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대설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집을 나서면서 보는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가는 눈발이 간간히 날린다.
집합장소에 도착해 구면의 얼굴들과 반가운 악수를 나누는데 처음보는 분도 있다.
오늘의 들머리인 용인에 소재한 하고개로 이동하기 위해 뜻을 합친 산꾼들과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눈발이 점점 더 거세어 지고 있으나 한남정맥을 종주하고자 하는 열의에 가득찬
열 명의 전사들이 모였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예정으로는 저번 구간 날머리인 57번 도로가 지나는 사암리 휴게소 근처의 장수농원 표지석을
들머리로 문수봉~ 함박산을 넘어 용인대학교 부근의 하고개로 내려서기로 되어 있었으나
일기도 불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하도록 하고개에서 逆進行을 하겠다는
회장의 설명이다.
양재역에서 용인행 버스에 탑승한지 한 시간 가량 되었을까 용인대학교 앞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준비하는 중에도 눈은 계속해 날려 하늘을 보니 쉽게 그칠 분위기가 아니다(9:57).
용인대학교 정문에서 大路를 따르다 하고개 터널을 보며 우측으로 들어선다(10:06).
함박눈을 맞으며 들머리를 찾아드는 발걸음은 가볍다.
마루금을 같이 밟아 갈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눈짐작으로도 이미 적설량은 5센티가 넘어서서 온 세상이 은백설국이 되어 버리니
우리의 마음은 하늘로 훨훨 나르고 손가락은 설국풍경을 담기에 분주하다.
수백 미터의 U자 지형 밑에는 터널이 지나고 있다.
U자 지형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의 절개지로 올라서는데 쌓인 눈에 미끄러져
힘을 갑절로 요구하니 오늘의 산행이 녹녹치 않을 것임을 예감한다.
절개지에 올라서서 본 용인대학교 주변.
허공에서는 별보다 많은 白雪이 나풀대며 속세로 내려오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능선에 접어들어 산행이 시작되었다.
조그만 봉우리를 넘어가자 흰눈에 묻힌 공동묘지가 그림처럼 나타났다(10:36).
서울공원묘지라는데 그 규모가 상당해 보인다.
눈내리는 공원묘지 구역을 지나고 있는 회원들.
설경을 향해 셧터를 눌러대는 회원의 모습도 보인다.
능선으로 올라섰더니 눈이 만들어낸 白花가 화려하다.
우와~~~우와~~~ 탄성이 연발한다.
헬기장인 듯한 눈쌓인 길을 걷는 회원들의 발걸음이 행복해 보인다(10:50).
오르는 능선에서 본 산불감시탑.
주인잃은 빈 감시탑이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 사이로 함박산이 희미하게 보인다(11:00).
좀 더 가까이 진행해서 본 함박산(11:07).
함박산 정상에 올라섰다(11:13).
정상 주변은 잡목이 무성해 날씨가 맑았어도 조망은 별로였을 것이다.
함박산을 내려서는 중에도 눈은 계속해 내린다.
십 분 가량 내려가 펑퍼짐한 안부에서 우측으로 그린농원을 본다(11:23).
농장으로 연결된 도로를 건너 산길로 진입해 걸음을 옮긴다.
또 십 분쯤 지났을까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45번 고속국도가 눈앞으로 다가선다(11:33).
선두는 이미 절개지를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걷고 있다.
절개지 위에서 방향을 살펴보고 표지기를 찾아보니 선두가 진행하는 방향이 우리가 갈길이
아니어서 손나팔을 만들어 소리쳐 보지만 차량이 질주하는 소음으로 수백 미터 떨어진
회원들에게 들릴리가 없다.
선두는 우리의 손짓을 알아채고 뒤돌아 도로를 따라 거슬러 오르고 우리는 절개지 좌측 斜面을
통하여 도로에 내려선다.
도로에 내려서서 왼쪽방향으로 2~3백 미터 쯤 진행하자 우측에 도로를 가로지르는 지하통로가
나타나고 지하통로를 지나서 둔덕에 올라서니 바로 음식점이 있다(11:44).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후미를 기다리기로 하고 준비해온 사람들은 본인들이 가져온 음식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음식을 시켜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식사를 하며 회장과 후미 한 분을 기다린지 2~3십 분이 지난다(12:25).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처음 참가한 사람 중 한 분이 우리를 불안케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눈길에 공포를 느끼는지 산행속도를 제대로 못내고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일행은 일정을 감안해서 후미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산행을 시작해 무너미고개를 지났으나
은화삼CC 통과하는 방법을 몰라 우물거리는 사이에 회장이 후미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한남정맥을 이미 종주한 회장이 비로소 앞장을 서서 회원들을 리드해 가는데 골프장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지나가며 진입을 제지 하지만 우리도 순순히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클럽하우스 앞을 무슨 죄인이나 되는 것 처럼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살금거리며
지나면서도 멋진 설경에 카메라 셧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골프장 우측의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오른다.
백설이 건설한 설국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골프장 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든다(13:20).
후미로 오시던 분이 여전히 속도를 못내자 회장은 우리에게 앞서 갈 것을 주문한다.
한 분의 회원이라도 더 확보하자는 오너의 간절한 마음을 읽는다.
눈발은 강약을 조절할 뿐 쉬임이 없다.
나무의자와 간단한 운동시설이 설치된 봉우리에 도착한다(13:41).
눈은 더욱 거세게 퍼붓는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안부를 지난다(13:57).
한남정맥을 종주하고 지나간 표지기를 본다.
또 다른 곳에서도 본 낯익은 표기지다.
손잡고 함께 가니 얼마나 행복할까?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일까 내리는 눈은 그침이 없다.
계속하여 흩날리는 눈으로 주변이 잘 파악되지 않아 어디를 지나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나
우측으로 신원CC를 지나쳐 호동이라는 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제주봉(344.6m)이라는 봉우리에 이른다(15:18).
三德의 길인가?
아무튼 산행을 시작한지 다섯 시간이 넘었지만 십 분도 그치지 않고 계속해 눈이 내렸으니
적설량이 엄청나다.
은백의 천국길을 걷는다(15:32).
임도로 내려섰다(15:34).
포근한 날씨로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 아이젠에 달라붙어 걷기가 엄청나게 힘든다.
회원들은 오래 전부터 아이젠을 벗고 미끄럼 타 듯 눈길을 걷고 있다.
임도 좌측으로 마루금을 알리는 표지기가 보였으나 선두는 계속 임도를 따라 간다.
임도에 쌓인 적설량은 20Cm도 넘어 보였고 끝없는 설국이 펼쳐지고 있다.
상대방의 카메라 셧터를 서로 눌러주며 천국에 온 기념을 남긴다.
임도의 모퉁이를 돌아간다(15:46).
여기서 임도를 따라 십 분쯤을 더 진행했으나 능선으로 올라서는 진입로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
오던길을 내려서니 일행들은 말없이 선두를 뒤따르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임도를 거슬러 내려와 표지기가 부착되어 있는 능선으로 힘겹게 오른다(16:14).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전열을 가다듬는다.
눈부신 雪花의 행렬은 끝이 없다.
문수봉 이정표를 만난다(16:35).
흰눈으로 뒤덮여 지금 이렇게 환하지만 겨울산의 어둠은 빨리 찾아온다.
네시 반이 넘었으니 이제 한 시간 정도만 있으면 어두워질 텐데 하산을 서둘러야 하겠다.
그래도 은백의 눈꽃터널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쉽다.
두 번째 이정표다(16:48).
흰눈이 그려낸 雪畵.
온화하고 푸근한 느낌을 받는다.
고도를 조금 낯추는가 싶더니 오름길이 꽤나 급해진다.
문수봉에 도착했다(17:13).
물 한모금 마시고 행동식으로 허기를 채운다.
매봉재 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산죽군락을 지난다(17:22).
내려서는 산죽길의 경사가 가파르다.
카메라 셧터를 몇 번 누르고 앞서가는 회원을 쫓아보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소리쳐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좌측으로 내려서는 방향에 발자국이 있는데 직진하는 능선길에도 산객이 지난 발자국이 선명하다.
선두가 먼저 내려가면서 좌측으로 내려서라고 한 것 같은데............
잠시 발길을 망설이다가 멈추고 지도를 꺼낸다.
매봉재 방향으로 직진한다(17:34).
예상대로 다섯 시 반이 넘자 산길은 어둑어둑해져 우리의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그러나 아직도 눈발은 그칠 줄 모른다.
사암리 방향으로 내려선다(17:47).
고도를 낯추며 부지런히 걷는다.
우측으로 규모가 엄청난 절 경내를 보며 지난다(17:52).
와우정사를 지나는가 했는데 내려와서 확인해 보니 법륜사라는 절이다.
법륜사 앞 왕복 2차선 도로에 내려섰다(18:02).
그러나 우리가 목표했던 날머리 57번 도로가 지나는 사암리 휴게소 부근이 아니다.
좌측으로 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이십 분 가량 산모퉁이를 우측으로 돌아서 사암리 휴게소 부근에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는데 우리가 전번에 내려섰던 날머리가
저만큼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오늘은 본의 아니게 세 그룹으로 뿔뿔히 흩어져 산행을 마치게 되었는데 눈이 하루종일 내려
산행속도가 늦어진데다 처음 오신 분을 기다리느라 삼십 분 이상을 지체했을 뿐만아니라
리더없이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산행을 하며 알바한 시간이 거의 한 시간이 넘다보니
예상시간 보다 두 시간 반이 늦어진 여덟 시간이 넘는 산행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모두가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 하게되어 다행이었고 종일 내린 눈으로
알바도 하며 장시간 산행의 힘겨움도 있었지만 산행내내 은백의 설국으로 초대되어 만끽한
행복한 기쁨의 기억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캄캄해진 사암리 휴게소 앞 57번 도로에서 버스를 이용해 용인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공중화장실에 들러 땀을 대충 씻어내고 여벌 옷으로 갈아 입으니 날아갈 듯 기분이 상쾌하다.
터미널 구내매점에서 간단한 요기로 배를 채운 뒤 부천행 버스에 올라 핸드폰을 켜보니 여러통의
메세지 중 "친구야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라는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는 문자를 본다.
반갑고 고맙다.
내 생각만 하고 살아가는 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그러나 행복하다.
산행일: 2008. 1. 22. 화요일.(3회차)
산행지: 하고개~ 함박산~ 무네미고개~ 은화삼CC~ 문수봉~ 사암리 휴게소(57번 도로)
날 씨: 바람없이 포근하고 하루종일 눈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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