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산행및 트레킹/코타키나발루 관광및 트레킹

가족과 함께 한 키나발루 등반기(1)

영원한우보 2011. 11. 23. 22:38

 

아내와 딸을 동반하고 키나발루 등반에 나섰다.

아내는 3,500~3,600미터의 산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딸래미는 한라산을 올랐던게 전부라

고산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못내 걱정이 되었으나 잘 참고 견뎌주어 대견했다.

 

20餘 명의 일행들과 11.12(토)~11.16(수)까지 3박5일 동안의 이번 일정은 키나발루 등반 후

관광이 곁들여 있어서 가족과 함께 하기에 좋았고 힘들고 즐거운 여정을 진행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이끌어 주며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기회가 되었다.

 

키나발루는 동남아 최고봉으로 東말레이시아의 사바(Sabah)주內 코타키나발루에 위치하며

4,095.2m로 알려져 있으나 지각변동으로 조금씩 높아져 작년에 위성으로 측정한 결과

4,101m로 확인되어 지금은 두가지 높이로 병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반도의 서말레이시아 11개 주와 보루네오섬 북부에 위치한 동말레이시아의

2개 주 등 13개의 주와 3개의 연방직할구가 있으며 35개의 소수민족이 연방제 입헌군주국을

이루고 있는 바 페낭주, 말라카주, 사바주, 사라왁주를 제외한 9개 주의 세습군주들이 5년마다

투표로 국가원수인 국왕을 선출하고 있는데 동남아에서 경제와 정치가 가장 안정되어 있다.

 

 

▼첫 날과 마지막 날 숙박했던 호텔.

 

 

코타카나발루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 날 일찌기 키나발루 등반에 나섰다.

키나바루 등반은 팀포혼게이트와 메실라우게이트로 오르는 두가지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코타키나발루에서 약 두 시간 거리(98Km)에 있는 팀포혼게이트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하여

6.5Km를 걸어 3,273미터에 있는 라반라타산장에서 숙박한 후 이튿날 새벽에 키나발루를

등반하고 내려오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키나발루 산문(팀포혼게이트)으로 이동 중 전망대에서 바라 본 키나발루의 모습이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구름은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 등반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우리에게 묵언으로 예고하고 있었다. 

 

키나발루는 1851년 영국의 H. Low경에 의해 처음으로 등반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어원은 이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인 카다잔족의 조상을 뜻하는 아키(Aki)와 산을 뜻하는

나발루(nabalu)에서 유래되었고 `죽은 자를 숭배하는 장소'라고 한다.

 

1964년 말레이시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훼손을 막기 위해 입산 인원을 제한하고 있으며 등반하려면 사전에 입산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상부는 기온이 연중내내 2~5도 정도이나 바람이 불면 기온이 떨어져

영하 10도까지 내려가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등반에 임해야 한다.

 

키나발루는 로우봉(4,101m)를 비롯해 남봉(3,933m), 성요한봉(4,091m), 당나귀봉(4,054m),

알렉산드라봉(4,003m), 어글리시스터봉(4,032m) 등이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어져 있으며

사전에 각각의 봉우리마다 등정허가를 받아야 오를 수 있다.

 

키나발루국립공원은 754㎢의 면적으로 5,000餘 종의 식목과 100餘 종의 포유류, 300종의

조류가 분포하고 있어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희귀한 동식물이 가득한데 전세계에

자생하는 식물의 70%가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 한 일행들과의 단체 인증샷.

 

▼가족과 한 컷.

 

화창하던 날씨가 공원본부에 도착하자 운무가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작은 빗방울이 자켓에 떨어지는데

오늘 산행이 예사롭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키나발루공원본부에 입산신고를 하고나면 가이드가 배정되고 무거운 짐은 포터에게 맡길 수 있으나

1Kg당 미화 5불이라는 상당히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공원본부에서 산문(팀포혼게이트)까지 4Km쯤 되는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Timpohon Gate 앞에서 키나발루 등반을 기념하며 포즈를 취한 아내와 딸.

 

팀포혼게이트의 정상등반안내도. 

 

팀포혼게이트를 통과하면 칼슨폭포까지 500미터 가량 정글 느낌의 내리막이 이어진다.

 

칼슨폭포를 지난다.

 

폭포를 지나자 급경사 오름 계단길이 이어진다.

고산증을 염려하여 천천히 움직인다. 

 

해발 2천 미터를 넘겨 칸디스 쉼터(Kandis Shelter)에 이르렀다.

딸래미는 지금부터 생애 최초로 경험하는 길을 걸으며 고산 기록을 갱신할 것이다.

 

Summit Trail 안내판이 등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스콜이 반복되어 습생식물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

 

두번 째 쉼터인 우바쉼터에 이른다.

쉼터마다 배낭을 내려놓고 여유로운 휴식을 취한다.

 

키나발루 등반은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급경사 오름이 이어진다.

 

우중충하던 날씨가 드디어 비를 뿌리기 시작하여 우비를 챙겨 입었다.

거의 매일 스콜이 반복되어 등반 중 대부분 비를 만난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루 종일 비와 동행하여

특별한 조망은 즐길 수 없었으나 운무가득한 산길이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오름길을 진행하며 쉼터 몇개를 지나 라양라양산장(2,702m)에 이르렀다.

메실라우게이트에서 오르는 코스와 이곳에서 합류되어 정상으로 향하게 된다.

 

안내판은 오늘 목적지 라반라타산장까지 2Km가 남아 있음을 표기하고 있다.

메실라우게이트에서 오르는 코스가 팀포혼게이트 보다 2Km가 더 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천천히 더욱 천천히..................

몇 번의 경험에 의하면 고산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잠시 비가 잦아들었다.

산딸기를 입에 넣으며 잠시 힘듦을 잊은 채 여유를 만끽한다.

 

빗줄기는 가늘어졌다 굵어졌다를 반복하며 그칠 줄 모른다.

유유자적한 산길의 여유가 더욱 좋다.

 

빗물을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난 야생화.

 

 

빌로사쉼터에 이른다.

운무가 자욱하고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진다.

 

드디어 3천미터 고지에 올라선다.

이제 1.5Km, 300미터 가량의 고도만 높이면 라반라타산장에 도착하게 된다.

 

잘 가꾸어진 농원의 분재 처럼 아름다운 수목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포터들은 짐을 진채 우리의 뒤를 묵묵히 따르고 있다. 

어린 포터의 눈망울이 애처롭다.

 

파카쉼터에 이르지만 아직도 빗줄기는 그칠 줄 모른다.

 

잠시 휴식 후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운무가 유유히 노닐고 있는 키나발루가 눈앞에 나타난다. 

 

몇 시간 전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키나발루 정상부는 운무가 시시각각 덮였다 벗겨지기를 반복하며

우리에게 신비로움과 경외감을 더해 주더니 지금도 운무가 키나발루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

 

 

키나발루의 첫번 째 산장인 왈라스 산장(3,244m)에 이른다.

산장 뜰 앞에는 노란 양지꽃(?)이 비를 맞으며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라반라타산장 바로 아래에 있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산행을 시작하여 약 1,400미터의 고도를 높였으니(고산트레킹에서는 하루에 천 미터 이상 고도를

높이는 것은 무리다) 힘이 많이 들었을텐데 잘 견디고 따라와준 가족이 고맙고 대견하다.

 

細雨속에서 묵묵히 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라반라타산장 입간판.

해발 3,272.7m의 표기가 또렸하다.

 

라반라타 산장 뒷쪽으로 키나발루 정상을 오르는 길이 나 있다.

내일 새벽 우리는 이 길을 통하여 정상에 오를 것이다.

 

라반라타산장에 도착해 우중산행 장비를 벗은 후 딸래미와 키나발루 입성을 자축했다.

 

라반라타 산장 식당내부.

3,200미터가 넘는 곳에 이런 훌륭한 식당과 숙소가 있다니 놀랍다.

음식의 질과 맛도 좋았고 숙박시설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괜찮은 편이다.

 

식사 후 일행들과 산행담을 나누며 망중한을 즐겼다.

 

내일은 새벽 2시에 일어나 등반을 시작해 정상에서 일출을 맞게 된다.

저녁 8시가 채 되기도 전 잠자리에 들지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귓청을 맴돈다. 

수 년 전 부터 고산을 트레킹하며 산장에서 밤을 지새던 기억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