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망대에서 본 해금강)
安不忘危
逆境(역경)을 이겨내기보다 順境(순경)을 이겨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
역경은 힘든 생활을 말하고, 순경은 순탄한 생활을 말한다.
사람이 역경에 처하면 어찌되었든 그 생활을 이기고 살아 남는다.
그러나 편안한 생활이 시작되면 편안함에 안주하며 곧바로 나태함에 물들게 된다.
편안할 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닥쳐올 때는 어찌할 것인가?
`安不忘危(안불망위)'라는 말이 있다.
`安'은 `편안하다'라는 뜻이다. `安樂(안락)'은 `편안하고 즐겁다'는 말이고,
`慰安(위안)'은 `위로하여 편안하게 되다'라는 말이다.
`忘'은 `잊다'는 뜻이다.
바쁜 사람이 흔히 쓰는 `備忘錄(비망록)'은 `잊을 것에 대비하여 쓰는 문서'라는 뜻이다.
`備'는 `준비하다, 대비하다'는 뜻이고, `錄'은 `기록하다, 기록한 문서'라는 뜻이다.
`忘憂物(망우물)'은 `걱정을 잊게 하는 물질'이라는 말인데, 흔히 `술'을 이렇게 말한다.
`危'는 `위험하다, 위태롭다'는 뜻이다.
`危機(위기)'는 `위태로운 시기, 위태로운 조짐'이라는 말이다.
`機'는 원래 `기계, 틀'이라는 뜻이지만 `시기, 조짐'이라는 뜻이 있다.
`危機一髮(위기일발)'은 `위기가 눈앞에 닥쳐왔다'라는 말이다.
`一髮'은 원래 `한 올의 머리카락'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한 올의
머리카락의 길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머리카락 하나의 길이만큼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安不忘危'는 `편안한 상태에서도 위기를 잊지 않는다',
즉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편안할 때 준비하는 일은 여유 있고 즐겁다.
그러나 위난의 시기에 대처하는 일은 괴롭다.
문제는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 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