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는 백두대간- 큰재에서 추풍령까지
오늘은 큰재에서 추풍령까지 남진한다.
북진하는 대간산행이지만 하산 후 먹거리나 물을 찾아 종종 逆進하기도 하는데 오늘이 그런 경우다.
어제까지 남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는 기세가 꺾여 다행인데 산행 들머리인 큰재에 도착하니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따가운 햇살이 포도위로 내려 꽂히고 있었다.
지인에게서 소개받아 처음으로 시도한 트랭글(TRANGGLE) GPS.
사용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익히면 등산, 걷기, 뛰기, 자전거 타기, 인라인, 기타 운동을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확신한다.
오늘 산행을 시작한 큰재에서 추풍령까지 군청색으로 내가 지난 궤적과 고도가 표시되었고 이동거리,
이동시간, 소요시간, 소요칼로리, 평균속도 등이 알기 쉽게 자료가 저장된다.
충북 음성을 지나면서 차창으로 떨어지던 빗방울은 곧 멈추고 큰재에 도착하니 찬란하게 춤추는
햇살이 버스에서 내리는 대간꾼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큰재는 경북 상주시 공성면 도곡리와 신곡리를 잇는 해발 320m의 나지막한 고개로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를 연결하는 920번 지방도로가 지나고 있다.
`큰고개'라는 뜻의 큰재 부근에는 폐교된 인성분교가 `백두대간 숲 생태원'으로 단장되어 있었는데
2006년 5월 초 비를 맞으며 이곳을 지나면서 폐교된 敎舍 처마밑에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던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신곡리 표지석을 보며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을 시작한다(10:17).
이정표는 국수봉까지 3.0Km, 1시간 30분을 안내하고 있었다.
비온 후 초입의 완만한 산길은 쾌적하고 싱그러운 기운이 넘친다.
8년 餘 전에도 보았던 낯익은 이정표지기다.
산행 시작 후 5~6분 걸어가다 나뭇가지 사이로 본 봉우리는 지도에 표기된 684봉으로 생각되었는데
그곳에 도착하니 `민영봉'이라고 표지기가 달려 있었고 산행 후 트랭글 지도를 확인해 보니
같은 이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휘몰아 치는 비바람을 잘 견디고 사과는 탐스럽게 익어가고...........길 바닥에는 여물어 떨어진 도토리가
지천으로 나뒹굴고 있었으니 곧 결실을 찬미하는 계절이 오겠구나!!!
일행 중 한분이 산길 초입에서 꽃망울 맺힌 야생 더덕를 채취했다.
와우~~~
급경삿길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그렇구나~~~
푸르름을 자랑하던 숲에도 세월의 그림자가...........빛 바랜 나뭇잎은 가는 세월 슬허하고..........
바위구간이 잠시 이어지는데 좌측 뒷쪽으로 시야가 열린다.
바위에 올라 좌측으로 돌아 본 농촌 풍경..........현 시국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청 평화스러운 그림이다.
상주시에서 설치한 백두대간 표지목.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섰다(11:10).
683.5m봉이라는 표지기가 나무에 달려 있고 누군가 매직으로 민영봉이라고 쓴 자국이 남아 있다.
민영봉에서 바라 본 진행 방향의 산줄기..........첫번 째가 국수봉이고 세번 째 봉우리가 용문산인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국수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계속되는 오름짓으로 땀방울이 그칠 줄 모른다.
그래도 볼 건 봐야지..............
주변의 돌을 이용해서 쌓은 계단길이 정겹다.
이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그런데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립공원 마다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큰재를 떠나 한 시간 20분만에 국수봉에 올랐다(11:36).
정상에는 상주시청 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있고 백두대간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로 최고봉이자 압권의 조망을 자랑한다.
국수봉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웅북리와 경북 상주시 공성면 영오리 사이에 솟아 있는 산으로
웅산, 용문산, 웅이산, 공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으며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이며 상주의
젖줄인 남천(이천)의 발원지로 여기부터 상주시와 영동군으로 구분되어 道界를 따라 진행하게 된다.
`움켜쥘 국'자에 `물 수'자로 표기된 국수봉은 `물을 움켜쥐고 있는 봉우리'라는 뜻일진대
여기서 시작되는 낮은 해발의 광활한 중화지구대의 물을 아우르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가?
안내판에는 백두대간 설명과 함께 국수봉의 유래가 적혀 있다.
국수봉 정상석과 이정표에 적혀 있는 해발이 763m와 795m로 제각각인 것 처럼 우리나라 산길에
표기되어 있는 이정표의 거리와 시간을 신뢰할 수 없지만 큰재에서 3.0Km로 1시간 20분 걸린다는
기록은 내가 오늘 걸어온 시간과 일치하지만 이곳에 세워져 있는 `용문산 0.65Km, 30분'은,
진행하다 보니 역시 엉터리였는데 지자체마다 혈세를 낭비하며 이중삼중으로 대충 만들지 말고
하루 빨리 일관된 체계를 갖추고 한국 산하의 이정표를 정확하게 설치해야 한다.
큰재에서 지나온 대간길과 다음 구간에 진행할 대간이 이어져 흐르고 있다.
여기가 국수봉에서 0.65Km를 내려 선 봉우리로 용문산이 아니라 용문사 갈림봉으로 이정표는
↑용문사 (1시간 30분) →백두대간 등산로(김천, 영동 구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 봉우리 부터 지나온 큰재를 지나 속리산 前의 형제봉 사이에 펼쳐져 있는 상주의 화동, 화서, 화남,
화북면은 옛날 화령현이었고 모동, 모서면은 옛날의 중모현으로 화령현과 중모현의 첫 글자를 딴
`중화지구'는 경상북도 땅으로 충청북도 깊숙히 자리잡고 있으며 평균 2~3백 미터의 나지막한
분지를 광활하게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 봉우리에서 시작하는 `김천시계 백두대간 60Km'는 초점산 까지 이어진다.
대간길은 우측으로 꺾여져 내린다.
어여쁜 열매가 결실의 계절을 예고한다.
진행방향의 봉우리...........벌써 용문산이?
국수봉에서 1210m를 지나온 지점으로 용문산까지 1100m가 남았다고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난다.
좌측으로 490m를 가면 `용문산 기도원, 웅북리(중웅)'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용문산 기도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1940년 대 나운몽 목사가 애향숙(愛鄕塾)기도원을 세운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제 계단 오름은 이어지고..................
나무계단에 피어난 버섯꽃.
오늘도 버섯 세상일세.
국수봉을 출발하여 한 시간을 걸어 용문산에 도착했다(12:34).
↓국수봉 2310m, 작점고개 410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면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용문산인데
널찍하게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다.
용문산 정상은 잡목이 우거져 시야가 막혀 있는데 겨울에는 조망이 좋을 것 같다.
약 20분 가량 식사를 하고 작점고개로 향한다.
아직도 샛노란 원추리가 곳곳에서 반긴다.
평탄한 산길이...............
땅에도, 나무 등걸에도..............
지나는 밋밋한 봉우리에 움막이................산기도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영지버섯 맞나?
이놈은?
갈현이라고...........칡이 많은 곳인가?
용문산을 출발하여 꼭 한 시간만에 삼각점이 있는 무좌골산에 이르렀다(13:53).
숲이 우거져 조망은 전무하다.
묘지(성주 이공 묘)를 지나는데 좌측으로 시야가 터진다.
좌측 전방으로 난함산이 조망되고 그 아래로 갈기봉이 부복하고 있다.
무좌골산에서 20분 정도 내림길을 진행하면 작점고개로 내려서게 된다.
작점고개에 내려섰다(14:13).
일행 중 몇 분이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날머리에는 작점고개 표지석과 김천시 백두대간 안내지도판이 보인다.
작점고개에는 육각정 쉼터와 김천시 백두대간 안내지도, 표지석 등이 설치되어 있다.
거창과 김천의 경계인 초점산에서 시작한 김천 시계 백두대간은 대덕산, 백수리산, 삼도봉, 화주봉,
황악산, 가성산, 눌의산, 추풍령, 금산을 거쳐 작점고개를 지나 용문산 직전 용문사 갈림봉에서
상주시계와 맞닿을 때 까지 62Km가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7월달 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길을 걸어 온 것이다.
작점고개는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작점리와 경북 김천시 어모면 능치리를 잇는 고개로 옛날 이 부근에
도자기와 사기를 굽는 가마가 있어서 이것을 사기 위해 각처에서 상인들이 줄지어 몰려 들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참새떼 처럼 보여 `참새 雀'자를 써서 雀店고개라고 불려지게 되었다고 하는
의견을 피력하시는 분의 說에 동의한다.
작점고개에는 육각정자 쉼터가 세워져 있는 바 `능치 쉼터'라는 현판이 걸려 있으니 작점리와 능치리의
지명을 하나씩 따서 공평하게 붙인 듯 하나 같은 곳에 다른 이름이 뒤섞여 헷갈리게 만들고 있었고
설치물들도 너무 어지럽게 필요 이상으로 중복되어 세워져 있다.
어쨌던 능치 쉼터 정자위로 피어 오르는 뭉게 구름이 한가로운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좌측의 김천시 능치리 방향으로는 난함산의 군 시설물 아래로 우리가 밟아야 할 갈기봉이 보인다.
정자에서 잠시 휴식한 일행들은 우측의 영동군 작점리 방향으로 50餘 미터 쯤 진행하여 낙석방지용
철조망이 끝나는 곳에서 좌측의 산길로 들어서서 마루금 산행을 이어간다.
대간꾼들을 반겨 맞아주는 리본은 언제나 우리의 동반자다.
버섯을 채취하고 있는 인근(?) 주민을 만났다.
묘지를 지나 숲속으로........작점고개에서 김천 능치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묘지를 내려서서 진행하는 방향이다.
진한 가축분뇨(?) 냄새를 맡으며 야트막한 봉우리에 올라서면 포장도로가 보인다.
장애물 경기를 하며 누워버린 고목을 빠져 나가면 펑퍼짐한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포장도로로 내려서는 길.
시그널(리본)을 따라 도로로 내려선다.
이 지점에서 좌측길을 따라야 한다.
우측으로 진행하면 사기점고개로 바로 가는 길이다.
난함산으로 오르는 군사도로를 진행하며 두어 번 산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거듭하게 된다.
길가에 핀 물봉선.
칡꽃.
사위질빵.
1차 산속으로 들어서는 지점.
반사경이 있는 굽은 군사도로를 지나 세번 째로 리본을 보며 산속으로 들어서면 갈기봉으로 오르는
급경사 오름길이 먼길을 걸어 오느라 지칠대로 지친 대간꾼들 앞에 버티고 선다.
제아무리 높은 봉우리도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르리 없건만.............
작점고개를 출발하여 40분만에 갈기봉에 올랐다(15:06).
우거진 숲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난함산을 찾으며 우측으로 발길을 돌려 내려서기 시작한다.
도로로 내려서며 본 난함산(卵含山) 정상부.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卵含山은 일제 시대 현대식으로 지도를 제작하며 `알 卵'에서 점 한획이
빠져 `토끼 卯'자로 표기되어 지금은 묘함산이라고도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난함산으로 오르는 군사도로에 내려섰다(15:12).
도로를 건너 다시 숲속으로 발길을 들여 진행하게 된다.
포장도로에 깔려 있는 산악회 시그널.
누군가 아직도 힘이 넘치네요.
내려서는 길.
임도에 내려섰다.
몇 차례 임도와 산길을 번갈아 진행하여 사기점(沙器店)고개 이른다(15:26).
옛날 이 주변의 작점리나 능치리에 사기를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좌측의 산길에 깔린 산악회 시그널.
진행하는 좌측 방향으로 간간히 난함산 줄기가 조망된다.
부채버섯?
다시 보는 난함산 정상부.
436봉을 올라서서 보는 선답자들의 리본.
우측으로 꺾어 우회한다.
502봉이라고 표기된 들기봉인가?
자그만 옛고개(?)를 지나서..............
7~8분 쯤 진행하여 밋밋한 봉우리에 섰다(16:09).
481봉이라는 표지기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3~4분 후 산길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해주 오씨 묘지를 지난다.
진행하며 우측의 묘지群에서 보는 지나온 대간길.
지도상 502봉이라고 표기된 봉우리인가?
전형적인 육산에 이런 바위는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한다.
멧돼지가 건목욕한 흔적이 여기저기..................
딸래미가 조사,기획하고 아빠는 따라만 다니나?
오래 전 설치한 듯한 휴식의자가 놓여 있는 매봉재 부터는 금산까지 오름길이 이어진다.
금산으로 오르는 길은 출입금지 밧줄이 이어져 있다.
밧줄을 넘어가서 내려다 본 추풍령저수지로 가는 풍경.
추풍령 구비마다~~~느낌이 온다.
바위구간의 밧줄을 따라 조금 오르면 금산에 닿는다.
금산 정상부에 이르렀다(16:57).
위험을 무릅쓰고 밧줄을 넘어가면 정말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1960~70년 代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철도용 자갈을 채취한 흔적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반쪽으로 잘린 금산에 올라서서 바라 본 추풍령저수지 주변의 풍경들.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느라 하루를 소비한 하루였다.
추풍령 면소재지 방향.
수백 미터 낭떠러지로 잘려나간 금산.
전국 곳곳에 이렇게 암석산을 채석장으로 파괴시킨 흔적이 경제개발의 상처로 남아 있다.
발을 헛디디는 날이면 제삿날이 될 것이 분명하니 아무튼 조심해야 한다.
금산 정상부의 안내시설들.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백두대간)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훼손하는 건 이제 그만~~~쇠귀에 경읽기 인가?
금산을 내려서며 보는 저번 구간에 지나온 대간 마루금.
추풍령으로 내려서는 길.
여기에도 낯익은 표지기가...............
진한 포도향이 콧속으로 빨려든다.
추풍령 날머리.
금산 산행안내도.
김천방향의 고속도로 같은 新 4번 국도.
산길을 내려섰다(17:15).
영동의 8월은 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영동방향의 신 4번 국도.
일곱 시간의 긴 산행끝에 내려선 추억의 추풍령.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산행일시: 2014. 8. 26(화요일).
♣산행구간: 큰재~민영봉(680)~국수봉(763)~용문산(707)~무좌골산(470)~작점고개~갈기봉~사기점고개
~들기산(505)~금산(380)~추풍령.
♣산행날씨: 대체로 맑음. 바람없고 무더움. 조망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