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정맥/백두대간

무박으로 오른 태백산

영원한우보 2007. 2. 25. 20:14

 

설 연휴로 3주만에 대간산행에 나선다.

오랫만에 무박산행이다.

한가로운 고속도로를 버스도 여유롭게 달린다. 

치악휴게소에 들러 휴식하며 내일 아침거리로 간단한 음식물을 준비한다.

 

오늘의 들머리인 도래기재에 도착한 시간은 3시가 채 안된 이른 새벽이다.

구룡산에서 일출을 보고자 始登시간을 5시로 잡고 버스안의 불을 소등하니  주위는

암흑외의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런 문명시설물도 설치되지 않은 이곳은 완전한 흑색의 공간이다.

 

불편한 버스에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은 오질 않는다.

한사람 두사람 버스에서 내려 산행을 준비하기도 하고 총총히 박힌 별들을 세기도 한다.

실로 무수한 별들을 이렇게 선명하게 보기도 엄청나게 오랫만이다.

밤하늘의 별을보면 암흑을 밝히는 달과 함께 떼지어 여름하늘을 춤추던 반딧불이가 생각난다.

5시가 채 되기도 전에 산행은 시작된다. 

 

조금은 차갑지만 상쾌한 바람을 용량껏 들이켜 허파에 가득 채운다.

어느새 등줄기를 흐르는 땀의 따뜻한 촉감이 좋다.

헤드램프로 대간길을 다시 한 번 살핀다. 

 

한 시간 가량을 걸어가자 黎明이 우리를 마중한다. 

눈길을 오르는 발자국의 뽀드득거림이 간간히 들리는 바람소리와 하모니를 이룬다. 

 

도래기재를 떠난지 두 시간의  된오름 끝에 구룡산에 닿는다.

태백산은 여기에서 14.2Km라고 안내 한다.

 

구룡산 정상은 넓직한 헬기장이다.

구룡산이 대간구간임을 알려주며 해발 1345.7m라고 안내한다. 

 

정상에 도착하여 십 분쯤 기다리자 구름위로 불그스레 태양의 오름을 알린다. 

정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날은 아직도 예리하다.

 

태백산 방향은 구름으로 뒤덮여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정상에서 매서운 바람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내려서는 발길이 아쉽다.

눈길을 걸으며 능선에서 일출을 맞는다.

 

가벼운 오르내림을 계속한다.

산죽길을 지난다. 

 

고직령을 지나고 곰넘이재를 넘어 신선봉에 오른다.

한 處士의 무덤이 외롭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잡목이 시야를 가린다. 

 

능선을 지나며 나무사이로 태백을 본다.

상고대 피어난 태백의 峰들을 운무가 쓰다듬으며 지나고 있다.

 

차돌배기에 다다른다.

지나온 참새골 입구는 여기서 6Km다. 

 

기형의 나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온갖 아품과 시련을 이겨낸 훈장이다. 

 

여기에도 바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 

 

고도를 높여 깃대배기봉 부근에 이르자 눈꽃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깃대배기봉에서 배낭을 풀고 휴식하면서 간식으로 원기를 보충한다. 

우측의 두리봉을 버리고 태백을 향하여 발길을 또 내딛는다. 

 

부쇠봉의 눈꽃이 환상으로 다가온다. 

 

부쇠봉 정상을 오르기 직전 전망좋은 바위에 올라 선다.

이상 기온으로 남쪽에서는  花信이 속속 전해지는데 태백의 부쇠봉엔 雪花가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우리를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계곡으로 펼쳐지는 눈꽃밭은 武陵桃源이 아니고 무엇인가?

 

山사랑의 도원 결의를 기념한다.

 

樹皮도 흥에겨워 일어서서 춤추며 노래한다.

 

지나는 나에게 눈꽃이 방긋거리며 윙크한다. 

 

부쇠봉 정상을 지난다. 

 

천제단을 향해 내려선다. 

 

주목가지 사이로 태백의 주봉을 본다.

 

부쇠봉을 내려서는 길에는 주목군락이 형성돼 있다.

엄청난 세월을 살아온 주목을 보며 신비와 생명의 경이로움을 본다.

 

주목앞에 서면~~ 난 왜 이리 작아지는가~~~ 

 

부쇠봉 北斜面에 줄지어 서있는 주목들.

獨也靑靑이 아닌 多衆靑靑이다.

경건한 마음까지 든다.

 

태백산 정상 오름길목에 쌓여져 있는 천제단중의 하나. 

규모도 제일 작고 근래에 쌓은 것으로 보인다.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인 천왕단.

장군봉에 세워져 있는 장군단과 함께 太白山 天祭壇으로 통칭된다. 

 

정상석에 쓰여진 `太白山 '이란 글씨가 시원스럽다.

 

태백정상 주위의 능선들이 유유히 흐른다. 

 

장군봉을 바라본다.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많다.

태백산은 높고 큰 산이나 등산로가 짧아 누구나 오르기 쉽다. 

 

뒤 돌아 보니 문수봉이 외로이 서 있다.

몇 번의 태백산 등반길에서도 문수봉을 외면해 왔다.

다음에는 꼭 한 번 문수봉을 찾을 것이다.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 옆에 철책으로 보호되고 있는 주목들. 

 

 

장군봉 정상의 천제단인 장군단.

젯상이 차려져 있고 안녕을 기원하는 이들도 보인다. 

 

저 너머 함백산이 선명하다.

다음에 이어 갈 대간구간이다. 

 

태백산의 主 주목군락지가 시작된다.

정상부는 주로 고목들로 출입제한을 목적으로 목책이 설치되어 있다.

 

표피가 거의 벗겨져 마른 고목들인데 일부 가지에 생명이 남아 있다. 

나로서는 생명의 신비를 헤아리기 어렵다.

 

 

 

함백산을 배경으로 한 그루의 주목이 고고하다. 

 

기형의 주목들도 눈길을 끈다. 

 

 

 

주목과의 헤어짐이 못내 섭섭해 뒤돌아 보고 또 돌아 본다.

사길령 매표소가 2.4Km 아래에 있음을 안내한다.

몇 년 전에 사길령 매표소를 출발하여 천제단을 경유, 유일사를 거쳐 당골로 내려서는

산행을 친구들과 같이 했던 기억이 새롭다.

 

사길령 매표소 갈림길에 있는 山靈閣.

사길령은 경상도와 강원도를 넘나드는 관문으로 험하기로 유명해 맹수와 산적들의 습격을 피하여

수십 혹은 수백명씩 대열을 이루어 넘나들었는데 무사안전을 위하여 고갯마루에 당집을 짓고

제사를 올리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계속 직진으로 화방재를 향한다. 

 

침엽수의 곧추선 모습이 날렵하다. 

 

오늘의 목적지 화방재에 내려선다.

다음주에 함백산을 우리는 또 대간마루금으로 이어갈 것이다.  

 

 오늘의 대간길; 도래기재~구룡산~ 고직령~ 곰넘이재~ 신선봉~ 깃대배기봉~ 부쇠봉

                       ~천제단~ 태백산~ 유일사입구~ 사길령갈림길~ 화방재 -약 24Km

                              (2007. 2. 23.~ 2. 24.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