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향기가 여인의 내음 처럼 향기롭게 콧속으로 스며든다.
동네 뒷산에서는 신부를 부르는 숫꿩의 낭랑한 목소리가 메아리쳐 들린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새벽은 이렇게 밝아오고 있었다.
2~3 개월 전 산행을 위해서 집을 나설 때는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하늘에 희미한 별들이
가물거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날이 훤하게 밝아 아파트 화단의 화려한 철쭉과 녹음을 볼 수 있었고
낮게 드리운 하늘은 우중산행을 예감하게 하였다.
연휴라서 그런지 여섯 시도 안된 이른 새벽의 전철역사는 러시 아워를 방불케 하였으며
버스가 달리는 고속도로에도 수많은 차량들로 정체가 심하여 평소 때 보다 한 시간 가량 늦은
열 시 반이 다 되어서야 산행들머리에 도착했다(10:24).
대안리 고개를 지나쳐 버스가 정차하는 바람에 도로를 되짚어 걸어 올라 들머리를 찾는다.
우측으로 前 구간에 424봉을 내려섰던 날머리에 달린 리본을 바라보며 도로를 따라 조금 진행하여
경찰 경광등이 설치된 지점에 이르면 좌측으로 선행자들의 리본이 매달린 들머리가 나타난다.
싱그러운 연록의 진한 숲향을 맡으며 산행을 시작한다(10:30).
남남서진하여 370봉에 오른 후 우측으로 돌아 안부로 내려서서 숨을 고르며 오름을 다시 시작한다.
가파른 오름이 계속되고 위험한 바위구간을 지나면 곧 490봉에 이른다(10:56).
490봉에 이르면 참호가 주위에 두어 개 설치돼 있고 나뭇잎 사이로 왼쪽의 아곡리 마을이 보인다.
490봉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남쪽을 향해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좌측에 있는
구룡산을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한다.
구룡산을 조망하며 약 삼십 분 완만한 능선을 진행하여 소나무에 매달린 금적지맥분기점이라는
하얀 표지기를 발견하고 우리는 리본이 여러 개 매달려 있는 우측으로 내려선다(11:26).
금적지맥(金積枝脈)은 속리산 천황봉에서 안성의 칠장산으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이
구룡산 직전의 분기점(450봉 부근으로 보은군 회북면과 수한면의 경계)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쳐서
구룡산, 노성산, 국사봉(552), 거멍산, 덕대산, 금적산(652), 국사봉(475)을 거쳐 금강과 두물머리
옥천의 원당교에서 그 맥을 다하는 약 50Km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금적지맥 분기점이라는 표시판을 보며 우측으로 내려서서 3~4분 쯤 진행하면 시야가 확 트이는
널따란 밭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인삼밭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지금 우리가 지나는 밭에는 어린 果樹苗木이 식재되어 있었다.
오늘 진행 할 마루금이 좌측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우측으로 활 처럼 휘어져서 흐르고 있는데
좌측 중앙부에 오늘의 최고봉 602봉이 높게 조망되고 있다.
넓은 밭을 가로질러 내려서면 2차선 포장도로(571번 도로)가 지나는 쌍암재에 이른다(11:38).
쌍암재 고갯마루로 접근하면 좌측으로 표지기가 달려 있는데 이곳으로 올라 마루금을 이어간다.
묘지를 지나 야트막한 구릉지대를 5~6분 지나 도로로 내려서게 되는데 우리는 여기를 새터고개로
생각하였으나 새터고개는 10분 쯤 더 진행해서 만날 수 있었다.
잡풀이 우거진 산길로 들어서서 야트막한 산봉우리를 넘으면 일자로 정렬된 묘지를 지나게 되고
황토로 지은 웰빙 주택이 서너 채 왼쪽으로 보이며 드디어 정면으로 새터고개가 나타난다.
새터고개는 쌍암리에서 양지말과 음지말을 거쳐 쌍암재에서 이어지는 571번 도로와 만나게 된다.
새터고개를 지나 500봉을 향한다(11:58).
으름덩굴과 꽃.
한여름 뒷마루에 걸터 앉아 부채를 부치고 있을 때 대나무 울타리 솦에서는 매미가 목청을 돋우며
여름을 노래하고 있었고 돌담을 타고 오르던 으름은 입을 벌려 하얀 속살을 내보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따 주시는 으름을 입에 넣으면 달콤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연복자(燕覆子)라고 불리는 으름은 맛이 달고 먹을 수 있지만 씨가 많은데 생김새나 맛이 바나나와
비슷하여 `코리언 바나나'로 불리기도 한다.
서진하여 올라선 500봉을 우측으로 돌아서면 525봉에 이르는데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좌측으로는 팔봉지맥이 분기한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1대간 9정맥 9기맥을 종주 중이라는 부부가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고
정면으로 조금 진행하면 팔봉지맥이 시작되는 표지석이 있을 텐데 식사를 한 후 카메라에 담겠다고
하다가 식사후에 깜박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하는 바람에 증명을 남기지 못하여 다음 블로거
산바람님의 사진을 옮겨 놓게 되었다.
팔봉지맥이 시작되는 525봉에 세워져 있는 단군지맥 표지석.
팔봉지맥이란 박성태님의 신산경표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이름으로 한남금북정맥상의 525봉에서
분기하여 피반령, 봉화봉, 용덕산, 팔봉산, 은적산, 망덕산, 출동산, 황우산으로 이어지는
약 45Km에 이르는 미호천과 금강을 구분하는 낮고 완만한 산줄기이다.
산바람님은 팔봉지맥이 지나고 있는 은적산에 단군신전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팔봉지맥을
단군지맥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명명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견이었는데 적절한 판단이라 생각되며
괄호안의 백두대간 표시는 백두대간을 갈래쳐 나온 한남금북정맥에서 분기한 단군지맥이라는
표시일 것이다.
단군지맥 표지석 뒷면의 천부경(天符經).
산바람님의 블로그에서 단군지맥 표지석 사진과 함께 퍼 온 팔봉지맥 지도.
연록의 녹음은 청소년의 모습을 보는 듯 청순하고 싱그럽다.
514봉을 내려섰다가 593봉으로 올라서는 초입에서 본 世代와 樹種이 다른 나무의 交合.
593봉을 조망한다.
602봉이라고 잠깐 착각한 593봉에 이르렀다(13:15).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북북서 방향으로 602봉을 향한다.
오늘의 최고봉 602봉에 도착했다(13:22).
잡목이 우거진 602봉에는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으나 조망은 없다.
525봉으로 내려서며 나뭇가지 사이로 본 602봉이 최고봉의 위용을 자랑한다.
가끔 커다란 바위가 이어지는 바위구간을 통과하여 545봉을 지나고 580봉을 넘는다.
내려 선 이곳을 살티재라고 착각하였으나 송림을 조금 더 올랐다가 내려서야 비로소 살티재였다.
살티재에 이른다(14:02).
살티재는 살티 마을과 염둔 마을을 잇는 고개지만 발길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주위에는
흰색 산괴불주머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왼쪽의 살티마을 방향에 돌탑이 쌓여 있었다.
살티재를 지나 우측의 동쪽방향으로 475봉을 오르며 뒤돌아 본 580봉과 545봉.
475봉 앞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521봉을 향한다(14:08).
진행하며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한 521봉.
바위구간을 넘으면 521봉에 이르고 완만한 567봉으로의 오름은 이어진다.
국사봉의 전위봉인 567봉 오름길.
헬기장에 도착한다(14:39).
잡목을 헤치며 4~5십 미터를 오르면 국사봉에 이른다(14:40).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수많은 리본에 둘러쌓인 국사봉 표지기가 여러 개 매달려 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목을 축인 후 조망이 별로인 국사봉을 내려선다.
10분 쯤 진행하다 뒤돌아 본 국사봉.
국사봉에서 추정재까지는 계속 내리막 길인데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지도상에 표시된 봉우리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밋밋한 내림이다.
521봉에서 좌측으로 틀어 진행하고,
393봉에서는 우측으로 틀어 내려선다(15:07).
내림길을 가며 조망한 추정재에서 산정말고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정맥 마루금.
고도를 낮춰 임도로 내려서면 곧 절골로 오르는 시멘트도로를 만난다.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추정재로 내려간다(15:22).
오늘의 날머리 추정재로 내려선다(15:26).
내려서는 우측으로는 나무조각상이 줄지어 서 있는 용창공예이고 32번 도로가 지나는 추정재는
머구미 마을과 길 건너로 낯익은 SK주유소가 보인다.
길 건너로 보이는 5구간의 들머리가 반갑다.
용창공예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는 조각상들.
낭성면 추정리와 미원면 관정리를 잇는 추정재는 4차선의 32번 도로가 지나간다.
선두그룹은 이미 하산하여 여유롭게 산악회에서 준비한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부근에 흐르는 개울에서 땀을 씻어내고 선두와 합류하여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오후 네 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에 버스에 올라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그동안 참아오던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차창에 부딛히기 시작한다.
산행일자: 2009. 5. 2. (토요일. 한남금북정맥 7회차)
산행지역: 대안리고개~ 490봉~ 440봉(금적지맥 분기점)~ 쌍암재~ 새터고개~ 525봉(팔봉지맥 분기봉)
~ 602봉~살티재~ 국사봉~ 추정재(한남금북정맥 제 4구간)
산행날씨: 대체로 흐리나 따뜻함. 오후에 비를 부르는 바람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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