일찍 하산을 끝낸 우리는 남은 음식을 펼쳐놓고 路上晩餐을 즐겼다.

 

예정보다 일찍 하산을 끝낸 덕분에 겨울바다를 찾아보는 호사도 누렸다. 

 

 

찻길 건너에는 경포호의 잔잔한 물결이 햇살에 비늘을 세워 고요를 노래하고 있다. 

 

회원들의 따뜻한 사랑과 섬김의 봉사가 영하 20도가 넘는다던 맹추위 마져 녹여 버린

선자령 눈산행은 우리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들인지 또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존재들인지 실감케 하는 하루였으며 창조주의 만물을 운행하시는 능력과 섭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아 느끼는 산행으로 오래도록 기억되리라 믿는다.

 

산행일: 2008. 2. 18. 월요일(32차 산행)

산행지: 대관령~ 새봉~ 선자령~ 초막골~ 초막교 (겨울바다 경포대는 덤)

날   씨: 맑고 따뜻함. 바람 잔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