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및 여행/산따라 물따라

내가 본 한라산 설경(1)

영원한우보 2008. 3. 3. 22:19

 

교회행사로 2박3일간 제주도를 여행할 기회를 가졌다.

교육을 위한 세미나로 기획되었으나 애초부터 교육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위로의 성격이

강했던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을 주로하고 산행을 원하는 희망자에게는 하룻동안

한라산 백록담을 등반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제주도 관광은 수 년 전에 이미 몇 번 경험을 했던 나는 관광보다는 이번 기회에

한라산을 두루 돌아보는 것이 떠날 때부터 바람이었는데 첫날은 목사님과 동행하여 영실코스를

통해 윗세오름을 등반하였고 이튿날은 성도님들을 모시고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오름으로써

입산이 허용된 한라산의 등산코스를 모두 둘러보는 절호의 기회를 가졌다.

 

일상을 털어 버리고 해방감을 만끽하며 관광지로 향하는 백 여명의 성도들을 태운 아시아나

항공기는 특별기로 인천을 출발한지 한 시간도 채 되기 전에 우리를 제주에 안착시키는데

날씨는 청명하고 포근하다.

 

공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내 눈길이 가는 곳은 역시 한라산이다(08:51).

관광을 위해 버스에 탑승한 성도들을 떠나 보내고 등산과 낚시팀은 렌트한 승용차를 이용해

산과 바다로 제 갈길을 찾아 떠난다.

 

오늘은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오른 후 어리목으로 내려와서 시간이 허용되면 어승생악까지

산행하기로 계획하고 1100도로를 달려 영실입구에서 하차해(10:30) 입산통제소를 거쳐

영실매표소로 향한다. 

 

영실 등산로 입구에서 매표소까지는 차량이 통제되므로 영실을 깃점으로 산행을 시작하려면

2.5Km를 걸어 오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영실로 오르는 포장길은 陰陽의 구분이 분명하여 미끄러운 눈길을 지나고, 鋪道의 맨살을

아이젠으로 할퀴며 걷기를 반복하는데 상큼한 공기가 폐부속 깊이 빨려들어 상쾌하고 

황금빛 금강송의 나체가 내 눈길을 잡는다.

 

영실에 도착한다(11:06).

영실각 머리 위로는 병풍바위가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산객들을 기다린다. 

 

영실통제소 옆에 세워져 있는 靈室閣. 

 

아이젠을 착용하고 영실통제소를 통과한다(11:07). 

 

영실 표지석.

신령들이 기거하는 곳- 靈室.

가슴벅찬 기대로 미지의 땅에 발길을 들인다. 

 

한라산 등반코스는 현재 영실코스를 비롯해 어리목, 성판악, 관음사  등 4곳으로 입산이 

허용되고 있는데 성판악과 관음사로 들어서면 정상인 백록담까지 오를 수 있으나 

영실과 어리목 코스는 윗세오름까지만 등산이 허용되고 있다.

 

영실을 오르는 곳곳에는 두꺼운 눈으로 무장하고 동장군이 서 있었지만 영실계곡에는 

이미 허세를 부리는 겨울을 물리칠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계곡을 지나며 완만하던 경사가 각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나뭇가지 사이로 병풍바위의

위용이 드러나는데 마치 설악산의 신선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제 어미의 육신으로 끓인 죽인 줄도 모르고 그 죽을 먹은 오백 명의 아들들이 비통함으로

울다가 바위로 굳어졌다는 슬픈 전설의 五百羅漢.-영실기암들이 모습을 보여준다.

영실기암은 영주십경(瀛州十景) 중의 하나다. 

 

영실기암과 비폭포.

한여름 폭우가 내리고 나면 기암절벽 사이를 흘러내리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데

지금은 눈이 녹아 흘러내리며 만든 빙벽이 곳곳에 장관을 이루고 있다.

 

신선들이 산다는 병풍바위.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둘러져 있어 그 이름을 얻게 된 神들의 거처로

불리는 영실의 병풍바위는 한여름이면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간다고 한다.

 

 

영실능선에서 보는 서쪽 방향의 해변 풍경. 

 

해발 1500미터 지점을 지난다(11:42). 

 

다시 보는 오백나한과 비폭포. 

 

병풍바위 부근 부터 雪花의 향연은 시작된다. 

 

 

전망대에서 본 신비의 오름들.

`오름'이란 기생화산이라는 제주도 방언으로 제주 전역에 볼레오름, 세오름 등 368개의 오름이

형성되어 있다고 하며 오름마다 제각기 다른 형태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데 한라산에서

내려다 보는 오름물결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라고 한다. 

 

전망대를 올라서며 눈꽃축제는 팡파레를 울린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구상나무의 눈꽃.

구상나무는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희귀한 樹種으로 특히 한라산의

구상나무숲은 우리나라 구상나무 군락지 중 그 규모가 가장 넓다고 한다.

 

화려한 눈꽃들은 우리의 마음을 빼앗아 혼절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동행한 목사님과 번갈아 가며 포즈를 잡고 셧터를 누른다. 

 

황홀한 자태에 숨이 멎는다. 

 

고도를 높이며 적설량은 많아지고 드디어 백록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운데 눈뭉치 처럼 보이는 둥근 부분이 백록담이다. 

 

이제 백록담 왼쪽으로 윗세오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떠오른 백록담. 

 

작달막한 떨기나무 숲은 눈으로 뒤덮여 거대한 설원이 되고 시야가 트여 가슴이 뻥뻥뻥 뚫리니

마음은 새털되어 하늘을 날고 발걸음은 허공을 허우적거린다.

아!!!!!!!!!!!!!!!!!!!!!!!!!!!!!!!!!!!!!!!!!!!!!!!!! 

 

윗세오름 통제소로 이어지는 광활한 설원은 끝없이 펼쳐진다. 

 

백록담을 배경으로.................... 

 

윗세오름 통제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나며 보는 윗세오름의 눈꽃. 

 

가까워진 윗세오름 통제소. 

 

윗세오름 휴게소에 도착한다(12:50). 

 

어리목 방향으로 하산하는 선등자들의 모습이 天路를 걷는 듯하다.

까마귀가 따라 나서며 俗世로 내려서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까악~ 까악~~ 꾸짖는다.

 

윗세오름의 날씨는 눈부시게 맑고 포근하다.

새들과 하나되어 산상 만찬을 즐긴다. 

 

떠나며 다시보는 윗세오름 통제소.

언젠가 휴식년제가 해제되면 이곳을 통해 백록담으로 오를 것이다. 

 

어리목을 향해 내려서는 만세동산 부근의 설원 길. 

 

 

내려서는 길에 한 컷 더................ 

 

주위의 설경들.

사람의 잡설이 무슨 소용이랴~~~~~~ 

천지만물을 지으시고 운영하시는 창조주의 끝없는 능력에 찬사를 드리며 감사할 뿐.................. 

 

 

 

 

 

 

 

 

윗세오름 휴게소를 떠나 1.5Km를 내려왔지만 눈부신 설원은 계속 이어진다(13:41). 

 

1500M 표지석을 지난다(13:47). 

 

사제비 동산으로 설원은 이어져 간다. 

 

 

어리목까지 절반 가까이 내려선 지점이다(13:52). 

 

사제비 동산을 지나자 또 다른 설경이 우리를 압도한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며 눈의 두께도 얇아진다. 

 

어리목까지 0.5Km를 남겨둔 지점에 이른다(14:21). 

 

아치형으로 멋부린 나무다리를 건넌다. 

 

어리목 광장으로 내려서며 뒤 돌아 본 윗세오름 방향.

백록담이 흰점으로 찍혀있다. 

 

어리목 광장으로 내려선다(14:30). 

어승생악까지 왕복 2.6Km이니 산행에 한 시간 가량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들머리를 찾는다.

 

등산로 들머리마다 직사각형의 출입표시 구조물이 다른 산에는 없는 특징이다. 

 

나무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해설판.

어승생악은 참나무와 서어나무 등이 함께 서식하는 낙엽활엽수림대 지역으로 가벼운 등산을

원하는 탐방객들이 즐겨찾는 오름이다.

 

 

능선에 올라서서 한라산 정상을 본다(14:52).

여기서 보는 백록담이 또 다른 신비로 다가온다. 

 

줌을 당겨 본 백록담. 

 

어승생악에 오른다(14:56). 

 

정상표지석. 

 

정상의 조망이 좋다. 

 

 

올라왔던 길을 내려선다.

영상의 기온으로 포근해 눈이 녹아 내려서는 길이 미끄럽다. 

 

어리목 주차장으로 돌아왔다(15:32).

제주도는 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다. 

 

숙소로 돌아와 본 석양.

삶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한다.  

 

산행일자: 2008. 2. 28. 목요일(한라산 등반 제1일차)

산행코스: 영실입구~ 영실통제소~ 병풍바위~ 윗세오름~ 만세동산~ 사제비동산~

              어리목광장~ 어승생악~ 어리목 주차장(약 13.5Km)

날      씨: 맑고 쾌청함. 포근하고 바람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