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추진하게 된 울릉도 성인봉과 독도 관광이 일기불순으로 취소됐다.
어렵사리 성원을 채우고 낚시 도구까지 손질하며 들뜬 기분으로 기다려 왔지만 울릉도 뱃길을
가로막는 파도를 원망 할 뿐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실망하는 성도들을 위로하며 내변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하고 아쉬운 여정을 시작한다.
그간의 방법과 마찬가지로 A코스와 B코스를 구분하여 산행하기로 계획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이번에는 다함께 산행을 하자는 의견이 있어 사자동 내변산 매표소를 들머리로
자연보호비~ 재백이 고개~ 관음봉~ 세봉~ 내소사로 하산하는 세 시간 남짓의
코스로 결정했다.
울릉도 관광을 신청했던 성도들 몇 분이 등산 선교회에 처녀 동참을 해주어 반가웠고
버스안의 분위기를 새롭게 하지만 등산의 제반 사항을 책임져야 하는 나의 마음에는 또다른
부담이 더해져 온다.
그러나 주차장 초입부터 펼쳐진 그윽한 추색(秋色)의 등산로 풍경이 우리의 마음을 금방
사로잡고 만다.
매표소 앞에 선 우리교회 등산 회원들.
셋째 주 월요일 매달 한 번 산행을 하는데 오늘은 29차 산행이다.
남쪽의 내변산은 아직도 가을의 정취가 남아 있었고 우리는 마지막 가는 가을을 만끽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길가의 억새는 가을의 멋을 더욱 고조 시킨다.
실상사지를 지난다.
뒷편으로는 병풍처럼 둘러쌓인 암봉이 암릉미를 자랑한다.
실상사(實相寺)는 신라 신문왕 9년(689)에 초의스님이 창건한 절로 효령대군이 고쳐 지었으나
6. 25때 모두 불타고 절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나무다리를 건너 계곡을 가로 지른다.
변산반도의 천연기념물이라는 후박나무와 꽝꽝나무 설명 안내판.
자연보호 헌장탑 0.3Km, 직소폭포 1.2Km의 안내판을 만난다.
자연보호 헌장비가 세워져 있다.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 줄 유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연을 원상대로
보호하고 지켜 나가는 것이야 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직소폭포를 떨어져 모여든 물이 봉래곡으로 흘러들며 만추의 내변산과 조화를 이룬다.
후미를 살펴가며 여유로이 오르는 산행길.
팻말을 따라 선녀탕으로 내려선다.
정오가 넘은 이 시간(12:03)까지 목욕을 하고 있는 게으른 선녀가 있을리 만무하다.
우리는 언제나 부지런하게 살아가야 한다.
직포폭포 전망대에서 바라 본 분옥담.
전망대에서 본 직소폭포.
가까이 접근해서 본 직소폭포.
자연보호비에서 재백이 고개를 오르는 길에 자리잡고 있는 직소폭포는 변산8경 중의 하나로
낙차가 30m에 이르는 암벽단애에서 흰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줄기는 한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 만큼 시원스럽다는데 오늘은 수량이 적어 암벽을 타고 졸졸 흘러 내리고 있었다.
폭포 하단부의 못은 직경 50m에 이르며 이곳을 흐르는 물은 분옥담, 선녀탕을 지나 蓬萊九曲으로
흘러 내린다.
직소폭포 전망대.
이곳을 내려가 계곡을 따라 조금 오르면 직소폭포 앞에 설 수 있다.
직소폭포를 지나 만추의 등산로를 걷는다.
재백이 고개에 닿는다.
재백이 고개에서 내려다 본 곰소만의 풍경.
만추의 내변산 능선이 유려하게 흐른다.
335봉에 선 회원들.
하늘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335봉에서 다시 본 곰소만과,
375봉과 관음봉.
조망이 시원한 335봉에서 반석위의 풍성한 오찬을 즐긴 우리는 가을을 배경으로 기념을 남긴다.
철계단을 내려서서 관음봉을 향한 오름을 시작한다.
관음봉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내소사로 바로 내려설 수 있으나 모두들 관음봉 정상을 오르자는 분위기로 돌아서는데
나로서는 마음의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375봉을 오르는 회원들.
거의 세미 클라이머 수준의 집중력을 요하는 암릉길.
내려서는 길은 더욱 힘들고 위험했다.
곳곳의 계곡에서 모여든 옥수는 서해를 향해 화려한 외출을 할 준비를 마치고 있는데 내변산을
더욱 멋진 풍경으로 연출시키고 있다.
관음봉 정상을 지난다.
잡목이 우거져 시야는 별로 없다.
세봉을 향해 내려서며 보는 곰소만과 내소사.
관음봉을 내려서며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등산을 자주 하지 못하는 회원들 일부의 다리가 풀리고 급기야 근육이 뭉쳐 주저 앉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근육 이완제를 뿌리고 주무르기를 십여 분 이상 한 후 천천히 내려서나 눈을 뗄 수가 없다.
세봉에 다다른다.
쉬고 또 쉰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세봉 삼거리를 지난다.
내소사까지는 능선을 타고 2Km를 더 가야 한다.
서해의 낙조가 서서히 시작된다.
관음봉의 위용.
내변산에는 의상봉을 주봉으로 400미터 대의 봉우리가 몇 개 있는데 그 중의 한 봉이다.
내려 선 암능을 뒤돌아 본다.
암벽사이의 단풍이 만추를 노래한다.
내소사 0.7Km.
이제까지 무사히 잘 내려 오시던 어르신의 다리가 완전히 풀렸다.
주저 앉으신다.
양 어깨를 부축하고 내려설 수 밖에..............
서해의 낙조.
월명암 부근의 낙조대에서 보는 낙조는 더욱 환상이겠지..............
산길을 내려서서 내소사 일주문에 선다.
휴~~~~~ 무사히 산행을 마쳐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하다.
내소사 경내까지 이어지는 오륙 백 미터에 이르는 전나무길과 단풍이 멋지다던데.............
주차장으로 내려서며 본 감나무의 반시가 허공에 분홍점을 찍으며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울릉도 관광을 포기하고 아쉬움을 달래며 찾아간 내변산.
모두들 산행코스가 좋았다고 만족한 웃음꽃을 피우며 나누어 먹은 전어구이.
그들의 모습에서 오늘도 행복을 본다.
산행일자: 2007. 11. 19. 월요일(29차 산행)
산행여정: 내변산 주차장~ 실상사터~ 자연보호비~ 직소폭포~ 재백이 고개~ 관음봉~ 세봉
~내소사
산행날씨: 조금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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