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정맥/다시 가는 백두대간

다시가는 백두대간- 운무와 함께 설악의 단풍길을 걷다.

영원한우보 2014. 10. 4. 17:21

 

설악 구간의 백두대간 마루금은 보통 한계령에서 중청, 대청을  오른 후 희운각으로 내려서서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까지 산행하고 비선대를 거쳐 신흥사로 내려서는 무박코스가 일반적이나

오늘은 당일로 백담사에서 영시암, 오세암을 거쳐 마등령 삼거리에 올라선 후 공룡능선을 지나

무너미고개에 이르러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상당히 힘들고 비효율적인 코스였다.

 

트랭글 궤적.

 

오늘의 산행지도.

 

용대리 백담사 셔틀버스 주차장.

 

15분 가량 셔틀버스(2,300원/인)를 타고 백담사 입구에 도착하자(09:58) 모두들 급한 마음으로

산행장비도 제대로 추스리지 않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백담사 경내를 들러 본다는 생각은  

외람될 뿐으로 아쉬움을 머금고 수심교(修心橋)를 잠시 바라보며 지날 따름이다.

 

백담사(百潭寺)는 647년 신라 진덕여왕 원년 자장율사가 한계사로 창건한 후 운흥사, 심원사, 선구사,

영취사 등으로 바뀌어 불리다가 대청봉에서 이 절까지 담(潭)이 100개가 있다고 하여 조선시대

백담사로 개칭하여 불려지고 있는 바 오지여서 좀처럼 찾기 힘든 수행처였으나 근래들어

만해 한용운이 수행하였고 한 전직 대통령이 타의에 의해 이곳에 수 년간 머물다 간 이후 더욱

유명해 졌는데 修心橋를 거닐며 얼마나 마음을 닦았는지는 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 산길로 들어서는데 봉정암까지 10.6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수렴동 계곡위로 보는 봉우리는 운무에 가려 모습을 감추고 있고............ 

 

이해인 수녀는 우리를 숲속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우리는 활짝 웃으며 걷기만 하면 되었다.

아니 이 길을 걸으며 웃지 않을 수 있는 재주가 뉘게 있을 것인가? 

 

길옆으로 물들기 시작한 단풍들이 보이고........그러나 시작일 뿐이었다.

고도를 높이며 더욱 화장을 곱게 하고 운무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산객들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었다.

 

봉정암에서 묵으며 기도하고 하산하는 신도들 인듯.......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에 내려서고 있었다. 

 

운무속의 봉우리들.

오늘 날씨까지 좋았다면 예정 시간에 맞춰 하산하지 못했을 텐데 짙은 운무와 함께 단풍을 보면서

하산하는데도 눈과 손가락, 발걸음을 온종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첫번 째 다리를 건넌다.

 

조금 더 짙어진 단풍이 보이고............... 

 

봉우리를 유희하는 운무는 더욱 여유롭다. 

 

백담사를 출발하여 약 50餘 분만에 영시암에 도착했다(10:53). 

 

영시암(永矢庵).

활시위를 떠난 난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영시암 바로 뒤 봉정암 갈림길에 이르렀다.

↖오세암 2.5Km,  ↗봉정암 7.1Km,  ↙백담사 3.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고도를 높이며 오세암으로 향한다. 

 

 

오세암으로 내려서는 길. 

 

 

계단을 오르면 오세암이다. 

 

영시암을 떠나 약 50분만에 오세암에 이르렀다(11:41). 

 

오세암의 공양을 받는 산객들이 상당수 보이지만 비맞은 생쥐꼴로 식사를 하기가 귀찮아 지금껏

가랑비를 맞아서 축축해진 겉옷위에 비옷을 끼워 입고 발길을 돌렸다. 

 

오세암(五歲庵)에는 애뜻한 동자의 전설이 전해진다.

동자전(童子殿)을 스쳐 지난다.

 

오세암 뒤켠으로............... 

 

곧 봉정암과 마등령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정표는 ↖마등령 1.4Km,  ↗봉정암 4.0Km를 표시하고 있다. 

 

비가 촉촉히 내리는 한적한 길에 단풍이 곱다.

 

몇 년만에 다시 걷는 길인가?

처음 백두대간 할 때는 무박으로 미시령에서 황철봉을 넘어 저항령을 지나 마등령에 이른 후 백담사로

하산하는 코스로 진행했으니 오늘과 반대 방향으로 이 길을 지났던 것이다. 

 

가을의 노래.

 

이어지는 계단길. 

 

더욱 화려해진 단풍길. 

 

 

마등령 오르는 길엔 운무가 짙게 드리워 있고...........

 

빗방울이 날리는 마등령 삼거리에 이르렀다(12:36).

오늘 주최측에서 3.3.3 전법을 제시했는데..........백담사에서 마등령까지 3시간, 마등령에서 공룡을 지나

무너미고개까지 3시간, 무너미고개에서 소공원주차장까지 3시간, 총 9시간에 산행을 끝내 줄것을

요청했는데 서두른 결과 제1구간을 시간안에 무사히 도착했다.  

 

 

빗방울은 거세지고 운무는 더욱 짙어졌다.

침봉들이 운무속에 모두 숨어 있을테니 공룡능선을 타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며 비선대로 내려서는

일행들이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백두대간을 하겠다고 왔으니 난 서슴없이 공룡을 선택했다. 

 

약 5Km의 거리인 공룡능선에 세 시간을 계획하고 발길을 들인다(12:41). 

 

상록수가 자생하고 있는 너덜지대를 잠시 지나면.............. 

 

고사목과 어우러진 단풍이 산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운무와 함께 여유로운 단풍길을 나홀로 걷는다. 

 

단풍 三昧境에 빠져든다.

 

바위 틈새에 피어난 산오이풀꽃이 고개를 가누며 애교를 부린다. 

 

공룡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예전보다는 많이 편해졌다.  

 

그래도 곳곳에 밧줄이 드리워져 있고 경사도 심해 주의해야 하고 5Km도 안되는 거리가 3시간 가량은

족히 소요되는 걸 보면 아직도 난코스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가을향취가 진하게 밀려온다. 

 

 

 

↓마등령 1.1Km, ↑희운각대피소 4.0Km를 알리는 지점을 지난다.

대략 40분 걸려 1.1Km를 진행했으니 날씨까지 좋았다면 세 시간에 공룡을 타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오솔길 처럼 꾸며진 단풍길을 간다. 

 

 

운무의 유희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런 길을 나홀로 걷는 행복감을 만끽한다. 

 

형형색색 단풍의 유혹이 계속되고............. 

 

홀로 또 이런 길을 걸어간다. 

 

 

운무속에 모습을 감춘 암봉지역을 지난다. 

 

산부추가 빗방울을 매달고 있는 모습이 싱그럽다.

산에서 산다고 산부추라고 이름지어진 자줏빛 꽃의 꽃말은 `신선'이라고.............. 

 

운무속에서 드러난 기암괴석들. 

 

 

비선대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천번만번 든다. 

 

 

 

마등령에서 五里 꿈길을 걸어 왔구먼.

희운각까지 2.7Km가 남았다니 아직 仙境과 이별할 시간은 멀었다.

 

 

설악 바람꽃이 반겨준다.

왜 이리 발길이 뜸하냐고..........그래 자주 찾아와야 할텐데.............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꿩의바람꽃, 세바람꽃, 만주바람꽃, 매화바람꽃 등 바람꽃 참 많기도 하다. 

 

운무가 자욱한 오름길을 간다.

 

빗방울에 흠뻑 젖은 솔체가 길손을 부른다. 

 

야영하기 좋아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다(13:55).

바람이 시원하고 조망이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마등령 2.1Km,  ←희운각대피소 3.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려서는 길. 

 

기암은 운무속에서.............. 

 

또 가을정취가 물씬한 단풍길이.............. 

 

 

 

고사목과 암봉이...............生과 死의 경계는 어디일까?

 

신선이 노니는 길이 이어진다. 

 

 

다시 만난 솔체꽃.

꽃잎이 솔잎 처럼 체를 친 듯 가늘어서 솔체라 부른다는 솔체꽃은 무더기를 이루며 핀 모습 보다는

홀로 피어난 모습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에 적합한 분위기를 만든다.

 

신비롭고 여유가 넘치는 공룡길.-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겨? 

 

오름짓을 멈추고 머리를 들었다. 

 

와우~~~ 

 

뒤돌아 본 길. 

 

언제부턴가 운무속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노부부(?)가 거리를 늘렸다 좁혔다를 반복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돼지 턱밑에 돌덩이는 곧 떨어져 내릴 태세다. 

 

철 따라 자연을 운행섭리하는 창조주의 솜씨가 놀랍다.

댓가도 없이 이런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순간마다 무한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공룡길이다.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아낌없이 보려주려는 듯 선경이 이어진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을 진행한다.

이 길을 넘어 조금만 가면 무너미고개로 내려서게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공룡은 멋진 길로 이어진다.

 

 

공룡에 발길을 들인지 2시간 40餘 분만에 공룡을 벗어나는 지점에 이르렀다(15:23). 

 

4Km 남짓한 거리를 3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제아무리 여유롭게 즐기며 걸었다 하더라도 만만한 길이

아님을 자각하는 순간 공룡능선을 출입하는 안내문이 눈길을 끌었다.  

 

일상사가 그렇듯이 만용은 늘 화를 부른다. 

 

무너미고개 삼거리에 내려섰다(15:24).

주최측에서 제시한 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빨리 도착하여 소공원 주차장까지는 더욱 여유가 생겼다. 

 

 

→양폭대피소 1.8Km, 소공원 8.3Km 이정표를 따라 천불동으로 내려선다. 

 

천불동계곡(千佛洞溪谷)은 설악산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설악골 계곡이라고 하며 비선대, 와선대, 귀면암과

화채봉에서 흘러내리는 칠성봉, 집선봉 등 천봉만암(千峰萬岩)과 문수담, 이호담, 오련폭포, 양폭포,

천당폭포 등 청수옥담(淸水玉潭)의 세계가 마치 千佛의 기관(奇觀)을 보여준다.

 

천불동계곡의 단풍이 시작되고..............

 

기암묘봉들의 모습이 운무속에서 간간이 드러난다. 

 

 

 

천불동 길. 

 

천연색 산수화가 이어진다. 

 

 

폭포는 단풍과 어우러져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천불동계곡의 계단길. 

 

천당폭포. 

 

 

옥류와 어우러진 단풍. 

 

 

양폭포. 

 

내려서며 보는 양폭대피소 뒷편의 암봉. 

 

양폭대피소에 이르렀다(16:16).

오래 전 폭우에 휩쓸려 파괴된 양폭산장은 얼마 전 새롭게 지어졌다.

배낭을 내리고 비옷과 방풍의를 겸했던 雨衣를 벗고 간식을 하며 잠시 휴식했다. 

 

 

양폭대피소에서 본 천불동계곡의 풍경.

 

천불동의 비경은 이어지고 있었다. 

 

 

 

단풍속에 포위된 오련폭포.  

 

 

 

천불동 암봉들. 

 

 

 

귀면암. 

 

천불동 풍경.

 

 

 

 

 

 

비선대가 가까워지고................

 

당겨 본 비선대 방향의 주변 암봉들.

 

 

비선대로 다가섰다(17:23). 

 

비선대 앞 지나온 방향의 이정표. 

 

마등령 방향의 이정표. 

 

비선대 안내문. 

 

다리를 건너며 본 천불동계곡. 

 

비선대 좌측으로 올려다 본 암봉들.

 

비선대(飛仙臺).

비선대는 예로 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자연의 오묘함을 보고 즐기며 암반에 많은 글씨를

새겨 놓았는데 마고선(麻姑仙)이 주변 경관을 바라보다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飛仙臺'라고 음각된 글씨는 윤순(尹淳)이라는 사람이 썼다고 한다. 

 

 

군량장(軍糧場)터가 있던 곳을 지난다. 

 

설원교를 지나고..............

 

금강교를 건너간다.

 

금강교를 건너며 본 권금성 방향의 암릉.

 

신흥사를 스쳐간다.

 

신흥사 일주문을 통과하고.............

 

옛날 `솔'이라는 담뱃갑의 모델이었던 소나무.

 

소공원은 공사중이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들 철에 왜 하필 공사를 하는지 그들의 마인드가 의심스럽다.

 

탐방안내소를 나선다.

 

백담사를 출발하여 8시간만에 헤드렌턴을 켜지 않고 소공원 주차장에 내려섰다(18:02).

모든 편의시설은 문을 닫았고 불빛만이 넓은 주차장을 밝히고 있었다.

 

오늘은 백담사에서 마등령까지 백두대간에 접근하여 공룡능선을 타고 무너미고개까지 대간 마루금을

이은 후 천불동으로 내려섰으니 여덟 시간을 투자하여 약 5Km의 마루금을 이어가는 비효율적인

대간산행이었지만 운무와 어우러진 설악의 단풍길을 노니는 행복한 산행이었다.

 

♣산행일시: 2014. 9. 30(화요일).

 

♣산행구간: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마등령삼거리~ 공룡능선~ 무너미고개~ 천불동계곡

                 ~ 비선대~ 신흥사~ 소공원 주차장.

 

♣산행날씨: 비온 후 차차 갬. 운무로 조망 불량하고 쌀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