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삼각산 합동등산모임이 동기 카페를 통하여 공지되었는데 회장단에서
참석요청도 있었지만 나도 오랫만에 친구들을 한 번 만나보고 싶어 다른 약속을
하지않고 기다렸다.
시간을 지켜 나가보니 합동모임이란 취지에는 미치치 못하는 적은 인원이 나와
있었으나 30 년 넘는 세월을 흘려 보내고 나서야 만나는 친구도 보여 반가움을
더하는데 자귀꽃도 우리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준 듯 하다
10여 분을 기다리다 1진은 먼저 원효봉을 향해 떠나고 몇 명이 늦게 도착하는 친구를
기다려 뒤따라 출발한다.
원효봉을 왼쪽으로 보며 10여 분을 올라가니 조선시대 북한산성을 축성한 후 승병을
유치하여 산성을 수비하기 위해 건립했던 서암사지(西岩寺址)터를 발굴 조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계곡을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는 물줄기가 후텁지근한 날씨에 우리를 유혹하고 있고,
노랗게 잘 익은 자두가 입안의 침샘을 자극한다.
머리 위로는 망경대가 갈기를 세우고 포효(咆哮)하는데,
줌을 당겨 곧추세운 갈기를 다시 한 번 어루만져 본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친구들을 세우고 셧터를 누른다.
원효봉의 암벽도 무더운 듯 땀을 줄줄 흘리고 있고(아마도 빗물이겠지),
더위를 식히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에서 여유와 평안을 본다.
원효봉 정상이 700m 남아 있음을 알리는 팻말근처에 이르러 간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한 후 계단길을 오른다.
백운대로 갈라서는 북문에 도착한 시각이 정확히 정오를 가리키고 있고,
좌측 산성을 따라 200여m를 올라서니 원효봉에 선착해 있던 제1진 친구들이
함성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정상의 시원스런 조망으로 노적봉과 망경대, 백운대, 염초봉이 이어지고,
의상봉을 비롯한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한봉, 나월봉 능선이 너울거리며
우리의 만남을 축하한다.
삼각산의 수려한 경관을 만끽한 우리는 30년의 우정을 확인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선두는 우리가 올라온 길로, 우리는 선두가 왔던 코스로 하산을 시작한다..
아직도 만남의 기쁨으로 한 컷을 더 누르고 내려오는데,
앞에 보이는 은평뉴타운 공사현장의 엄청난 규모가 인간들의 탐욕을 보는 듯하여
씁쓸하게 다가온다.
백두대간 종주를 먼저 마친 친구의 충고와 경험담을 들어가면서 내려서는 산길은
한가해서 좋고 여유로와 좋다.
하산을 시작하여 30여 분만에 삼각산 열 두 성문 중 맨 마지막에 위치한 시구문에
도착하는데 이 문을 통과하여 내려서면 효자리로 내려서게 되나 우리는 좌측
탐방지원쎈타을 보며 계곡을 향한다.
계곡으로 내려서니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들썩하고,
길가에는 정겨운 도라지 꽃이 혀끝에 알싸한 미각을 전달하고, 어릴적 꽃봉오리를
톡 톡 터트리며 놀던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시골 뒷뜰에 피어있던 봉숭아는 여기서도 나를 반겨주고, 빨간 물을 들이기 위해
봉숭아꽃을 찧어 손톱에 실로 꽁꽁 묶고 잠들던 기억이 새롭다.
회포를 풀기위해 예약한 계곡의 음식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우리를 마중나온
풍년초(일명 `개망초'라고도 부르는 모양인데 나는 `풍년초'라는 이름이 더좋다)
가 반겨 맞는다.
30년 지기의 모두를 위한 건배를 시작으로 몇 시간동안 회포를 마음껏 풀어내며,
친구가 간간히 들려주는 30여 년 전 학창시절 유행했던 노래와 동요가 우리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린다.
삼각산의 원효봉과 노적봉은 추억을 모두 풀어내지 못하고 먼저 내려서는
내 마음을 아는지 안타까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내 산행및 여행 > 산따라 물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찾은 팔봉능선 (0) | 2006.07.30 |
---|---|
솔향 그윽한 남한산성 소풍하기 (0) | 2006.07.23 |
연주대를 넘어 팔봉능선을 가다 (0) | 2006.06.25 |
서울대공원 주변 둘러보기 (0) | 2006.06.08 |
운무(雲霧)타고 오른 삼각산 (0) | 2006.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