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계곡의 물소리에 잠이 깼다.
오늘은 6.7.8원칙을 지킬 아무런 이유가 없어 7시까지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으로 어젯밤에는 잠을 푹 잤다.
2L의 물로 행복을 만끽한다.
우리는 트레킹을 하는 동안 저녁식사를 하고나면 1L의 수통에 끓인 물을 담아 침낭속에 넣고
애인보다도 더 소중하게 끌어안고 잤는데 오늘은 룸메이트인 차교수님과 내가 밤새도록
끼고잤던 미지근한 물 2리터로 12일만에 역사적인 洗面과 洗髮을 했다.
찔끔찔끔 물을 따르며 비누칠한 머리를 헹구고 물기를 닦아내니 어찌나 날아갈 듯 하던지
근질거려 며칠 동안 손도 못대고 끙끙 앓기만 하던 머리가 시원해지니 천하를 움켜 쥔
勝將 처럼 더 바랄 것 없는 행복감이 온몸으로 흐른다.
오늘 트레킹은 반나절 코스이고 루크라에 도착하면 쫑(終)파티가 예정돼 있다.
모두들 날아갈 듯 발걸음이 가볍다.
퍼리설산을 뒤로하고 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느린 걸음을 옮겨간다.
염소, 강아지, 망아지, 닭들이 동물농장을 이루고 있다.
염려와 걱정으로 안달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표정에는 평온이 흐른다.
마을을 지나며 그들의 생활상을 엿본다.
그들의 표정에서 여유와 행복이 묻어난다.
"Enjoy your last night in Himalaya."
이제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칠 시간이 멀지 않은 모양이다.
길가 한쪽에서는 싱그럽게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내가 명명한 飛馬롯지(Wind horse lodge)에 도착한다(10:51).
산행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식사를 했던 이곳에서 트레킹을 마치며 마지막 점심을 먹는다.
쿠숨캉가루가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를 호위하고 서 있고 앞으로는 계곡물이 노래하며 흐르고 있다.
여유있게 중식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한다(13:12).
죱교들은 다리를 건너 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계단을 만들 돌을 쪼개는 힘든 함마질이 계속되고 있다.
함마가 정을 내려칠 때 마다 돌가루가 연기 처럼 피어 오른다.
고향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복사꽃 핀 마을을 지난다.
수양버들도 연두색 잎사귀를 피우기 시작했다.
농부들은 밭을 갈고 거름을 뿌리고 있었다.
여유로운 트레킹은 이어진다.
앵초가 꽃무리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 죱교들이 여유롭게 먹이를 뜯고 있다.
예전에 쟁기질 하는 소에게 새끼를 엮어 부리망을 씌운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대나무를 쪼개서 만든
망을 쓰고 쫄랑거리며 길을 가는 염소들을 보니 앙증맞고 우습다.
주둥이를 날름거리며 해찰하는 놈들을 데리고 가려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지나는 언덕에 구슬붕이가 예쁘게 피어났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티없이 맑고 순진스럽기만 하다.
대패질을 해서 다듬은 나무로 금고(Cash Box)를 만들고 있는 목공소를 지난다.
쳅룽 게스트 하우스에 들러 차를 마시고 다리쉼을 하며 휴식한다.
한국의 에베레스트 실버 원정대가 이곳에서 쉬어 갔나?
계단길을 오른다.
파아란 보리밭이 듬성듬성 보이는 저 너머로 에베레스트 계곡이 이어진다.
루크라로 향하는 돌이 깔린 오름길이다.
꼭 열 이틀만에 파상 라무의 상이 세워져 있는 에베레스트 트레킹 관문을 통과한다.
트레킹 코스를 벗어나며 퍼리설산을 당겨 가슴에 담는다.
루크라 마을로 들어선다.
머리를 깎고 있는 이발소 풍경이다.
지나는 길가에는 트레커를 겨냥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루크라 공항 담을 끼고 오른다.
숙소를 향하며 루크라 공항의 활주로를 조망한다.
비행기는 2백 미터 가량의 활주로를 미끄러져 계곡을 향해 활공을 시작하게 된다.
공항 저편에 우리가 머물 녹색건물(Numbur Hotel)이 보인다.
넘버 호텔에 들어섬으로 12일 간의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무사히 마친다.
스틱을 높이 들어 자축의 세레머니를 펼친다.
긴 여정을 함께했던 셀파들과 트레킹 완주를 기념한다.
여장을 풀고 자축 파티를 기다린다.
루크라 주변에 어슴푸레 어둠이 스며들고 있었다.
염소 수육과 탕이 준비되고 럼주와 맥주가 곁들인 파티가 시작되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성공을 축하하는 케익도 만들었다.
`E.B.C Trek Successful 2010' 라는 문구가 다시 한 번 가슴을 벅차게 한다.
12일 간의 동지애를 마음껏 발산하는 축제는 이어지고 있었다.
제13일차 여정: 팍딩(2,610)~ 쳅룽(2,660)~ 루크라(2,840)입성하여 트레킹 종료
트 레 킹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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