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며
몇 몇의 친구들과 주말마다 산을 찾아 다닌지도 이제
3년 여의 시간이 흘렀는데 경제적인 부담도 크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데 더없이 좋은 것 같다.
작년 9월에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성급하게 백두대간
종주 계획을 거론하고 그 방법을 모색 하던 중 산악회
(山岳會)의 종주팀에 합류하기로 하고 어제 처음으로
산행에 참가 하였다.
백두대간(白頭大幹)종주의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치고
집을 나선 시간이 새벽 5시였는데 집결지에 도착하니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가까이 빨리 도착 하였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전철이 정상적으로 운행이
되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조금은 일찍 서두른
면도 있으나 처녀 출전하는 설레임이 나의 조급증을
불렀다.
오늘은 산악회의 일정에 따라 대간 제 15구간(덕산재~
833봉~폐광터~부항령~샘터~전망바위~목장지대~
삼도봉~삼마골재)의 약 12Km를 등반할 예정이다.
버스에 올라 조금을 지나서 등반대장의 인사말과 함께
오늘 산행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금산 인삼휴게소에
들러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며 대간 산행의 완주를
다짐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11시 쯤 우리가 탄 버스가 덕산재에 도착하여 대간팀을
내려 놓는데 저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덕산재 바로 앞에서 보니 좌측으로는 경북 김천으로,
우측으로는 전북 무주구천동으로 가는 표지판이 설치
되어 있으며 그 옆에 대덕산 산삼 감정소가 있다.
오르는 초입부터 응달에는 눈이 남아 있어 미끄러워
산행을 더디게 하며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요즈음 등산인구가 많이 증가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등반 리본들이 어지럽게 달려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길을
안내하는 역할도 해주고 있다.
해발을 높여 올라 갈수록 쌓인 눈의 두께는 두꺼워 지고
선두를 서서 나아가는 사람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나무등걸에 살포시 앉아있는 白雪은 손을 들어 무심히 지나는
우리를 부르고 있으며 음지와 양지가 극명하게 대비된 산의
모습이 삶의 자세를 교훈하고 있었다.
갈림길 곳곳에 저마다의 이름과 사연을 적은 리본이
우리를 맞이하며 연이어 늘어선 봉우리마다 은백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재를 넘으며 바람이 만들어낸 눈 파도가 신비로 다가와
눈길을 멈추게 하는데 내친김에 좀 쉬어가라고 성화다.
세 시간여를 거의 쉬지않고 걸어서 다리도 아파오기에
슬그머니 배낭을 풀어놓고 한참을 휴식하며 땀을 식혔다.
삼도봉을 오르는 길 양쪽으로 도열한 봉우리들이
햇빛을 받아 더욱 은백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러나 양지바른 삼도봉은 주위의 분위기는 전혀 고려치
않고 한가롭게 햇살을 즐기며 졸고 있으며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민주지산이 서 있다.
다섯 시간 여를 거의 쉬지않고 달려 드디어 오늘의
주봉인 삼도봉에 도착 하였다.
삼도봉은 백두대간 코스에만 3개가 있는데 이곳의 삼도봉(三道峰)이
도(道)가 완전히 다른 진정한 삼도봉으로 꼽히고 있는 바 태백산에서
분기하여 동서로 뻗어내린 소백산맥의 큰 봉으로 이곳에서 三道가
갈라지게 된다.
경북 금릉군,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으로 나누어 놓는
삼도봉은 한 줄기는 대덕산으로, 또 한 줄기는 덕유산으로
갈라져 지리산과 맥을 잇는다.
삼도봉 정상에는 삼도의 대 화합을 상징하는 커다란 탑이
세워져 있어 우리의 염원을 대변해 주고 있는데 뒤를 돌아
보니 다섯 시간을 걸어온 능선이 굽이치고 있으며 멀리
대덕산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좌측으로는 민주지산의 주봉이 우뚝 서 있는데 민주지산
(岷周之山)은 각호봉(1176m), 주봉(1241.7m), 석기봉(1200m),
삼도봉(1177m)등 1000m가 넘는 네 개의 봉우리를 거느린
능선 길이만도 15Km가 넘는 영동의 주산(主山)이다.
더 쉬어 가고 싶지만 일행들과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
한 장의 사진을 남긴 채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삼도봉을 내려와 오늘의 마지막 지점인 삼마골재에
도착하니 다섯 시가 지나 있었다.
삼마골재에서 해인리로 하산 하는데 영상의 기온으로 인해
녹은 눈으로 땅이 무척이나 질어서 걷기에 매우 불편하였고
경사도 심하여 지친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힘들게 했다.
해인리 마을 앞에 목재로 만들어 세운 거대한 장승(약 10m)이
우리의 수고를 위로하며 서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유유자적하는 산행을 즐겨왔는데
산악회 백두대간팀의 산행 스타일은 전혀 다른 속도
경쟁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이가 상당히 많으신 분들도 우리보다 한 시간 이상을
먼저 하산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으며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실감한
첫 산행 이었으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이왕 시작한 백두대간을 완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2006.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