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사이에 어느덧 한북정맥에서 분기한 두 개의 지맥 종주를 마쳤다.
저번 주 화요일에는 서울성곽 따라돌기를 하느라고 지맥산행을 쉬었는데 오늘은 계속해서
경기지맥 종주계획에 따라 화악지맥 마루금 밟기에 나선다.
흐리던 날씨는 점차 맑아지고 바람이 제법 쌀쌀하지만 산행내내 한북정맥의 그림 같은 마루금을
조망하며 지천에 피어 난 앙증맞은 노루귀와 여왕 같이 화려하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얼레지,
바람난 여인처럼 살랑거리며 우리의 혼을 빼는 바람꽃, 샛노랑 저고리로 치장한 양지꽃과
노랑제비꽃, 뒤늦게 찾아 온 우리를 거부하지 않고 맞아주는 후덕한 여인의 인품을 지닌 복수초,
현호색, 개별꽃, 산괴불주머니 등 야생화가 산상 화원을 이루고 있는 산길은 황홀했다.
38선 이북 남한의 최북단에 위치한 경기 최고봉인 화악산 북사면에는 아직도 두꺼운 얼음이
가랑잎 속에 몸을 숨기고 우리의 발을 걸며 장난을 걸어오는데 4월은 다 지나야 이놈들의
훼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기 5악이란 개성의 송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 과천 관악산, 가평의 화악산을 일컫는 바
그 중 최고봉인 화악산을 오늘 오르게 됨으로써 개성의 송악을 제외한 남한의 경기4악을 모두
밟게 되었는데 하나 남아 있는 송악은 언제나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북화악지맥은 한북정맥이 남하하면서 광덕산에서 남서쪽으로 명성지맥을 분기시키고 백운산과
도마치봉을 지나 도마봉에서 남동쪽으로 분기하여 석룡산, 화악산, 촉대봉,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을 거쳐 남서로 방향을 틀어 물안산, 보납산까지 흐르다 북한강으로 그 모습을
감추는 도상거리 약 45Km에 이르는 산줄기를 말한다.
동서울터미날에서 만난 일행은 오늘 두 번째로 출발하는 7시30분 발 강원고속을 타고 두 시간 만에
사창리에 도착했는데 사창리라는 지명은 친구들끼리 군대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주 등장하던
이름이었으나 나는 한북정맥을 하면서 재작년 처음으로 이곳에 왔던 적이 있는 곳으로
선입적인 語感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자그마한 시골의 옛날 차부 풍경을 느끼게 하는
버스터미널(?)이 정겹게 다가왔다.
사창리에서 택시를 타고 10餘 분을 달려 도마치 정상에서 하차한 (09:44)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산행들머리를 찾아 가평방향으로 1~2백 미터를 진행하여 절개지 사면으로 오름을 시도했지만
위험하여 도마봉을 거쳐 국망봉으로 오르는 계곡을 따르다가 우측의 산사면으로 붙어 선행자들의
흔적을 따라 산등으로 올라섰다.
산등에 올라서자 도마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방화선이 구축되어 있어 시야가 시원하게 터지고
우리는 방화선을 따라 도마봉을 향한다(10:05).
도마봉으로 향하면서 좌측 200도 방향으로 조망되는 도마봉에서 신로봉을 지나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능선이 멋지게 드러난다.
헬기장을 지나 벙커봉에 올라 뒤돌아 본 화악지맥의 마루금은 도마치를 건너 이어지며 수덕바위봉을
지나 좌측으로 석룡산을 향해 오르고, 우측 멀리로는 명지산이 조망된다.
좌측으로 방향을 조금 더 돌려보면 중앙의 화악산이 좌측에 응봉, 우측에 석룡산을 어깨에 걸고
경기의 최고봉 맏형다운 늠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는 도마봉에 올랐다(10:36).
한북정맥에서 화악지맥이 분기하는 도마봉을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곳이 도마치이기에
우리는 도마치에서 북으로 진행하여 이곳에 올라 마루금을 이어가는 것이다.
도마봉 정상은 쌀쌀한 바람이 거세게 불지만 사방으로 조망이 좋아 우리는 그동안 걸어왔던
산줄기를 가리키며 한참 동안 산행의 추억을 돌이키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도마치봉에서 이동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너머로 광덕산에서 각흘산을 지나 명성산으로
이어지는 명성지맥이 서북쪽에 펼쳐져 있고,
북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도마치봉이 높아만 보이고,
남서쪽으로는 가리산이 선명하고,
뒤로 돌아보면 우리가 오늘 가야 할 능선이 실운현까지 활 처럼 휘어져 동남쪽으로 이어지고,
남남서 방향으로는 한북정맥이 신로봉을 지나 국망봉을 향하여 흐르고 있다.
도마봉에 서 있는 이정표는 국망봉 6.09Km, 도마치1.67Km를 가리키고 있다.
도마봉을 내려서는 순간 비로소 화악지맥 종주가 시작되었고 도마치로 발걸음을 옮겨 반암산이
좌측으로 갈리는 벙커봉을 오른다(10:52).
오늘 진행 할 마루금을 다시 한 번 바라보니 멋지게 펼쳐지는 능선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내려서는 발아래에는 양지꽃과 노랑제비꽃이 몸을 흔들며 발길을 잡는다.
도마치 절개지를 내려선다.
누군가가 수로위에 밧줄을 매어놓아 타고 내리기가 수월했으나 맥을 이어가는 진정한 산사람들은
이런 방법으로 산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도마치에 내려섰다(11:20).
도마치는 화천군 사내면과 가평군 북면을 잇는 고개로 수 년 전 개통되었으나 통행량이 많지 않아
도로가 한산했다.
도마치 정상부에 서너 개의 간이 음식점인 쉼터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만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어 들어가 손두부를 시켜 먹으며 걱정스레 손님이 좀 있느냐고 물었더니
꽤 장사가 잘 된다며 여름에는 몇 명이서 매달려야 할 정도라고 귀뜸하는데 음식맛이 생각보다
좋아 그런지 산객들과 고개를 넘는 사람들이 쉬어가며 발길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우리는 약 20분 가량 머문 후 쉼터 뒤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산행을 재개한다(11:45).
3~4분 가량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면 비포장 군사도로가 이어지고 좌측의 산길로 진입하면
도로와 만나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도로를 따라 10餘 분 오르면 공터가 있는 헬기장에 이르게 된다(12:00).
군사도로는 끝나고 방화선이 선명한 산길 오름을 시작한다(12:16).
능선에 올라서서 뒤돌아 보면 지나온 화악지맥의 마루금과 그 뒤로 광덕산 기상대에서 우측으로
회목현에서 회목봉과 복계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조망된다.
13~14분을 더 오르면 3등 삼각점이 있는 989봉에 이르고 여기서는 수덕바위봉이 코앞으로 보인다.
989봉에서 올려다 본 수덕바위봉.
노랑제비꽃, 현호색, 미치광이풀 등 야생화 개체수가 눈에 띠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수덕바위봉 좌측으로 활 처럼 휘며 석룡산을 지나 화악산으로 화악지맥은 이어진다.
수덕바위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기암들이 보이고 협로가 이어지며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수덕바위봉 오름길은 가파르고 위험하지만 뒤돌아 보면 한북정맥이 멋지게 조망된다(13:20).
수덕바위봉에서 바윗길을 돌아서면 1110봉에 이르고 싸리목으로 향하는 내림길에는 산괴불주머니,
개별꽃, 복수초, 얼레지, 바람꽃, 노루귀, 개감초(?) 등 야생화의 화원이 펼쳐진다.
싸리목으로 내려서며 화악산을 바라본다(13:48).
헬기장이 있는 1103봉을 지난다(14:16).
1150봉에 이르면(14:28) 석룡산 0.3Km, 38교 4.4Km라고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정상석을
옮겨간 흔적이 보인다.
진행하며 다시 본 화악산.
야생화가 계속 눈길을 잡아 끌어 산행속도가 더디다.
특히 엄청난 개체의 노루귀와 바람꽃이 살랑거리며 발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1147봉에 이른다(14:42).
1150봉에 있던 정상석이 이곳으로 옮겨진 듯 하였다.
정상석 주변에 배낭을 풀고 약 30분에 이르는 식사와 휴식을 한 후 일어선다(15:12).
방림고개(쉬밀고개)에 내려섰다(15:24).
석룡산에서 0.6Km 내려온 지점이며 우측으로는 조무락골을 거쳐 38교까지는 5.0Km라고 안내하고
있으며 화악산 중봉방향으로는 등산로가 없다고 표시되어 있다.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걸어가는데 자꾸 미끄러져 낙엽을 들추니 두꺼운 얼음이 건재한 채
우리의 발길을 방해하고 있었는데 남한의 최북단에 위치한 1천 미터가 넘는 高峰의 북사면에는
아직도 완전히 겨울이 물러가지 않고 있었다.
헬기장에 올라섰다(16:01).
남동방향으로는 화악산 정상부의 군사시설물들이 선명하게 조망되고,
북서방향으로는 우리가 오늘 걸어 온 화악지맥의 마루금과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멀리 보인다.
헬기장에서 오름을 시작하여 10餘 분 진행하면 교통호를 따라 타종시설이 힘겹게 서 있는 벙커에
이르게 된다(16:18).
벙커를 올라서서 진행하여 갈림길에 이르러 우측으로 진행하면 가파른 바윗길이 이어지는데
북사면 땅바닥은 얼음이 박혀있어 조심하여 오른다.
오름길을 오르며 본 화악산 정상부의 군시설물과 우측으로 보이는 중봉.
조금더 진행하면 무명봉에 이르는데 조망이 좋다.
바로 코앞에 화악산이 더욱 가깝고,
뒤돌아 본 서북쪽으로는 화악지맥 마루금이 흐르고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장쾌하게 하늘금을 그린다.
석룡산에서 흘러내리는 조무락계곡은 깊었고 계곡 위로는 좌측의 국망봉에서 견치봉으로
한북정맥이 남하하고 있다.
다음 구간에 이어갈 동쪽방향의 응봉쪽으로 마루금이 선명하다.
화악산 갈림길에 이르면 정상으로 더 이상 진행 할 수 없어 좌측으로 내려서면 석룡산 갈림길에
이르고 우리는 계속하여 동쪽으로 진행해 실운현으로 내려간다.
뒤돌아 본 화악산.
우측으로 조망되는 가평시내 방향.
내려서는 교통호에는 눈이 무리지어 모여 있었다.
벙커굴뚝을 지난다(17:03).
실운현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헬기장.
화악터널이 아래로 지나는 실운현에 내려선다(17:38).
실운현에 RV차를 끌고 온 데이트족이 있어 합승을 요청하였으나 태워줄리 만무하지 않은가?
급경사 산 사면을 타고 내려 사내면 방향의 화악터널로 내려섰다(17:59).
화천군 사내면에서 가평 방향으로 보는 화악터널.
터널에 내려와 사창리 택시를 불러 기다리는 동안 약수물로 목을 축이며 간단하게 땀을 닦아내고
341번 도로를 따라 삼일리를 거쳐 사창리로 나와 출발하는 버스를 세워 타고 서울로 향했다.
삼일리로 내려서며 산길옆에서 본 촛대바위와,
무명폭포.
버스에 올라 눈을 감고 몸을 좌석에 밀착하지만 멋지게 뻗어 흐르던 산줄기와 야생화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고 굽이를 돌아드는 버스의 요동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산행일자: 2009. 4. 14. 화요일(화악지맥 1회차)
산행구간: 도마치~ 도마봉 왕복~ 수덕바위봉~ 싸리목~ 석룡산~ 방림고개~ 화악산~ 실운현
산행날씨: 흐린 후 점차 맑아짐. 바람 쌀쌀함. 조망 좋음.
교 통 편: 동서울터미널 사창리행 07:30발 강원고속(9,800원), 사창리~ 도마치 택시(10,000원)
실운현~사창리 택시(11,000원), 사창리 동서울터미널행 18:30발 강원고속(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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