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출석하는 교회의 등산선교회가 매달 산행하는 날인데
전 달의 고려산 진달래에 이어 이번 달에는 철쭉의 서리산을 등반
하기 위해 남양주로 향했다.
모두들 저번에 황홀했던 고려산 진달래를 잊지 못하고 철쭉꽃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는 기대감에 마냥 즐거운 듯 웃음이 버스안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10시 반 쯤 축령산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안내도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한 장 찍었다.
등산선교회 출범 1주년을 맞이하여 올해 회갑을 맞는 회원들에게
서리산 정상에서 회갑잔치를 해드리기로 하고 준비해온 음식들을
나누어 짊어지고 개인의 등산능력에 따라 1조는 축령산을 지나서
서리산까지 풀코스를 등반할 회원들은 내가 리드하기로 하고,
나머지 회원들은 2조로 서리산을 직접 오르기로 하여 조별로
산행을 시작했다.
오르는 초입부터 눈부신 꽃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성들의 들뜬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는데 기어코 한 장 박고 가잔다.
작년 12월 초 이곳에 왔을때 얼어있던 물레방아가 빙글빙글 돌며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되는데 모두들 마냥 즐겁단다.
그러나 오르막 길이 계속되자 얼굴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20여 분을 수고하여 오르기를 계속하니 수리바위가 나무가지 사이로
얼굴을 살짝 드러낸다.
수리바위의 노송은 의연히 앉아 우리를 어서오라고 손짓하고,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수 백길 낭떠러지 계곡의 푸르름이 우리를
경탄케 한다.
수리바위는 그 모습이 독수리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 얼마전까지 독수리 부부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살았다고 한다.
수리바위에 앉아 계곡의 신록을 감상하며 땀을 식힌 우리는 등반을
재개하는데 벌써부터 몇몇 사람들은 힘들다고 야단들이다.
5백여 미터를 오르자 남이장군이 나라를 생각하며 호연지기를 길렀다는
남이바위가 나타났는데 바위가 마치 팔걸이 의자처럼 패여있고 그곳에
앉아보니 정말 시야가 탁 트이는 것이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남이바위 주위의 신록 또한 햇빛과 어우러져 싱그러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선두를 먼저 보내고 두 시간 가까이를 밀고 당기며 후미 회원들과 사투끝에
드디어 축령산(886.2m)정상에 오르는 쾌감을 만끽했다.
주위의 조망을 잠시 즐긴 뒤 회갑연에 사용할 음식을 소지하고 있는
나는 행사 차질을 우려하여 후미대열을 뒤로 두고 서리산을 향해
먼저 길을 재촉하였다.
절터를 거쳐 억새밭 사거리를 지나는 길 양쪽에는 축령산의 명물인
잣나무 숲이 푸르르고,
더욱 피치를 올려 걸음을 재촉하는데 서리산 능선을 붉게 물들인
철쭉이 내 마음을 흔든다.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발걸음을 옮겨 두 시가 가까워서야 서리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리산 정상 바로 밑 바위 옆에 모여서 회갑연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고
곧 서리산 정상에서 멋진 회갑 축하연이 거행되었다.
우리모두 이분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우리 모두 건강하여
같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산행을 계속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철쭉꽃을 보초 세우고 준비해간 음식으로 늦 점심을 먹는 우리는
정말 행복하여 더 이상 부족함이 없었다.
점심을 마치고 철쭉동산 길로 들어서는데 초입부터 여기저기서
혼을 빼앗기는 외마디 소리가 들린다.
여산우들의 아우성으로 카메라 셧터는 계속 터지고,
철쭉꽃길은 탄성의 도가니다.
아쉬워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 보고,
그냥 갈 수 없어 단체로 또 한장.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꽃길은 가는 발길을 자꾸 잡아끈다.
드넓은 철쭉동산의 꽃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을 듯 한데,
아직도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한 철쭉이 다시 오라고 유혹한다.
드디어 수 만평에 이르는 철쭉동산은 끝나 화채봉 삼거리에 이르고,
제1 주차장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는데 능선을 내려오는 길은 철쭉으로
계속 이어지고, 우측 계곡은 진록색의 풍경화가 연이어 펼쳐진다.
능선길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양쪽 길가에는 꽃들이 얼마 남지않은
이별의 시간을 아쉬워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축령산과 헤어져 돌아오는 우리들의 가슴속에는
아름답고 진한 향기가 가득 배어 있었다.
오늘로 서너 번째 축령산을 다녀가지만 여느 산들과 마찬가지로
올 때마다 산을 찾는 그 감동은 새롭다.
서울시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차창밖에는 하루 일과를
마친 석양이 안식처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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