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산행및 트레킹/랑탕계곡 트레킹

스승의 가슴 랑탕계곡에 안기다(4)

영원한우보 2009. 1. 6. 22:43

 

오늘은 랑탕을 출발하여 강진 곰파(Kyanjin Gompa. 3900m)까지 약 400미터 정도만 고도를

높이게 되고 이동거리도 그리 길지 않아서 느지막하게 산행을 시작한다고 하여 더욱 여유롭게 랑탕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숙소주변을 산책하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달걀프라이와 김, 김치, 깍두기 등 

반찬이 풍성한 식사가 식탁에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 포터들이 서둘러 짐을 챙겨 목적지로 출발하는데 오늘 그들은 강진곰파까지 짐을 나르고

임무를 마치게 되면 사흘에 걸쳐 우리와 함께 왔던 길을 되짚어 이틀동안을 걸어 사브루베시로 내려가

그곳에 머물면서 또 다른 트레커들의 짐을 기다리며 일거리를 찾거나 번 돈을 가지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멜빵을 이마에 걸고 길을 떠나는 포터들. 그들은 중국의 짐꾼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짐을 나른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숙소 주변에서  바라 본 랑탕리룽의 모습) 

 

식사를 마치고 주방팀의 뒷처리를 기다리며 휴식을 즐기다가 그들과 함께 느지막히 트레킹을

시작하여(09:15) 햇살이 내려쪼이는 길을 걸어가지만 얼굴을 스치는 공기는 제법 차갑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숙소주변은 얼음이 얼었고 마른 풀에는 무서리가 하얗게 내려 앉아 있었다.

 

마을 어귀를 돌아가며 보는 원주민들의 한가로운 생활풍경은 분주함이 생활화된 우리들 눈에는

답답함 마져 들 정도로 슬로우 모션인데 바쁜일이 별로 없기도 하려니와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그들의 지혜가 녹아내린 습관이 아닐까 생각된다.

 

돌담곁에서 햇볕을 받아 즐기고 있는 할머니와 손주의 표정에서, 서둠없는 여유로운 손놀림으로

땔감을 정리하고 있는 촌로의 모습에서 그들의 한없는 평온함을 본다. 

 

 

우리는 마을을 지나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09:33). 

 

진행 좌측에는 랑탕리룽이 킴셩(Kimshung. 6745m)에 이어지고 얄라피크(Yala Peak. 5500m)와

손잡으려 흘러가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으랴!

高山에 둘러싸인 분지속의 평화로운 랑탕마을을 뒤돌아 본다. 

 

언덕을 오르자 그늘이 드리워진 쵸르덴이 우리를 맞이한다. 

쵸르덴은 티벳불교의 상징물로써 죽은자의 시신이나 부장품이 소장되어 있다는데 겉면에는

불경을 새긴 마니스톤이 벽체를 이루고 있었다.

 

쵸르덴과 마니스톤이 중앙선을 이루는 평탄한 산길을 좌측통행으로 오른다.

흰구름이 흐르는 파란 하늘 아래로 강첸포가 주변의 雪峰을 거느리고 나타난다(09:53).

 

 

랑탕리룽의 위용이 눈부시게 다가온다. 

 

몬두(Mondoo)에 이르렀음을 알려준다(10:06).

야크들이 한가롭게 마른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햇볕이 내려 쪼이는 양지를 걸어 오르는 우리의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해발 3500m가

넘는 이곳 계곡물은 살얼음 상태로 흐르고 있었으며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역시 차다.

 

진행방향 우측으로 나타난 설봉은 강잘라(Gangala. 5120m)라고 가이드인 다와가 알려줬고

구름이 하얗게 퍼지기 시작하는 것은 눈이 내리려는 징조라고 정사장님의 전속 포터가 말하는데

나는 눈을 맞으며 트레킹을 하는 환상적인 풍광을 은근히 기대해 보았지만 산행기간 중 

날씨는 맑은 날이 계속되었다.

 

 

평탄하고 완만한 길을 걸어 싱덤(Singdom)에 도착했다(10:28). 

해발 3천 미터가 넘기 시작한 고라 타벨라를 지나면서 부터는 마을 주변의 넓은 목초지에서

야크가 무리지어 풀을 뜯고 있는 한가로운 풍경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야크는 티벳과 히말라야 고원의 해발 4천~ 6천 미터 지대에서 서식하는데 그동안 무차별 살상으로

지금은 그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상태로 보호되고 있으며 심폐기능이 뛰어나 고지대에서 짐을

실어 나르거나 사람을 태우고 다닌다.

 

Yak는 원래 수컷을 가리키며 암컷은 Nak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일반적으로 야크라고 하면 암, 수

모두를 통칭하며 야생야크 수컷은 어깨까지 높이가 약 1.8m에 이르지만 암컷이나 일반소와 교배해서

태어난 야크는 이보다 훨씬 몸집이 작다.

 

야크는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고지대에서 사는데 낮은 곳으로 내려오면 생식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질병에 약해지는 등 정상적인 생육이 불가능하다고 하며 가축용 야크는 고기와 우유를 얻고

짐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며 똥은 고산지대의 중요한 연료로 사용된다.

  

 

한무리의 야크떼가 계곡의 흐르는 물을 찾아 목을 축이고 있었는데 한겨울 물이 얼어 흐르지

않을때는 직접 눈을 먹어 수분을 섭취한다고 한다. 

 

우리는 마니스톤이 이어지는(Mani stone wall이라고 표기 됨)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가

길가에 보이는 의자에서 잠깐 다리쉼을 하며 주변을 조망한다. 

 

말등에 봇짐을 싣고 앞뒤에서 따라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사진속에서나 보던 풍경이다. 

 

Mani stone wall이 이어지는 평탄한 등로는 계속된다. 

 

마니스톤의 모습.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고............... 

 

계곡물을 가까이 옆에 끼고 걷기도 하고.......... 

 

계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넓어져 있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완만하여 큰 힘이 들지는 않지만

고도가 높아지며 고산증세가 나타났고 나같은 경우에는 하지 말라는 샤워를 해서인지 머리가

약간 띵하고 지끈거리는 증상이 계속되었다. 

 

룽다르가 휘날리는 쉼터에 도착한다(12:06).

 

주변을 조망한다.

모든 것이 정지한 듯 평화롭고 여유로움이 흐른다.

거기에는 속세를 떠나온 신선들의 여유자적이 있을 뿐이다.

 

Lansshisa-Ri, Gangchhenpo을 이어 설봉들의 능선은 우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진곰파로 오르는 길은 이어진다.

뾰족하게 강진곰파 전위봉이 서 있고 우측으로 하얗게 만년설이 흘러내리는 듯 보이는 봉우리는

Tesrko-Ri(4984m)로 생각되는데 만년설이 아니라 부서진 돌이 흘러내리는 너덜이다.

 

강진곰파로 오르는 도중에 우리의 짐을 목적지에 옮겨 놓고 하산중인 포터들과 만났는데 그들은

이틀 반나절 동안 수고한 댓가를 만족하게 받았는지 밝은 표정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그들은 순수했고 착했으며 눈동자는 맑고 천진스러워 순박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뒤돌아 보며 아쉬운 듯 손을 흔들면서 내려서는 그들과 이별하고 지면에 납작 엎드려 땅을 기고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    

 

강진곰파로 오르며 본 설봉 Kimshung과 우측에 肉山으로 둥근 Kangjin-Ri와 뾰족하게 솟아있는

강진곰파 전위봉이 비슷한 높이로 보이지만 6745m의 雪峰 킴성과 4400~4500m의 전위봉은

이천 미터 이상의 엄청난 고도차가 있다. 

 

약간의 경사를 올라 언덕에 올라서니 강진곰파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병풍을 둘러친 듯 아늑한 분지에는 트레킹을 시작한 이후 제일 규모가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가 이틀 동안 머물 숙소인 Yala peak hotel에 도착했다(13:19). 

높은 산들에 둘러쌓인 마을은 조용하고 평온이 넘치고 있었는데 너무나 안락하였고 주변풍경은

무어라 형용할 말을 찾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강진곰파로 올라오며 계속 조망되던 강첸포 등 설봉들을 숙소주위에서 바라보니 더욱 가깝게 다가와

신비스럽고 경이롭기만 한데 하늘까지 어찌 이리도 맑고 파란지 곧 쏟아져 내려 강진곰파를

금방 쪽빛 바다로 만들어 버리고 말 것만 같다. 

아! 벅차오르는 이 순간이여 영원하라!

 

줌을 당겨 본 Gangchhenpo와, 

 

Naya Kanga봉의 멋진 설경모습이 정말 눈부시다. 

 

창조주께서 만드신 태초의 순도높은 강진곰파의 공기를 가슴깊이 흡입하며 북쪽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니 이번에는 왼편끝에 살짝 고개를 내민 랑탕리룽과 흘러 내리다가 다시 힘차게 솟구치며

톱날같은 침봉을 만들고 있는 킴셩의 모습이 마치 고래잡이를 하는 거대한 작살처럼 보였다.

 

뫼산(山) 字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설봉은 킴셩이다. 

 

우리가 강진곰파 주변의 풍경에 넋을 잃고 있는 사이 차려진 점심식사 또한 예술이었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한 시간에 걸쳐 오후 2시 반쯤 마치고 주변을 산보하러 나섰다.

오늘은 여기서 편히 휴식하고 내일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강진리를 오를 것이다.

 

문명과 단절된 며칠간의 생활에 익숙해진 것일까 우리는 시간의 개념도, 동행하며 살아왔던

가족이나 친구들, 이웃들의 존재는 머릿속에서 가물거리고 있었으며 여기서 서둠이란 부질없는

행위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각인된 것인가,  벌써 여유가 습관처럼 몸에 밴 때문인가

우리의 움직임에서 `빨리'라는 개념이 이미 사라져 버렸다. 

 

먼저 치즈공장(?)에 들어섰다.

치즈생산의 전 공정은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치즈공장을 나온 우리는 바로 윗쪽에 위치한 곰파를 둘러 보았다.

Kyanjin Gompa라는 마을 이름은 이미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Gompa는 절, 寺刹을 뜻하는 말이다.   

  

 

강첸포에서 우측방향으로 이어지는 설봉능선을 따라 눈길을 돌린다.

새털구름인지 양떼구름인지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새파란 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설연(雪煙)이

피어나는 듯 실구름 몇 가닥이 하늘을 향해 날아 오르고 있다. 

 

 

 

 

기념 한 컷을 남기고 곰파를 내려서서 마을을 산책했다. 

 

마을 동북쪽을 걸으며 본 설봉과 목장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우리가 며칠 동안 걸어왔던 랑탕계곡의 모습을 내려다 본다.

 

마을을 산보하면서 Bakery cafe에 들러 우리가 주문한 즉석빵을 시식했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한국에서 먹던 빵과는 다르게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며 정사장님께서 전속포터까지 고용해

가지고 오신 사진기로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등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저녁식사를 마쳤다.

 

여섯 시가 조금 넘어서 시작된 저녁식사를 일곱 시쯤 끝내고 난롯가에 모여앉아 장작불이 사그라들

때 까지 그동안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나누며 강진곰파에서 첫밤의 추억을 만든다.

 

장작불이 화력을 잃어갈 즈음 우리는 차디찬 밤공기가 흐르기 시작한 칠흑같은 암흑세계에서 펼쳐진

강진곰파의 엄청난 뭇별들의 잔치에 참석하였는데 그간 랑탕계곡을 오르며 보았던 밤하늘은 높은

산에 가려져 좁은 공간만을 볼 수 있었지만 강진곰파의 하늘은 넓었고 그 공간에서 반짝이고 있는

1등성에서 6등성까지의 별들은 물론, 은하수까지 선명하게 제모습을 드러내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오늘도 잠을 청하며 자리에 들었지만 깊은 잠은 이루지 못하고 설쳤는데 나중에 귀국하여 의견을

나누던 중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고산증세라는 진단을 하게 되었다.

 

                                                                                                            -제 4편을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