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정맥/백두대간

거친 암벽파도를 타고 넘어 올라선 문장대

영원한우보 2006. 7. 16. 22:21

전 번 대간길에 운무로 시야가 트이지 않아 속리산의 여러 봉(峰)들과의

만남을 아쉽게 미루며 문장대 오르기를 포기한 나는 이번 대간길에는 

뭇 봉들과 꼭 대면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전국이 장마로 난리인데

무슨 호사스런 욕심을 부리냐고 돌팔매를 맞을 것 같다.

 

 

대간산행 2~3일 전부터 일기예보에 귀를 곤두세워 보지만 맑은 날씨는

고사하고 강우로 입산통제나 되지않기를 바랄뿐인데 새벽에 일어나

배낭을 메고 현관을 나서니 빗방울이 곧 떨어질 기세다.

 

집결지에 모인 우리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차창 밖에는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온통 덮고 있어 곧 비가 내릴 태세이나 가랑비만 조금씩

오락가락 할 뿐 남으로 내려가면서 구름의 두께는 서서히 얇아진다.

 

오늘은 시어동매표소~ 문장대~ 밤티재~ 늘재까지 등반이 계획되어 있으나

허튼 입장료도 아끼고,한 번 갔던 길을 중복하지 않으려 늘재에서 출발하여

629봉~ 696봉~밤티재~ 암릉구간~ 헬기장~ 문장대~ 휴게소~ 법주사로

하산하기로 노선을 변경하고 늘재에 도착하니 따로 주차할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차도에 잠시 차를 세우고 서둘러 하차한다.

 

 

늘재에는 수령이 320년 되었다는 화북면 보호수인 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을 뿐 늘재임을 알려주는 표지판도 보이지 않았으며,

우리 일행은 바로 대간길로 접어들었다.

 

이십 여분을 걸어올라 629봉 부근에 올라서 보는 속리산 능선은  비구름이 많이 낀

가운데서도 선명하다. 

 

대간길 주위에는 며칠 전 지나간 태풍 `에위니아'의 영향으로 심하게 몸살을 앓은 듯

나뭇가지들의 꺾인 잔해들이 나뒹굴고 있다.

 

태풍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저 산의 능선과

푸르름의 나무들이 대견하고, 서북쪽의 하늘은 곧 비가 쏟아져 내릴 듯하다.

 

 

문장대를 향해 가는 길은 여느 대간길과 다를 바 없이 곳곳에서 야생화가 반겨준다.

 

 

 

 

 

오십 여 분만에 696봉에 도착한 우리를 밤티재에서 여기까지 달려 올라와 마중하는

바람이 습기 많고 후텁지근한 공기로 지친 우리를 간담까지 서늘케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전방 좌우가 탁 트여 불어오는 바람 만큼이나 시원하고

능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운무가 동양화의 미를 더한다.

 

 

불과 십여 분 전과는 달리 서북쪽의 먼 산에는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산 기슭을 찬란하게 비추인다. 

 

유영(流泳)하는 구름이 잠깐 비껴선 사이 계곡에도 햇살이 눈부시게 내려 쪼이고

밤티재로 오르는 포도가 살짝 드러난다.

 

 

여전히 길건너 속리산 능선에서는 운무가 이리저리 위치를 옮겨가며 우리에게

산수화 회화(繪畵)솜씨를 뽐내 보이고 있다.

 

 

한 시간 이십 분만에 밤티재에 내려서는 길은 빗물로 씻겨 깨끗히 청소되어

우리의 사열을 기다리고 있고, 이곳에서 문장대까지 약 4.5Km는 출입이

금지되고 있었으나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밤티재 주위의 꽃들은 가을이 금방이라도 올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밤티재를 올라선 후 십오 분 가량을 올라가니 속리산 기암들이 운무 사이로

살그머니 모습을 보여 주며 신비롭게 다가온다.

 

줌을 당겨 기암묘봉(奇岩妙峰)들과 미리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십여 분을 더 다가가 보는 바위들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어

우리의 탄성을 자아낸다.

 

 

운무와 어울려 유희(遊戱)하는 암봉을 감상하며 걷는 능선길은 가히 선계(仙界)인데,

 

 

노송은 아예 드러누워 여유자적하며 선경(仙景)을 즐기고 있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자 산죽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더듬이를 움직이며 조심스럽게 제 갈길을 가고 있는 곤충 한 마리가 앞으로

펼쳐질 암릉구간을 조심해서 지나라고 우리에게 조언하는 듯 하다.

 

이제 암릉구간의 시작을 알리는 바위를 미리 줌을 당겨 만나본다.

 

이끼의 동거를 허락하며 이끼와 같이 살고있는 마음 너그러운 바위 앞에서 사진

포즈를 취한 후 계곡을 바라보며 휴식으로 암릉구간을 지날 에너지를 모은다.

 

 

 

암릉길 초입에서 만난 개구멍 바위는 몸을 굽히고 기어 들어가 줄을 잡고 2m 가까이

내려서야 하는데 홍천 팔봉산의 해산굴을 통과하기 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어렵사리 개구멍 바위를 통과해 능선을 보니 계속 암릉은 이어진다.

 

또 다시 좁은 암굴을 힘겹게 통과하고 나면,

 

보상이라도 하듯 선경은 펼쳐진다.

 

 

산죽의 완만한 길이 잠깐 이어지며 숨 돌릴 여유를 주는가 싶더니,

 

바로 거친 암벽이 거대한 파도 처럼 앞을 가로 막는다.

 

 

 

보슬비가 오락가락 하는 암릉을 사오십 분 가량 암벽길을 개척하며 오르내리기를

반복한 끝에 평탄한 능선길로 접어들어 정상을 향한 걸음을 계속한다.

 

 

헬기장을 지나 문장대로 향하는 길은 천상(天上)으로 통하는 선로(仙路)로다!!!!!!

 

이 삼분을 올라가니 문장대에 도착하는데 운무로 주위는 가시거리가 불과

수 십 미터 밖에 확보되지 아니하여 주변의 조망은 불가능 하였다.

 

문장대(文藏臺)는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속에 감추어져 있다하여 운장대

(雲藏臺)로 불러 왔으나, 세조가 요양중에 이곳에 와서 책을 읽은 이후

문장대라고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문장대에 올라서니 갑자기 굵은 빗방울과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쳐 정상을 향해  

설치해 놓은 철계단을 오르기가 무척 힘들다.

 

어렵게 정상을 올랐으나 주위가 전혀 조망되지 않아 비바람 속에서 정상에 설치된

안내판으로 문장대에서 조망되는 봉우리들을 그림으로 감상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철계단을 타고 내려선다.

 

정상부에 움푹 파인 웅덩이는 알이 부화한 장소로 `태초의 생명의 신비를 알려주는

것 같다'고 안내판은 설명하고 있다.

 

 

문장대휴게소에 내려와 잠시 주위를 관망한 후 전 번에 내려섰던 화북과 반대방향인

법주사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문장대에서 시작되는 계곡물은 십여 분을 내려가자 제법 많은 수량(水量)을 자랑하며

바위 아래로 무리지어 곤두박질 치고 있고,

 

 

경사가 가파른 계곡길을 사십 분 이상을 내려오니 조금씩 경사가 완만해 진다.

 

이제 차가 통행하는 넓찍한 숲길을 걸어 나오는데 세조가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중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종기가 깨끗하게 나았다고 전해지는 목욕소를 통과한다.

 

계곡 하류로 내려오며 사방에서 모여든 물은 그 양이 많아지며 의기양양하게

큰소리로 떠들면서 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흘러가고 있다.

 

법주사로 내려가는 계곡물이 모여서 저수지를 만들고 있는데 그 맑고 푸르름이

녹음짙은 산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저수지(?)를 지나 십 여분을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와 법주사 입구에 도착한다.

 

법주사는 의신(義信)조사가 천축(天竺:인도)으로 건너가 경전을 가지고 귀국하여

삼국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진흥왕14년(553년)에 창건한 절로써 몇 차례의

보수와 증축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법이 안주할 수 있는 탈속(脫俗)의 절이라는 법주사에는 팔상전(捌相殿:국보 55호),

쌍사자석등(국보 5호), 석련지(石蓮池:국보 64호)등 국보 3점,사천왕석등(보물 15호),

마애여래의상(磨崖如來倚像:보물 216호)등 보물 6점, 천연기념물인 정이품송(103호)과

도지정 문화재 13점 등 다수의 문화재가 산재 보존되고 있다.

 

법주사 정문 입구에는 법주사를 중창(重創)하고 남한산성을 쌓을 때 팔도도총섭으로

승려를 동원하여 축성작업을 지휘하고, 병자호란 때에는 승병 수 천명을 모집하여

북진했던 벽암대사비가 자연석 암반위에 홈을 파고 세워져 있으며,

 

그 옆으로는 현종7년(1666년)에 송시열이 짓고 송준길이 쓴 속리산의 내역을 기록한

속리산사실기비(俗離山事實記碑)가 누각안에 보존되어 있다.

 

법주사 경내를 둘러보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호서제일가람'이라고

쓰고 그 뒷편에 전서체로 `俗離山林法住寺'라고 쓴 일주문이 지나가는 우리에게

탈법(脫法)하지 말고 법에 안주하는 삶을 살라고 충고한다.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포장길 옆으로 자연학습체험로를 따라

시냇물을 보면서 걸어 나오다가 물줄기가 아치를 그리는 다리를 건너 속리산

조각공원을 둘러 보았는데 잘 가꾸어진 잔디위에 소나무로 조경한 공원이

연두색 카펫을 깔아놓는 것처럼 아름답다.

 

 

 

 

버스가 주차된 속리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열 서너명이 하산하여 늦은점심겸

저녘식사를 하고, 일부는 수돗가에서 땀과 빗물을 닦아내고 있다.

 

한 시간 가까이 후미를 기다려 상경하는데 괴산, 증평의 하늘은 파아란 하늘에

흰구름이 노닐고 있었고, 벼가 제법 자란 파란 논을 유유히 비행하는 백로(?)가

평화로움을 구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