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정맥/백두대간

더위와 벗하며 밧줄타고 오른 대야산

영원한우보 2006. 8. 6. 19:45

 

폭우로 인한 입산통제로 백두대간 산행이 취소되어 기다림으로 한 주간을 보냈으나

장마가 끝나고 불볕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며 연일 전국을 열탕의 도가니로 만들고

열대야 현상까지 계속돼 밤잠까지 설쳐대고 있으니 오늘 산행은 무더위와의

치열한 싸움을 해야할 것 같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산꾼들이 산행에 나설까 의문하며 집을 나서서 사당역에 도착하니

벌써 낯익은 여러사람이 보이고 5분쯤 뒤에 도착한 버스는 한 대가 아니라 두 대였다.

평소 대간산행은 대형버스 한 대로 30여 명 남짓 했왔으나 오늘은 두 대의 차량이

준비된 것을 보니 산사랑의 열기가 요즘의 기온만큼이나 뜨거움을 느낀다.

 

오늘은 전 주 산행취소로 청화산~조항산 구간을 등반하는 것으로 알고 나갔으나

산행 일정표가 몇 주 전부터 일반인들에게 배포된 후라 이 구간은 적당한 시기에

땜질하기로 하고 오늘은 대야산을 등반하겠다는 산악회의 설명이다.

 

(버리미기재~곰넘이봉~불란치재~촛대봉~대야산(상대봉)~대문바위~밀재

~월영대~용추~벌바위의 南進 방향으로 등반함)

 

등산객들을 두 대에 가득채우고 고속도로로 진입한 버스는 여름휴가의 여파로 속력을

내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정체를 빚으며 11시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대야산 입구

버리미기재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열기가 앞을 가로막으며 오늘 산행은 천천히 안전산행을 권하고 있고

하늘은 하얀 뭉개구름을 띄워 우리의 등반 장도를 축하한다.

 

이미 배낭을 챙겨 산행에 나서는 산객들의 발걸음에는 더위와 싸울 비장한 각오가

서려있다.

 

15분 가량을 걸어 조그만 봉우리에 올라서니 시야가 멀리까지 달려가는데 몇 주전

장마 때 실망시켰던 조망을 보상하기라도 하는 듯 하다.

 

 

무더위에 설상가상으로 대형버스 세 대에서 쏟아져 내린 많은 등산객들이 급경사 암능에

설치된 밧줄과의 씨름으로 산행은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지나온 능선은 아름답게 다가오고,

 

노란 원추리는 지나는 산객들을 유혹한다.

 

곰넘이봉을 지나며 모습을 드러내는 미륵바위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기암들의 전시장이라는 대야산을 초입부터 웅변한다.

 

미륵바위 뒤로 보이는 대야산 능선이 구름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손짓한다.

 

크고 작은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지 한 시간여 만에 불란치재에 도착하였으나

별다른 특징이 없는 고개로 지금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것 같이 보였으며

어느 산악회에서 표시해 놓은 조그만 표지가 외로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대간길임을 알려주는 리본이 매달려 있는 길을 따라 대야산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한다.

 

불란치재를 올라서서 30여 분 온 몸을 흘러내리는 땀과의 사투끝에 촛대봉에

도착했으나 그 이름의 명명 이유를 찾을 수 없었고 우리가 오를 대야산 정상이

시야에 우뚝 다가설 뿐이다.

 

 

촛대봉을 지나 대야산으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매우 위험하였고

여기서도 밧줄에 의지하여 내려서기를 반복한다.

 

 

대야산 정상인 상대봉을 오르는 입구의 촛대재를 지나서 정상으로 향하는데,

 

세월의 질곡을 힘겹게 짊어진 소나무 한 그루가 정상정복의 험한 난관을 예고한다.

 

경사가 심해지는 직전에 땀을 추스리며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원기를 회복해서

정상등정의 마지막 힘을 쏟기 시작하는데 옆으로 보이는 천애(千崖)의 절경이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준다.

 

 

정상을 향한 급경삿길을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기는 유년기에 젖먹던 힘까지를 요하는

난코스로 이곳을 오르는 이들의 얼굴은 땀범벅이다. 

 

 

 

20여 분을 올라 거대한 암반에서 내려다 보는 깊은 계곡은 햇살에 반사되어 빛나고,

 

땀 뿌리며 걸어온 능선이 곡선으로 팔벌려 누워있고 촛대봉이 살짝 보인다.

 

흰구름은  능선사이를 훨훨날며 자유로움을 마음껏 즐긴다.

 

 

풀 한 포기, 조그만 나무 한 그루마져 우리에게 힘을 주며 격려하고,

 

이에 힘입은 우리는 산행을 시작한지 세 시간을 넘겨 대야산 정상(상대봉 930.7m)에

안착한다.

 

무더위와 싸워 이기고 정상에 선 사람들은 주위의 풍광을 만끽하며 제각기 산오름의

의미를 찾고 있다.

 

 

 

정상에서 주변경관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가득담고 돌아서며 촬영한 증명사진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오늘의 무더운 열기를 대변한다.

 

 

아쉬워 되돌아 본 정상에는 자신들과 싸워 이긴 희열을 구가하는 승리자들의

개선가가 메아리 친다.

 

중대봉(846)이 바로 지척이나 무더위로 셧터를 누르면서 등정의 욕망을 접는다.

 

 

밀재로 내려서며 보이는 능선과 계곡은 천암만학(千巖萬壑)의 풍경을 자랑한다.

 

 

 

 

거대한 바위는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실감케하며 교만을 충고하고,

 

바위 하단부에 나뭇가지를 세우고 지나간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내려 갔을까? 

 

언제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지나온 이 아름다운 길을!!!!!!!!!!!!!!!!!!!!!!!!!!!!!!!!!!!!!!!!!!!

 

 

 

정상을 떠난지 40여 분만에 밀재에 도착하여 용추계곡으로 들어서서 조금을 지나니

완만한 산죽의 오붓한 오솔길이 계속된다

 

 

 

잠자리도 나뭇가지에 대롱거리며 재롱으로 하산길을 돕는다.

 

달맞이를 하였던 곳일까(月迎臺?) 널찍한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은 바쁠 것이 없는 양

여유로이 흐르는데 휴식하는 등산객들의 모습 또한 한가롭다. 

 

 

龍 두 마리가 승천하며 남기고 갔다는 비늘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어 용추라고 한다는데

그 자국을 보지 못하고 내려서는 용추계곡은 물이 맑고 아름다웠으나 하류로 갈수록

여름휴가 인파가 많아지며 오염된 희뿌연 물이 흐르고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야산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길에 흐드러진 자귀꽃이 인내의 여정을 무사히

마침을 축하해 주고 있고,

 

파란 하늘도 구름 애드벌룬을 띄워 우리의 개선을 축하한다.

 

주차장 주위의 논에는  벼이삭이 고개를 수줍게 내밀고 있고, 공중을 나르는 잠자리가

파란 하늘을 수놓고 있다.

 

서쪽 하늘에는 마지막까지 열기를 토해내는 태양과 싸움을 하고 있는 구름이

힘겨운 듯 얼굴을 붉히고 있다.

 

경북과 충북의 도계를 이룬 오지에 앉아 있는 대야산은 백두대간 구간의 주변에서 보기

드물게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데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는 그 자태를 가늠하기 어렵다.

용추계곡과 함께 선유계곡의 온갖 형상의 수반위를 옥계수가 九曲을 따라 흐른다.

 

천신만고(千辛萬苦)의 인내로 무더위와 가파른 암벽을 자일에 의지하여 사투끝에 오른 

대야산 정상에서의 기쁨은 배가 되었고, 용추계곡을 내려오면서 仙男인 양 행세하며

만끽한 시원스런 계곡물을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