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및 여행/산따라 물따라

청춘열차를 타고 간 금병산과 김유정 문학촌

영원한우보 2013. 2. 19. 20:59

 

화요일에 하고 있는 지맥산행을 뒤로 하고 춘천에 있는 금병산을 찾아간다.

야트막한 육산인 금병산은 산책수준으로 가볍게 산행할 수 있고 근대 문학가 김유정이

태어난 실레마을을 병풍 처럼 휘감고 있으며 그의 생가터에 조성된 문학촌을

둘러보면서 김유정 문학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ITX(Inter-city Train eXpress)는 작년에 개통된 경춘선 청춘열차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2층 열차

(6칸 중 4~5호가 2층열차)를 운행하는데 용산역에서 70분을 달려 남춘천역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타고 거꾸로 한 정거장을 되돌아 오면 김유정역에 도착하게 된다. 

청춘열차를 타지 않고 상봉역에서 춘천행 전동차를 이용하면 요금이 한결 저렴하다.

 

한옥으로 지어진 김유정역은 옛 신남역으로 人名으로 지어진 유일한 역이라고 한다. 

 

김유정역에서 우측으로 진행하여 금병산에 올랐다가 김유정문학촌을 둘러볼 수 있고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해도 무방하다.

우리는 금병산을 먼저 오르기로 하고 우측으로 발길을 옮겼다.

 

산행들머리를 찾아가며 좌측으로 올려다 본 금병산.

 

춘천의 대표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닭갈비와 막국수집이 곳곳에 보인다.

 

금시로 날을 받아서 대례를 치렀다.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 보러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여 마시며 색시 잘났다고 추었다.

주인은 즐거움에 너무 겨워서 축배를 흥건히 들었다. 여간 경사가 아니다.

뭇 사람을 삐집고 안팍으로 드나들며 분부하기에 손이 돌지 않는다.

 

"얘 메누라! 국수 한 그릇 더 가져온-"

어째 말이 좀 어색하구먼- 다시 한 번,

"메누라, 얘야! 얼른 가져와-"

                                                      -`산골 나그네'중에서-

 

금병산과 김유정 실레이야기길 안내도.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만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움푹한 떡시루 같다하여 동명(洞名)을 `실레'라 부른다"

                                          김유정의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중에서-

 

 

 

 

진행하며 고개를 돌려 본 등선봉과 삼악산.

화악지맥의 계관산을 지나 작은 촛대봉에서 왼쪽으로 갈라져 내려오다 삼악산에서 만났던

춘천시내와 의암호반의 그림처럼 멋진 풍광을 잊지 못한다.

 

금병산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잣나무가 빼곡한 금병산 산림욕장을 지난다.

 

 

꼬불꼬불하고 제법 경사가 급한 등산로를 오른다.

 

 

철탑삼거리에 도착하여 잠시 배낭을 내리고 휴식한다.

 

정상이 2.6km 남았다.

 

완만한 등로가 한적하다.

 

안부를 지난다.

 

다가서는 소나무와 도망하는 소나무.

 

헬기장이 있는 정상에 도착한다.

 

김유정문학촌 방향으로 진행하기 전 전망대에 올랐다.

 

금병산 정상 표지석.

금병산(金屛山)이 춘천시내의 남쪽을 병풍처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육산이라면

645m의 삼악산(三岳山)은 악산으로 산세가 완전히 딴판이다.

 

화악산과 매봉, 그리고 몽가북계로 이어지는 화악지맥의 웅장한 산줄기에 아직 봄은 멀리 있었다.

 

춘천시내와 북한강.

용화산, 오봉산, 사명산이 둘러쌓여 있다. 

 

우측으로 대룡산이 이어진다.

 

금병산 전망대에서 동영상으로 둘러 본 주변풍경. 

 

김유정문학촌으로 내려서는 길.

 

 

잣나무숲길.

 

내려서며 보는 실레마을과 삼악산.

 

뒤돌아 본 금병산.

 

이정표가 헷갈릴 정도로 많이 설치되어 있다.

 

김유정문학촌으로 접근한다.

 

 

김유정 문학촌.

 

김유정은 춘천시 신동면 중3리 실레마을에서 팔남매 중 일곱 째로 태어나 어려서 서울로 올라가

재동초교와 휘문고교를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 문과에 진학하였으나 기생인

박녹주를 짝사랑한 나머지 수업도 팽개치고 그녀를 뒤쫓아다니다 제적당하였으며,

 

실연과 제적이라는 상처를 안고 귀향한 그는 학교가 없는 실레마을에 금병의숙을 열어

야학 등 농촌계몽활동을 약 2년간 벌이는 가운데 1930년대 궁핍한 농촌현실을 체험한다.

 

1933년 다시 서울로 올라간 김유정은 농촌과 도시의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신명에 빠지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이던 중 지병(치질과 폐병)이 악화되었고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창작의 열정을 불사르다 1937년 3월 29일 새벽 달빛 속에 하얗게 핀

배꽃을 바라보며 29세의 꽃다운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날개'의 `이상', `봄봄'의 김유정은 친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모두 단명한 문인들로 `이효석'은 `왕수복'을,` 이상'은 `금홍이'를, `김유정'은 `박녹주'라는

기생을 사랑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유정 문학촌으로 들어섰다.

김유정의 대표소설인 동백꽃의 한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문학촌안에 설치되어 있는데

점순이가 닭싸움 시키고 있는 것을 김유정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서 동백꽃은 남쪽 해안에 피는 상록교목의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노랗게 피는 생강나무꽃을 일컫는데 강원도 사람들은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 혹은

산동백이라고 불러왔으며 김유정은 소설에서 붉은 동백꽃과 구별이라도 하려는 듯

`노란 동백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유정기념전시관과 함께 김유정 문학촌의 대표적 건물인 김유정 생가는 강원도 전형적인 ㅁ자형

가옥으로 그의 조카 김영수씨와 마을 주민들의 증언, 고증을 거쳐 2002년에 복원했다. 

 

생가의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아궁이가 있다.

이 아궁이에 불을 때면 사랑방 구들을 데우고 봉당의 굴뚝으로 연기가 나간다. 

 

봉당의 굴뚝은 부엌이 딸린 안방 굴뚝이 아니라 사랑방 굴뚝이다.

사랑방 굴뚝을 봉당에 낸 이유는 아궁이에 땐 불이 고래를 따라 열이 이동하고 개자리

(방구들 윗목에 깊이 파놓은 고랑)에 머물던 더운 기운은 그을음과 티끌을 다 떨어버리고

맑은 연기만 배출하는데 안마당 바닥에 퍼지는 운무는 우리 옛 가옥의 정취이며

굴뚝의 연기는 방충기능을 했다고 한다.

 

부엌에 걸려 있는 그 시절의 주방용품들.

 

 

김유정의 대표소설인 `봄봄'의 내용을 형상화한 작품이 장독대 앞에 세워져 있다.

마름(봉필이)은 키가 아직 작다고 하고 성례를 기다리는 머슴(나)은 키가 이만큼이나 컸다고

점순이의 키를 견주고 있는 조형물이다.

 

김유정 문학촌에 있는 헛간.

디딜방아와 농기구, 각종 생활용품들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김유정기념전시관. 

 

 

넓지 않은 기념관 내부에서 김유정 작가의 일대기와 작품집 등을 살펴 볼 수 있다. 

 

 

 

 

김유정은 29세의 꽃다운 나이에 무궁무진한 재능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이세상을 떠나는 동안 

30餘 편의 글을 남겼는데10餘 편의 배경지가 이곳 실레마을이었고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이곳에서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김유정 문학촌 전경.

 

실레마을 구석구석이 김유정 작품의 배경지다.

 

 

 

 

김유정문학촌을 삼십 분 쯤 둘러보고 닭갈비로 식사를 하고 귀가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기차를 타고 한 번 쯤 둘러보기에 부담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일시: 2013. 2. 19(화요일).

 

♣산행구간: 김유정역---->철탑삼거리---->금병산---->김유정문학촌---->김유정역

                            1.75Km             2.6Km       3.81Km                 0.5Km      합계 8.66Km

 

♣산행날씨: 맑고 상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