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제1폭포 부근의 협곡)
書不盡言, 言不盡意
한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지만 한마디 말이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항상 말을 조심하라고 경고하며, 침묵이 금이라고 가르친다.
말은 완전하지 않다. 마음은 이렇지만 말은 저렇게 나오며,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불쑥 나오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휘가 적절하지 못해 오해를 받는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어휘로 말을 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와 전혀 다른 뜻이 전달된다.
말이란 말하는 사람의 모든 뜻을 완전하게 나타내지 않는다.
글도 이와 다르지 않다.
`書不盡言(서불진언), 言不盡意(언불진의)'라는 말이 있다.
`書'는 `쓰다, 기록하다'라는 뜻으로부터 `글자, 문자'라는 뜻이 생기고,
다시 이로부터 `글, 문장, 편지'와 같은 뜻이 생겼다.
여기에서는 `글, 문장'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盡'은 `다하다, 없어지다'라는 뜻이다.
`盡力(진력)'은 `있는 힘을 다하다'라는 말이다.
`盡善盡美(진선진미)'는 `선을 다하고 아름다움을 다하라'는 뜻이므로
`더할 수 없이 훌륭하다, 더헐 수 없이 아름답다, 더헐 수 없이 잘되다'라는 말이다.
`言'은 `말'이라는 뜻이고, `意'는 `뜻, 생각'이라는 뜻이다.
`意圖(의도)'는 `무엇을 하려고 시도한 것'이라는 말이고, `意外(의외)'는 `뜻의 외부',
즉 `뜻밖'이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書不盡言, 言不盡意'는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하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하면 `글이란 하고 싶은 말을 다 나타내지 못하고, 말이란 원래의 생각을
모두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을 보고 함부로 실망할 필요가 없고, 한마디 말에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는 얘기다.
서운한 말을 듣더라도 상대의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해보면
오해는 없어지고 나의 마음은 넓어진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 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