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나의 생각

황안나 할머니의 해안일주

영원한우보 2006. 6. 28. 23:51

 

40년간 교사생활에서 은퇴 후 2004년 65세의 나이로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2000리(800Km)를

도보로 혼자 23일만에 국토를 종단했던 황안나(67.본명 황경화).

 

이번엔 강원도 고성을 출발해 해안선을 타고 동해, 남해, 서해를

지나 해안일주를 100일만에 끝내고 이달18일 임진각 통일전망대

에 도착했다.

 

그가 걸은 거리는 9400리(2000Km). 그는 남편의사업실패로 교사

월급을 20년 동안 빚 갚는데 썼고, 쉰 살이 넘어 운전면허를 땄고,

컴퓨터를 배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60대가 넘어 암벽등반

에 도전하고,젊은사람들과 지리산을 종주하며 선두를 이끌정도로

나이를 잊고 지낸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말 "이 나이에 뭘........"

 

지난번의 국토종단이 평생 마음속에 쌓인 슬픔과 미움을 털어내는

`묵상의 여정'이었다면 이번 여행은`길위에 스승'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내 안의 편견'을 깨고 낮아지는 `배움의 여정'이었다고 한다.

 

지난 번 여행은`이 나이에도 문제없이 걸을 수 있다'는 우쭐한 자만

으로 시간을 재는 사람이 없었지만 내달아 걸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아흔을 넘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계셔 4개월간이나 집을 비운

다는게 마음에 걸려 끝까지 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출발했고 여정

중에 주례를 서기 위해 한 번, 어버이날에 어머님을 뵈러 한 번,  딱

두차례 집을 들른 이외에는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어머니를 두고 떠나 초조한 마음에 하루 100리를 걸은 적도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걸었다.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작은 포구가 너무 아름답기도 했지만 손수 밥을  해주는  할머니와

하룻밤을 더 자고 싶어 거기에 더 묶기도 했다.

 

물도 떨어지고 먹을 것도 없고 민가도 보이지 않아 사면초가일때

도로 공사장을 달리던 대형트럭 기사가 봉투를 던질 때 난폭운전

의 평소 선입견으로 쓰레기를 던지는구나 했는데 지쳐서 길 가는

낯 모르는 나그네에게 던지고 간 것은 자기가 먹을려고 준비하고 

다니던 간식봉투였다.

 

 

날이 어두워 찾아간 무속인의 집에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고 그

무속인이 `물고기를 방생했다'고 했을땐 자신을 위해 방생했겠거니

했는데`다른 사람에게 사심없이 베풀면서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방생했다고 들었을때 무속인에 대한 편견은 허물어지고 있었다.

 

길위의 스승들을 통해 자기가 가진 것 이상으로 베풀면서 사는 사람

들이 곳곳에 많다는 걸 알았다. 그들의 아름다음을 알았다.

 

이번 길은 지난 국토종단 때와는 달리 이정표도 없고, 이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들의 정보도 없어 한참을 걸은 길을 길이 막혀 되돌아서

가는 경우가 흔했다. 해안가 절벽의 막다른 길......... 산길로 가다가

만난 막다른 벼랑 끝으로 보이는 국도..........나아갈 길이 끊겼을 때

멀리 돌아가느라, 다시 산을 넘느라 힘이 들었을 뿐... 길은 어디에도

있었다.

 

인생에도 .......어렵더라도, 힘들더라도 살아갈 길은 있다.

길은 인생이 아닐까?

"혼자 길 위에 서보라. 거기서 가장 정직한 자신을  만나고,  세상을

정직하게 본다. 그러면 세상을 막 살게 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놀란 것은, 내가 가진게 너무 많다는 거였다.

작은 내 방에도 내가 쓰고 넘치게 많았다. 이걸 나누어 없애고, 단순

하고 편안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덜어내고 살아야지,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긴 길을 걸으면서,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생각이 미쳤다.   

단순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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