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부터나 내린다던 비가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부슬거린다.
우의를 챙겨 산행길에 올라 도속도로에 들어서자 비는 오지않고 하늘엔 구름만 가득하다.
괴산 휴게소에서 잠깐 휴식한 후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리더니 서울산I.C를 빠져나와
지방도로 갈아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11시 45분 쯤 운문령에 도착한다.
오늘 구간은 원래 소호고개에서 운문령까지 남진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저번 구간에
소호고개로 내려와서 땀을 닦아 낼 수 있는 물을 만났기에 오늘은 북진으로 운문령에서
소호고개로 마루금을 이어 간다는 설명인데 땀에 찌든 몸뚱아리를 말끔히 씻어
낼 수 있는 시원한 계곡물을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상쾌한 느낌이 든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람은 별로 없으나 견디기 힘든 무더위는 아니다.
하차 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산행은 자연스레 시작된다(11:48).
운문령은 울주군 상북면과 청송군 운문면을 가르고 있으며 69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길을 건너 완만한 도로를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회원들을 챙기는 후미대장)
산길로 들어서 능선을 가며 뒤돌아 본 상운산이 우람하다.
힘겨운 듯 길가에 비스듬히 누워버린 소나무를 만난다.
자세를 낮추면 편해질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오늘 산행 중 세 번 정도의 비교적 큰 오름과 씨름하게 되는데 운문령을 시작해 894.8봉까지와,
와항재에서 고헌산 오르는 길과, 소호령에서 백운산을 오르는 길로 처음 만나는 오름길이
초장부터 땀을 요구하고 나선다.
(올려다 본 894.8봉)
십 여 분 된오름 끝에 894.8봉에 닿는다(12:19).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문복산(1013.5)으로 가는 길이다.
운문령 초입에서 문복산 계살피 계곡 등산로가 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우측 방향으로 와항재를 향해 고도를 낮춰간다.
894.8봉에서 오늘의 최고봉 고헌산(1032.8)을 바라본다.
894.8봉을 내려서고.............
894.8봉을 내려서며 전망바위에서 와항재를 조망하고 있는 일행.
경주 산내면의 한우불고기 A,B,C단지 중 하나인 A지구가 보이고 그 뒤로 와항재까지 포도가
이어지며 그 너머에는 백운산이 육중한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로로 내려서서 한우식당 마을로 향한다.
우성목장 축사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한우가족.
침 튀기며 멱살을 부둥켜 잡고 있는 흉칙한 인간들의 모습은 보여주지 말아야 할텐데................
뒤돌아 본 우성목장.
모든 문제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잘 해결되어 이 목장의 축사에서 계속 소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나기를 기대한다.
와항마을 한우전문 식당가.
유명세가 무색하게 썰렁한 분위기다.
식당가로 내려와 만나는 길에서 우측으로 1~2백 미터 쯤 진행하다 좌측의 와항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포장길을 백미터 가량 따르다 좌측으로 진행하여 산길로 들어선다.
일행 중 포장도로를 따라 와항재로 바로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마루금을 정확히
밟으려는 사람들은 산길로 들어서 719.3봉을 오르는 능선으로 십 여 분 진행하다가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우측의 와항재로 내려선다.
산길을 오르며 뒤돌아 본 894.8봉.
우측의 능선으로 진행하면 문복산으로 가는 방향이다.
와항재로 내려선다(13:18).
울주군 상북면과 경주시 산내면을 잇는921번 도로가 지난다.
와항재에서 목을 축이며 고헌산 오름을 준비하는 일행들.
고헌산으로 오르는 초입에는 잣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숲길을 얼마쯤 올랐을까 방화선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 바닥이 패이고
돌들이 부서져 너덜길이 되어버린 방화로(防火路)를 따라 오르기 시작하는데 나무그늘이
전혀 없는 방화로는 고헌산을 지나 백운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날씨가 잔뜩 흐려 구름이 햇볕을 막아 주었으니 망정이지 땡볕이 쨍쨍 내려 쪼이는 여름 날
이곳을 지난다면 고생은 따놓은 당상이었을 텐데 일기까지 우리를 도와주고 있으니
어찌 고맙고 감사하지 아니한가?
방화로의 자갈들과 싸우다 지치면 좌우앞뒤를 조망하며 천천히 올라가는 고헌산이
멀기만 한데 능선을 한발 한발 오르며 뒤돌아 보니 문복산 삼거리가 있는 894.8봉이 보이고
유려한 능선은 문복산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나온 우성목장이 멀리 보인다.
894.8봉을 내려서며 나타나는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길을 잘 못들어 알바를 했다는 일행 분과
쉬엄쉬엄 너덜길을 오르는데 첫번 째, 두번 째 돌탑을 지나도 정상은 보이지 않아
또 봉우리를 넘는다.
이제 이 봉우리로 올라서면 서봉이다.
서봉에서 동남쪽으로 바라 본 마을.
경부고속도로와 지방도가 따라 흘러간다.
서봉에서 바라 본 고헌산 정상부.
서봉을 내려서서 뒤돌아 본 서봉.
고헌산(高獻山. 1032.8m) 정상에 도착한다(14:42).
후미대장과 일행 몇 분이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본대와 너무
쳐져 있다는 생각으로 잰걸음으로 산행을 개시한다.
동봉을 향해 가고 있는 일행들.
동봉에는 산불감시탑이 서 있고 방화선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시야가 멀리까지 틔여
주변의 조망이 아주 좋다.
동봉을 밟고 있는 일행들.
소호령을 향해 내려선다.
내려서는 길은 자갈이 더욱 미끄러워 조심하지만 엉덩방아를 찧어가며 내려간다.
소호령을 지나 백운산으로 향하고 있는 일행들.
시멘트 포장길을 버리고 방화선 도로를 따라서 패인 로면에 물이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뛰어 건너며 앞에 보이는 692.7봉을 향해 간다.
692.7봉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있는 일행들.
백운산으로 방화선은 이어진다.
뒤돌아 본 고헌산.
백운산 정상에 이른다(16:06).
정상석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는데 그 중 한 개는 백운산 높이가 달리 표기돼 있다.
전망바위의 조망은 압권이다.
백운산에서 소호고개로 내려서는 능선이 멋지게 펼쳐진다.
앞쪽 좌측으로 보이는 소호리 마을.
소호고개로 내려서기 위해 넘어야 할 능선.
소호고개로 내려선다.
지금까지 와항재를 지나서 시작된 방화선은 끝나고 정글같은 잡목 숲길이 나타난다.
조밀한 잡목숲이 얼굴을 할퀴고 발목을 나꿔챈다.
다시 본 고헌산.
잡목이 우거진 숲길.
지나며 스치는 숲향이 진하게 전해온다.
숲길을 헤쳐 내려와 호미지맥 분기점에 이른다(16:31).
호미지맥은 천마산, 치술령, 토함산, 삼봉산, 조항산, 금오산을 거쳐 포항의 호미곶에
이르는 약 100Km 정도의 산줄기다.
빽빽한 숲길을 헤치며 좁은 암릉길을 가다 만난 고래등 바위에 올라 멀리까지 시선을 보낸다.
나뭇잎 사이로 얼굴을 내민 이놈의 정체는 무엇일까?
갈대 숲길을 지난다.
철탑봉이 보인다.
저 봉우리를 넘어서면 소호고개다.
세로로 갈라진 책바위를 지난다(17:04).
옆에는 누운 바위도 있다.
소호고개로 내려서는 일행들(17:12).
소호고개 임도를 건너 숲길로 들어선다.
편안한 숲길을 걸어 내린다.
통나무 전원주택 단지를 지난다.
마을 입구에 내려오니 레데코 간판이 붙어 있는 목조건물에 이르는데 통나무 건물을 지어
분양하는 회사 이름이다.
레데코 전원 마을을 내려오며 좌측으로 멀리 보이는 고헌산.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만끽하며 포장길을 걷는다.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소호리 태종마을.
한가로운 여유가 흐른다.
준비해간 별식으로 우의를 다지는 특별한 시간을 가진 후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한 7시
아쉬운 귀경을 서두른다.
시원한 계곡물로 목욕도 했겠다 특별식으로 배까지 가득 채우고 버스에 오른 일행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하고 눈을 슬며시 감고 행복을 즐기고 있는 나의 뇌리에는
꿈의 1대간 9정맥을 마치고 산우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내 모습이 영상으로
반복해 흐르고 있다.
과연 이런 엄청난 영광이 나에게 주어질 것인가?
상상만으로도 행복감은 climax에 이른다.
산행일: 2008. 6. 7. 토요일(낙동정맥 20 구간)
산행지: 운문령~ 894.8봉(문복산 삼거리)~ 우성목장~ 와항재~ 고헌산~ 소호령~ 백운산~
소호고개~ 태종마을
날 씨: 대체로 흐리고 바람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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