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기(1)
등산을 정기적으로 하기 시작한 지 3년을 넘기면서 지리산을 한 번 종주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다니는 친구들과 의논 끝에 9/2~9/4 일로 계획하고 4명이 장도에 올랐다.
금요일 업무를 대충 마친 후 남부 터미날에서 오후 6시 구례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처럼 지리산을 등반하기 위해 등산복 차림으로 버스에 오른 서너 팀들이 동승 하였다.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도 되고 말로만 듣던 지리산을 등반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구례에 11시 쯤 도착하여 숙소에 여장을 푼 후 간단히 요기를 한 뒤 12시에 잠을 청했다.
일행 모두가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다음날 4시에 일어나 햇반에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4시40분에 택시로 성삼재로 이동하였다.
5시가 조금 넘어서 성삼재에 도착하니 아직 어둠이 채 걷히기 전 이었으나 우리는 먼 여정을
고려하여 바로 등산을 시작하였다.
성삼재(1102m)의 새벽공기는 상당한 추위까지 느낄 정도로 차가왔으며 지리산이 만만히 정복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 하였다.
40여 분을 걸어 노고단(1507m)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쉬면서 여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무사한
종주를 다짐하면서 대피소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노고단은 길상봉이라고도 하며 30여 만평의 고원으로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으로 꼽힌다.
한 시간여를 더 가니 임걸령(1320m) 샘터가 나온다. 여기서 잠깐 쉬기로 하였다.
의적 임걸(林傑)의 본거지였다고 해서 임걸령으로 이름 붙여졌단다.
노루목을 치고 올라 삼도봉(1550m)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삼도봉은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의 산청 함양 하동의 도계(道界)로써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연하천(1480m)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점심식사를 했다.
1500고지의 높은 이곳에 샘물이 있음에 신기하였고 정말 이곳은 지리산 종주를 하는 등반객들에게
꼭 필요한 쉼터이자 휴식처였다.
`개울의 물줄기가 마치 구름속을 흐르고 있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인 연하천의 휴식은
정말로 달콤하였다.
두어 시간을 더 가서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한 우리는 지리산 종주중 제일 힘들고 지루하다는
세석까지 가기위해 간식을 먹으며 남은 마지막 힘을 모았다.
정말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을 지나는 코스는 지루하고 힘든 코스였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왔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우리의 인내심을 테스트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구간에서 일행 중 하나가 무릎에 이상이 느껴진다며 주춤거리는게 아닌가?
실로 난감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되돌아 설 수도 없는 상황이고 보니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일행들이
그 친구의 짐을 나누어 지고 길을 계속 하였다.
길을 떠난지 13시간 만에 드디어 세석 산장에 도착한 우리는 상당히 지쳐있었으나 그래도 편히
잠잘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숙소가 확보되어 있어 다행이었다.
세석산장은 9시가 되자 군대식으로 소등이 되어 잠을 청하였으나 너무 피곤한데다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끙끙거리는 신음소리와 잠꼬대소리, 코고는 소리 등이 어우러져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