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마지막 구간을 가다
한 10년 쯤 되었을까 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나서 얼마 후 친구들과 산을 찾기 시작했고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흘러가는 말을 주워듣고 백두대간이라는 걸 알게되어 마루금 산행을
시작했는데 6년 餘의 산행끝에 대단원의 1대간 9정맥을 완주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1대간 9정맥 완주를 시샘이라도 하는 것일까 산행내내 빗줄기가 쉬지않고 쏟아졌지만
천리길을 마다않고 내려와 산행을 함께해준 친구들이 있어 너무 고맙고 행복했으며
건강과 시간, 그리고 적절한 물질을 허락하시고 6년이 넘는 긴 세월 산행을 하는 동안
발걸음을 안전하게 지켜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시작한 산행이었는데 자연의 깊은 뜻과 섭리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겉핥기식으로 1대간 9정맥을 끝내는 이 순간이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예닐곱번의
사계절을 바꿔가며 마루금을 밟아 나가던 희노애락의 순간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살을 에이던 강추위로 눈썹에 고드름이 매달리고 얼음물을 들이켜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던
삼복의 무더위와 씨름하던 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가고, 파릇파릇 생명을 잉태하던
연록의 아름다움과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불타는 산야의 풍경들을 잊을 수 없다.
아직도 자연의 뜻과 섭리를 전혀 헤아리지 못한채 산을 오르내리며 우리를 향한 음성과
몸짓이 무슨 의미인지를 곰곰히 되뇌이면서 그들의 일부되기를 바래보지만 아둔하고
속세에 찌든 나에게는 어불성설이고 그저 경외심을 가지고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앞에 서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오늘 산행거리는 해단식을 고려하여 6~7Km에 불과하다.
비가 부슬거리는 산행들머리 뱀재에 도착했다(11:48).
도로턱을 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포장된 농로를 진행한다.
천리길을 마다않고 달려와준 친구들.
진행방향의 잼비산.
밋밋한 잼비산 도착(12:00).
생명의 두런거림이 들린다.
삼정치를 지난다(12:09).
천왕산과 섬진강을 바라보며 포장도로를 진행한다.
남해고속도로 토끼굴을 지난다(12:32).
빗줄기는 더욱 거세다.
도로사면을 오른다.
빗물을 잔뜩 머금은 경삿길이 무척 미끄럽다.
오늘의 최고봉(225.6m)천왕산에 도착했다(13:03).
함께 한 친구들과 기념을 남긴다.
천왕산에서 내려다 본 잼비산과 남해고속도로.
천왕산을 내려선다.
비구름에 휩쌓인 몽환적 풍경의 산야.
기암을 지나며.................
뒤돌아 본 천왕산.
200餘 미터의 야산(?)이지만 제법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2번 도로를 향해 내려선다.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는 2번 도로를 위험을 무릅쓰고 횡단해야 한다.
마지막 봉우리인 망덕산에 도착했다(14:28).
약 4~5십m 진행하여 만나는 망덕산 정상석.
`호남정맥의 시발점, 197.2m'라고 표기되어 있고 옆에는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2~3분 진행하면 나타나는 전망바위.
전망바위에서 본 섬진강과 외망포구.
전망바위에서 우측으로 꺾어 진행해야 외망포구로 떨어지는데 우리는 정자를 지나 바로 내림길을
진행하여 최후까지 알바를 하며 내망리 마을로 내려섰다.
내망리 마을로 내려서는 길.
마을에서 우측으로 10분 쯤 진행하여 외망포구(망덕포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호남정맥이 잠겨드는 망덕포구에 섰다.
전북 진안의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550餘 리 3道를 굽이돌아 망덕포구에서 여정을 마치고
광양만을 거치며 남해에 합수되어 망망대해로 흘러든다.
산행 후 호남정맥 해단식과 1대간 9정맥 완주자들에게 기념패를 전달하는 기념식이 있었다.
호남정맥 종주증 수여.
1대간 9정맥 완주패 증정.
몇개 구간을 완전하게 잇지 못하고 완주패를 받게되어 조금은 아쉬웠으나 여유를 가지고
나머지 구간을 이어갈 것이며 마침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이므로 나의 발걸음은
또 다른 어딘가의 산길을 걷게 될 것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하나의 마루금으로 이어져 있다.
백두대간은 원래 하나였고 지금도 하나이고 앞으로도 쭈욱 하나일 것이다.
지리산 다람쥐는 백두산까지 갈 수 있지만 우리는 진부령에서 멈춰서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백두대간에서 갈래친 정맥들을 걸으며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손잡아준 산우들이 있어 몇 차례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아름다운
조국을 사랑하게 되었고 감사하게 되었다.
통일이 되는 날, 진부령에서 끊긴 이 길을 다시 이어가고 싶다.
♣산행일시: 2012. 4. 21(토요일).
♣산행구간: 뱀재~ 잼비산~ 천왕산~ 망덕산~ 외망포구(망덕포구).
♣산행날씨: 산행내내 비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