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산행및 트레킹/안나푸르나 어라운드 트레킹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품속에 들다(8)- 토롱라를 넘어 묵티나쓰까지

영원한우보 2011. 6. 18. 23:28

 

자정을 조금 넘기자 롯지 각 방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토롱라를 넘기위해 결전의 의지로 짐을 꾸린다.

스프로 요기를 마친 일행들은 해드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급경사 오름길을 시작한다.

 

캄캄한 경삿길에서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보며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발걸음이 무겁고 숨이 차올라 걸음을 멈추는 간격이 잦아지고 뒤로 쳐지는 일행들이

더러 보이지만 어제 저녁 때까지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하던 바람은 고요하다.

 

하이캠프를 오르는 도중 눈이 많이 쌓이고 미끄러워 어렵사리 아이젠을 장착한다.

얼마 후 하이캠프에 이르러 바람을 막는 실내에 들었으나 발가락과 손끝이 시리고 거친 숨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지만 차를 한 잔씩 받아 마시는데 까만 공간에서 헤드렌턴 불빛에 비추이는

모락거리는 김이 허공으로 피어 오를 뿐 정적이 흐른다.

 

하이캠프를 떠나 세 시간 가까이 오르내림의 설원을 지나 드디어 무수히 많은 타르초가

휘날리고 있는 이번 트레킹에서 최고로 하늘에 가까운 토롱라에 이르렀다. 

 

찬바람을 막아주는 움막에 들어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트레커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말이 없다.

곧 밖으로 나가 휘날리는 타르초를 배경으로 두팔 벌려 자축의 시간이 이어진다.

오름 뒤에 내림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묵티나쓰로 내려서는 일행들의 뒤를 따라 나선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가이드의 주의사항을 설명듣고(01:55).................... 

 

급경사 캄캄한 등로에는 거친 숨소리만 있을 뿐 정막이 흐른다.

 

녹고 얼기를 반복한 눈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장착한다. 

 

한걸음 또 한걸음...................... 

 

깜깜한 공간으로 들어가 거친 숨을 고르며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암흑속에서 무아지경으로 설원을 걷는다. 

언제부턴가 눈발이 날리고 있다.

 

설원을 오르는 일행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설봉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다. 

열 발자국을 가다 쉬고 다섯 걸음 옮기고 또 스틱에 몸을 의지한다.

 

후미의 일행들. 

 

멈추기를 거듭하다 아예 주저앉는다. 

 

그래도 길은 가야하고...................... 

 

인간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앞에서 극히 보잘것 없는 한 점에 불과하다. 

 

타르초가 날리는 토롱라가 눈앞으로 다가선다. 

 

토롱라에 올라선다(08:00).

여섯 시간의 오름끝에 토롱라에 안긴 것이다.

정복한게 아니라 자연이 어머니 처럼 너그러이 품어줬을 뿐이다. 

 

THORONG- LA  PASS 5,416Mtr.

CONGRATULATION FOR THE SUCCESS!!!

HOPE YOU ENJOYED THE TREK IN MANANG.

SEE YOU AGAIN!!!

 

 

삶의 모든 여정은 스침의 연속이다. 

또 다른 세계를 향해 묵티나쓰로 발길을 이어간다.

 

진행 좌측면의 설봉들이 운무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이름 Syagang(6,026), Khatungkang(6,484), Thorung peak(6,144)이다. 

 

진행방향의 설봉을 당긴다.

Yakwakang(6,482)이 서 있고 그 뒤로 Purkung Himal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크게 당겨본다. 

 

삶은 안에서 보면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지나서 뒤돌아 보면 찰라일 뿐이다.

 

내려가는 길은 또 다른 풍광이 이어진다.

우리 삶의 여정처럼................

그러다가 언젠가 발길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저 산을 이루고 있는 모래처럼 한줌의 흙이 된다.

 

모든 풍광을 눈에 담고 싶은 욕망이 인다.

그러나 욕심일 뿐 잠시 머물던 순간이 행복이었음을 느낀다. 

 

잠시 또 고개를 든다.

구름이 설봉을 애무하며 지난다. 

 

가끔 나타나는 경삿길 눈길 구간에서는 아이젠이 필요하다. 

 

트레킹은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자신을 반추하는 시간이다. 

 

급경삿길을 또 한차례 내려서면 휴식할 수 있는 롯지에 이른다.

 

해발 4,900m의 롯지에 이르렀다(11:35).

일행들은 식사를 하며 기력을 보충하나 배탈을 앓고 있는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롯지에서 본 눈이 있는 능선. 

 

내림은 다시 시작되고.........................

 

뒤돌아 본 풍경. 

 

묵티나쓰가 보이기 시작한다. 

묵티나쓰 사원은 흰두교와 불교의 성지로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다.

 

 

관광용 모션인가? 

 

길을 떠난지 12시간만에 숙박할 로얄 무스탕에 도착했다(13:53).

시설이 비교적 좋은 숙소에서 150루피를 지불하고 일주일만에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숙소앞 마을의 풍경. 

 

 

이번 트레킹의 최대 난코스를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든다.

고도를 낮추고 샤워를 하여 몸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설사병은 아직도 완전치 못하다.

이제는 고도를 계속 낮추며 걷는 일만 남았으니 컨디션도 차차 좋아질 것이다.

 

♣제10일차 여정(3/20. 일요일): 토롱페디(4,450)~ High camp(4,925)~ 토룽라(Thorung La.5,416)

                                           ~ 묵티나쓰(Muktinath.3,760).

 

♣고               도             차: ↑966m, ↓1,65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