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 갈대의 겨울나기
엊그제(2/20)에는 내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등산 선교회를 따라 충청남도 홍성의 오서산으로
산행을 떠났다.
출발한지 한 시간 여만에 서해대교를 막 지나자마자 행담도 휴게소에 도착하여 휴식을 잠깐 하였는데
언제 보아도 행담도 휴게소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몇년 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휴게소 화장실은 너무 정결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으며 선진국으로
가고있는 우리의 화장실 문화를 실감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도 그 청결함에 놀란단다.
한 시간여를 더 달려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 오서산 입구에 도착하여 10시 30분을 조금 지나 산행을
시작했다.
마을 초입에 설치된 자그마한 다리(龍淵橋)를 지나자 오서산 입구 표지판이 등산객을 안내하고
있으며 다리 바로 밑에는 제법 큰 규모의 용소(龍沼)가 보였다.
오서산으로 오르는 입구는 매우 한가하여 등산객들은 눈에 띄이질 않고 간간히 부는 바람과
새소리 만이 적막함을 깨뜨려 이곳이 생명 있는 곳임을 알려주고 있다.
입구에서 미리보는 오서산은 충청도 기질을 꼭 빼어닮은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져 포근함을
주고 있었으나 그 높이가 대단히 높아보여 간단치 않을 산행임을 예고한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를 20여 분을 걸어 산 입구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10여 분을 완만한 경사로를 걷자 이제는 경사가 40~50가 넘을 듯한 가파른 경사의 산행이 계속되는데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야단들이다.
그렇게 30분 이상을 힘겹게 오르자 산의 7부 능선쯤에 다달다랐는데 바위틈을 비집고 흘러나온
물이 고여있는 샘터가 휴식하는데 안성 맞춤인 양 쉬어간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제는 좀 경사는 완만해 졌지만 얼었던 땅이 녹아 신발에 흙이 들러붙고 미끄러지고 야단이다.
30분 가까이를 힘들여 올라가니 억새군락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겨울의 억새들이 운치를
뽐내고 있다.
안내문을 보니 오서산의 억새는 정상을 중심으로 주능선에 2Km가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억새산의 5선 중 한곳이라고 한다.
능선에서 응달쪽을 바라보니 아직은 제 계절임을 힘겹게 외쳐대는 殘雪이 신음하고 있었으며
뒷편에는 오서정(烏棲亭)이 멀리 보였다.
수 Km에 이르는 능선은 부드럽고 완만하여 마치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강아지가 옆으로
비스듬하게 한가로이 누워 졸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1차로 정상에 오른 5명이 정상 팻말을 배경삼아 사진을 한장 찍고 주위를 이리저리 관망하였으나
시계가 좋지 못하여 대천항과 해수욕장 등 산에서 보는 서해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은
감상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2차로 정상에 오른 일행과 합류하여 넓직한 억새밭에 둘러앉아 준비해 온 점심을 마친 후
억새 숲길을 뒤로하고 정상에 설치한 통신 안테나를 지나 시루봉(559m)통하여 하산했다.
하산하여 다시보는 오서산 정상에는 흰구름이 여유로이 노닐고 있었고 ,
한가한 농촌풍경이 우리를 고향에 온 것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며 어렸을적 그 시절로 돌려놓고
있었다.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가 주차된 곳으로 돌아온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올라갈 때에 무심하게
지나쳤던 봄의 전령사 버들강아지 였으며 졸졸 흐르는 개울물이 새로운 계절을 재촉하고 있었다.
오서산(烏棲山)은 충남 보령시와 홍성군의 경계에 위치한 790.7m의 충남에서는 매우 높은 산에
속하는데 옛날에는 까마귀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나 지금은 까마귀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천수만을 지나는 배들의 등대 구실을 한다고 하여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려지는데 정상을 중심으로
2Km에 달하는 주능선을 따라 은빛 하늘거림으로 자태를 뽐내는 갈대군락으로 유명하다.
(2006.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