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는 비를 맞고 산행한 기억이 별로 없다.
우중 산행은 몇 년 전 여름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을 이어갈때 종일토록 세찬 비바람과
싸움하며 진행했던 기억이 새롭고 그 해에 폭우로 입산금지까지 되기도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니 하늘은 잔뜩 흐려 있어 곧 비가 내릴것만 같은 분위기다.
집결지에 모여 고속도로를 들어서니 구름만 낮게 깔려 있을 뿐 비는 내리지 않아
비가 오후까지만이라도 참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러나 괴산 휴게소에서 잠깐 휴식하고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창밖으로 춤추 듯 가랑비가
너울거리기 시작하더니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차창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거세어져
이제 별 수 없이 기대를 버리고 우중산행을 즐기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한다.
(예정에 없이 들어섰던 평사 휴게소.- 바닥은 이미 빗물로 번질 거린다.)
저번 구간에 동북 방향의 소호고개로 逆進하던 들머리 운문령에 도착하니(11:36) 제법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운무가 고갯마루를 휘감고 있다.
우의를 입는 등 부산스러움이 잠시 있더니 버스에서 내린 일행들은 도로를 건너 가지산 안내도가
서 있는 산길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을 시작하자 곧 바로 나타나는 헬기장을 지나고 산불 감시탑을 지난다.
돌들이 널부러진 길을 지나 두번 째 헬기장에 올라선다(11:50).
석남사 삼거리를 지난다.
임도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고도를 높여 나간다.
운무 자욱한 신비로운 산길을 걸어가는 비옷 표면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오고
산꾼들의 발자국 소리만 저벅거릴 뿐 여유가 흐르는 산행이 이어진다.
희뿌연 운무에 휩싸인 귀바위를 올려다 본다(12:21).
일행들의 두런거림이 들려오는 조망을 기대할 수 없는 정상을 향한다.
상운산으로 오르는 등로는 바위 너덜길이 이어진다.
상운산 정상에 이른다(12:33).
짙은 운무로 한치 앞도 조망할 수 없다.
쌀바위를 향해 상운산을 내려선다.
헬기장에 선다.
헬기장 옆으로 전망대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의 조망이 뛰어난가 보다.
운무에 가리워진 풍경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더위에 시달리지 않음에
자위할 수 밖에.....................
가지산의 사계(四界).
여름의 가지산은 신록과 운무로 대변되는가 보다.
짙은 운무가 아쉬움을 주지만 그래도 철따라 한 번씩은 찾아야 할 가지산이니 꽃 피는 봄에,
석양의 갈대가 아름다운 가을에, 상고대가 눈부신 겨울에 찾아올 기회가 있지 않은가?
쌀바위가 1Km 남았음을 이정표가 안내한다.
수풀을 헤치며 전진한다.
빗줄기는 아주 가늘어져 물방울이 날아 다니는 듯하나 이미 내린 비로 임도에는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이를 건너 뛰며 길을 간다.
쌀바위 대피소 도착(12:57).
일행 중 몇 분은 이곳 대피소를 이용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었다.
새천년 가지산 해맞이 기념비.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한다고 모든것이 뒤집어 질 듯 전세계가 난리법석을 떨던 때가
벌써 팔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무계단을 통하여 정상오름을 시작한다(12:58).
운무에 뒤덮인 쌀바위를 지난다.
조망이 難望하니 정상오름을 포기하고 지나친다.
가지산으로 오르는 등로는 근래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대부분 산들이 그렇듯이 나무계단이
이어져 설치되어 있다.
헬기장을 지나고,
물기로 번질거리는 바윗길을 지나간다.
가지산으로 오르는 마지막 나무계단길.
가지산 정상 도착(13:34).
운무가 시야를 가로 막으며 다음에 다시 찾을 것을 주문한다.
가지산 정상석.
1240m의 가지산은 영남알프스 중 최고봉을 자랑하며 태화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가지산 최정상 바위에 올려진 돌들.
누군가의 소망과 정성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내려서며 뒤돌아 본 가지산.
불과 백 여 미터 내려왔을 뿐인데 윤곽만 희미하다.
경사가 심하고 바윗길에 부서진 돌조각들이 널려 있어 하산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제일농산 갈림길을 지난다.
바위틈에서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돌양지가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비좁은 바윗길이 이어진다.
이런 길에서는 비옷이 바위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내려서야 한다.
목책이 설치된 경사가 완만해진 등산로가 나타난다.
낭떠러지도 아니어서 추락할 위험이 없는 이곳에 왜 목책을 설치해 놓았을까?
자연은 최대한 그대로 두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
통나무를 걸쳐 만든 계단길이 아직 파손되지 않았는데 왜 바로 옆으로 난간까지 있는 계단을
만들어 놓았을까?
아무튼 지나는 길가에 가지산 산행 안내도와 구급함까지 설치돼 있고,
이곳이 철쭉 군락지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천막으로 석남재 대피소라고 지어져 있는데 문이 닫혀 있었고 쌀바위 대피소 처럼 지나가는
산객들을 상대로 먹거리를 파는 곳 쯤으로 보인다.
운무가 자욱한 석남고개에 도착한다(14:38).
가지산에서 2.5Km를 왔고 능동산까지는 3.5Km가 남은 지점이다.
능동산 방향을 향하여 직진해 오른다.
주위는 곳곳에 철쭉나무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봉우리에서 일행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우측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좌측으로 길을 잘못들어 다시 되돌아 온 일행이 있는가 하면
내려간 일행들에게 되돌아 오도록 연락을 취하고 있다.
오늘처럼 시야가 트이지 않는 날은 특별히 주의하여 산행하지 않으면 길을 잘못들어서
고생하기 십상인데 오늘도 일행 중에 길을 잃고 한 시간 넘게 엉뚱한 길을 헤매다
돌아온 분이 있었다.
전열을 정비해 약 이십 분을 진행해 만난 노송이 우리를 반겨 맞는다.
노송과 함께 한다.
노송옆의 813.2봉 삼각점.
능동산 입구 삼거리 도착.
능동산은 3~4분 쯤 우측으로 꺾어 올라야 한다.
능동산(陵洞山) 도착(15:44).
비는 거의 그쳤으나 짙은 운무로 조망은 여기서도 불가능하다.
배낭을 내려놓고 남은 간식을 먹으며 목을 축이고 내려선다.
능동산 삼거리로 되돌아와 오늘의 종착지 배내고개를 향해 내려간다.
능동산을 내려와 배내고개로 진행하며 만나는 헬기장.
운무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배내고개 주차장.
공간의 규모로 미루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음을 짐작한다.
오늘같이 궂은 날씨에도 산행중인 몇 팀을 만났으니까.
배내고개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나무 계단길.
비가 내린 덕분에 저수조를 흘러 넘치는 물로 시원하게 전신의 땀을 닦아내고 산악회에서
준비한 된장국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후미를 기다려 상경길에 오른다.
산행일: 2008. 6. 19. 토요일(낙동정맥 21구간)
산행지: 운문령~ 귀바위~ 쌀바위~ 가지산~ 석남고개~ 능동산~ 배내고개
날 씨: 가는 비가 내리다 그치다 반복함. 시계 불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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