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회
`사랑의 교회'는 개사리 산골 마을에 있는 조그만 교회입니다.
찬송가를 부를 때,
젊은 목사님이 낡은 피아노 앞에 앉아 직접 반주를 했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벼농사, 밭농사를 짓는 농부들입니다.
목사님의 말씀이 끝나면, 헌금을 하는 시간입니다.
사람들은 준비해 온 헌금을 헌금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천 원짜리 종이돈을 넣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만 원짜리 종이돈을 넣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백 원짜리나 백 원짜리 동전을 넣을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백 원짜리 동전을 넣을 때도,
오백 원짜리 동전을 넣을 때도,
헌금 주머니에서는 짤랑짤랑
동전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헌금 주머니 안에는,
푹신푹신한 솜뭉치가 하나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전을 넣으며 민망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목사님이 몰래 넣어 놓은 솜뭉치 였습니다.
탈탈탈탈 탈탈탈탈 탈탈탈탈 탈탈탈탈
예배가 끝나면 교회 앞마당에
경운기 소리가 요란합니다.
이웃 마을, 먼 마을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경운기입니다.
아카시아 향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목사님이 경운기 운전대를 잡습니다.
점순이 아줌마 `오라이!'하는 소리에
고물 경운기 탈탈탈탈 털털털털털
힘차게 시골 길을 굴러갑니다.
움죽움죽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길섶에 핀 들꽃들도
자꾸만 손을 흔듭니다.
까마중 열매 같은 입가의 점을 실룩거리며 점순이 아줌마,
들꽃들을 향해 소리 소리칩니다.
"예쁘다고 너무들 뻐기지들 말아라.
나도 너희들처럼 고운 시절이 있었구먼.
세월이 호랑이처럼 다가와
지금이사 요래 쪼글쪼글 해졌지만
한때는 내가 흘린 코웃음 한 번에
동네 총각들 수십 명은 나자빠졌다.
하여간에 나 좋다고 쫓아다니면서
징그리도 속 썩이던 놈이 있었다.
잊혀지지도 않혀, 그 썩을 놈........."
점순이 아줌마 말에 모두들 배를 잡고 웃습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환갑 넘은 새마을상회 아줌마,
얼쑤 꿍짝을 맞춥니다.
"아따, 우리 목사님은 성격두 급하셔.
목사님, 천천히 좀 가세유.........
경운기가 월메나 덜컹대는지
시방, 궁뎅이가 다 쪼개지겠슈..........."
늘쩡늘쩡 내뱉는 새마을상회 아줌마 말에
모두들 손뼉을 치며 난리가 났습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흐흐흐흐 히히히히
산수유 열매같은 빠알간 목젖을 보이며
모두들 숨넘어갈 듯 웃어댑니다.
장난기 발동한 젊은 목사님,
더 빨리 경운기를 몰고 갑니다.
타타타타 탈탈탈탈탈탈탈탈탈탈탈탈탈
웃음소리에 놀란 개구리들,
논도랑으로 퐁당퐁당 곤두박질칩니다.
경운기 소리에 놀란 수꿩 한 마리,
풀썩풀썩 들판을 걷어차고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작가 이철환은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베스트셀러 `연탄길 1. 2. 3. 4'의 저자인 이 작가는
아버지가 고물상을 하던 시절에 겪은 실제 이야기를 담아
`행복한 고물상'을 펴냈고, 최근에 `곰보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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