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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의 백미(白眉)를 보다

영원한우보 2005. 11. 27. 18:35

 

추(秋) 갑사(甲寺)라고 하여 몇 주 전에 등반을 계획했으나 차질로 인해 어제(11/26) 다섯명이

계룡산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두 시간 여를 달려 갑사에 도착한 우리 일행을 맞는 한가로운 주변 풍경들이 우선

우리의 마음을 여유롭게 했다.

 

주차장 주변에 적당하게 앉아서 군밤과 은행알을 파는 아주머니의 모습과 그분들의 여유있는

충청도 말투와 억양이 우리를 더욱 편안하게 해주었다.

주차장을 나오자 마자 계룡산의 이미지와 걸맞는 괴목단(槐木壇)이 나의 시선을 당겼다. 

 

`계룡산 갑사'라고 쓴 현판 바로앞에 매표소가 나타났다. 국립공원은 어디나  절이 있으면

입장료는 배가된다. 국립공원 입장료에 문화재 관리비란 명목이 더해진다.

우리 의사와는 무관하게 관람 여부를 무시하고 문화재 관리비를 징수하는 것은 불합리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찌하랴! 여기서 우리는 무사한 등반을 다짐하며 공익요원에게 도움을 청하여

사진촬영을 하였다. 

 

갑사 입구는 길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커다란 고목들로 운치를 더했으며 아직 고운 자태를 뽐내며

우리를 반기고 있는 단풍과 시원스럽게 부는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우리는 금잔디 광장과 연천봉으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연천봉으로 방향을 잡아 등산을 시작했다.

오르는 계곡이 제법 깊었으나 철 늦게 찾은 바람에 계룡 8경 중에 하나라는 갑사계곡의

단풍을 보지못함이 아쉬웠다. 

 

한 시간을 오르는 계곡길은  연천봉 초입까지 상당히 가파라서 상당한 인내를 요구 하였다.

먼저 도착한 나는 일행을 기다리면서 땀을 식혔다. 조금 후 합류한 우리는 천황봉을 좌측으로

보면서 연천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십 여분 후 연천봉 정상에 올라 계룡산 전경을 관망한 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는데 주위의 소나무 군락들이 정원을 이루고 있으며 신원사 쪽 공주 변두리 농가들의

한가로운 정경이 멀리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여기서 점심 식사로 원기를 보충하고 관음봉으로 향하였다.

삼십 여분 후 도착한 관음봉은 계룡산의 제 3 봉으로 상봉인 천황봉을 오를 수 없슴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계룡산의 주봉 이었다.

관음봉의 한운(閑雲)은 계룡 8경 중 하나라고 하는데 관음봉에서 보는 계룡산 전체가 절경이었다. 

 

 

 

특히나 삼불봉 쪽으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기암들과 청청한 소나무들의 품위를 지키고 서있는

기세는 실로 나를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관음봉에서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자연 성릉길은 계룡산 경관의 백미이며 이곳의 형상인

`닭의 벼슬을 머리에 쓰고있는 용의 모습'에서 계룡산 이라고 산 이름이 명명 되었다고 한다.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인파들의 연이은 모습이 자연경관과 어울어져 더욱 경치를 빛내고 있었다. 

 

관음봉에서 삼불봉까지 이어진 그림같은 이 능선은 우리에게 감탄을 연발하게 하였으며 힘든 줄도

모르게 삼불봉 까지 안착 시켰다. 

 

 

지난 여름 동학사 쪽 코스를 등반한 나는 이번에 갑사 코스는 철도 지나고 하여 별로 내키지

않았었는데 이 자연 성릉능선이 그런 나를 꾸짖으며 압도하고 있었다.

간간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며 서있는 고목들이 세월의 풍상을 대변하며 절경의 멋을 더 해주고 있다. 

 

 

능선 밑으로는 수북히 쌓인 낙엽을 두툼한 이불로 준비하고 겨울맞이를 끝낸 활엽수의 군무가

우리에게 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다.  

 

환상의 자연 성릉길을 뒤로하고 동학사와 갑사의 갈림길에서 금잔디 광장길로 내려섰다.

십 여분 후 나타난 금잔디 광장은 아름다운 이름이 무색하였다.

이곳을 지나는 이 들에게 이름에 걸맞는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삼십 여분 뒤에 도착한 용문 폭포에서 잠시 휴식한 후 갑사 주차장에 되 돌아온 시간은 등산을

시작하고 다섯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4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계룡 8경 중 오늘은 4경을 지나 왔는데 계룡 8경이란,

 

1. 천황봉 일출(日出) 2. 삼불봉 설화(雪畵) 3. 연천봉 낙조(落照) 4. 관운봉 한운(閑雲)

5. 동학사 신록(新綠) 6. 갑사계곡 단풍(丹楓) 7. 은선폭포 운무(雲霧)  8. 남매탑 명월(明月)을

일컫는데 제대로 그 8경들의 절경은 구경하지 못했으나 자연 성릉길의 능선이

계룡산의 백미(白眉)로 다가와 아직도 나의 망막을 점령하고 있다.

 

                                            (2005. 11. 26.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