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우보 2010. 9. 30. 12:05

 

지금까지 여러 번 덕유산을 찾았었지만 오늘 처음으로 무박종주를 시도한다.

육십령에서 향적봉을 넘어 삼공리로 내려서는 덕유산 종주가 개인차는 있겠지만 성삼재에서

천왕봉에 올랐다가 중산리로 하산하는 지리 주능선 보다 Up-down이 심해 오히려 더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리산과 설악산, 그리고 한라산은 수차례 종주 개념으로 산행한 적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4大 高山 中 하나인 덕유산은 처음으로 무박종주에 나서는데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힘들면 설천봉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기로 마음먹는다.

 

결과적으로 12시간 半만에 약 35Km에 이르는 덕유산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구천동 계곡을

내려설 때 몸은 지쳤으나 內心 해냈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으로 가슴 뿌듯했으며 장쾌한

덕유산 능선을 마음껏 조망하며 가슴에 담을 수 있어 매우 흡족한 산행이었다.

 

며칠 전 설악산에는 올해 첫 서리가 내렸다고 하더니 역시 고산의 새벽 공기는 싸늘하여

맑디 맑은 정신으로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게 도와줬고 추석을 지난지 얼마 안되어

滿月의 달빛이 희끄무레하게 주변을 비춰 고즈넉한 산행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능선을 걷고 바위를 타고 오르며 만났던 바위구절초, 투구꽃, 바위취,

용담, 동자꽃, 산오이풀 등 다양한 야생화의 다소곳한 미소가 아름다웠고 남덕유 정상에서 

맞이한 일출광경은 감격스런 환희의 胎動을 연출하고 있었다.  

  

금요일 밤 늦은 시간에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여 덕유산 휴게소에 들어섰고

식수와 필요한 간식 등을 준비해 산행 들머리를 향해 달려 적막이 휩싸인 육십령에 도착하니

암흑속에서 싸늘한 공기가 달려들어 온몸을 덮친다(02:48).

 

우리는 까만 하늘의 滿月과 무수한 별들의 환영을 받으며 기나 긴 여정을 시작한다(02:51). 

 

육십령의 대낮 풍경을 퍼올린다.

육십령은 백운산과 덕유산의 안부격인 고개로 예전에는 가파르고 험해 도적떼가 들끓어 60명이 모여서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六十峴 또는 六卜峙라고도 불린다.

 

육십령은 해발 734m로 조령(643), 죽령(689), 팔랑치(513)와 함께 영남 지방의 4大 嶺으로 꼽혀왔고

예전 부터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였으며 지금은 경남 함양군 서상면 북동마을과

전북 장수군 장계면 평리마을을 26번 포장도로가 이어주고 있다. 

 

절개지 사면에 설치된 계단을 올라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한다.

 

서늘한 바람을 맞아가며 야생화가 피어 있는 산길을 걷는다. 

 

30분을 진행하여 첫번 째 이정표를 만난다(03:21). 

←육십령 1.5Km, →할미봉 정상 0.7Km, 덕유삼거리 3.4Km를 가리키고 있는 이정표를 지나면

내림길이 잠시 이어진다.

 

헬기장을 지나고 오름길을 진행하며 나뭇가지 사이로 스치는 滿月을 본다. 

 

경사가 가파른 밧줄구간을 지나 할미봉에 올라선다(03:43). 

 

할미봉 정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흐르는 땀방울을 잦아들게 만들고 어슴푸레한 달빛은 주변 암봉의

멋진 윤곽을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육십령 2.2Km, →덕유삼거리 2.7Km, 서봉 4.8Km라고 표기된 할미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를 뒤로 하고

발길을 내딛으면 곧 급경사 내림 계단길이 나오고 밧줄 암벽 내림길이 이어져 주의를 요한다.  

 

 

 ↓육십령 5.2Km, ↑남덕유산 3.6Km, →덕유교육원 1.8Km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을 직진해서 

산죽길을 진행하여 두번 째 만나는 헬기장에 올라선다(04:41). 

 

달빛과 어우러진 별들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하고 숲속으로 들어선다. 

 

교교한 달빛을 안고 이슬맺힌 수풀이 우거진 등로를 진행한다.

계곡을 몰려다니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암흑속에 靜寂을 깨뜨린다. 

 

헬기장을 출발하여 이슬을 걷어차며 약 한 시간 쯤 진행해서 서봉에 접근했다.

서봉과 남덕유 사이의 동녁이 서서히 붉어지며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험한 암릉길을 3~4분 진행하여 서봉에 올라섰다(05:41).

서봉은 장수군에 위치하고 있어 장수덕유산이라고도 불린다.

주변은 아직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채 남덕유는 운무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철계단을 내려서서 30분 가량 동쪽방향으로 산길을 진행하여 남덕유 갈림길에 이른다(06:15).

우측으로 남덕유산 0.1Km, 남덕유를 우회하는 직진 방향으로는 삿갓재 4.2Km를 알리고 있는데

우리는 남덕유를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계속한다.  

 

남덕유 오름길에는 이슬을 머금은 용담이 처처에 즐비했다. 

 

남덕유산에 올라섰다(06:19).

운무가 짙게 드리워진 정상 한켠에 서 있는 이정표는 ↑향적봉대피소 15Km, ↓영각공원지킴터 3.4Km를

가리키고 있고 남덕유산은 해발 1,507m라고 안내되어 있다.

 

새해 벽두에 보는 일출만이 우리에게 감격을 주는 것이 아니다.

운무를 뚫고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이 환희를 노래한다.

 

 

일행들이 탄성을 연속 토해낸다. 

 

수 년 전 겨울에 눈덮인 이곳을 올랐던 기억을 되살리며 기념을 남긴다. 

 

남덕유를 내려서며 태양의 노래를 가슴에 담는다. 

 

 

저멀리 발아래로 안개가 골골이 나지막하게 깔려 있다.

할미봉을 지나며 서해바다가 이곳으로 옮겨왔나 했었는데 달빛에 비추인 안개가 희끄무레하여

해안선의 바닷물 처럼 보였던 것이다. 

 

산길을 가며 좌측의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온 서봉을 조망한다. 

 

해발 1,240m의 월성재에 도착했다(07:05).

↑삿갓골재대피소 2.9Km, ↓남덕유산 1.4Km, →황점마을 3.8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몇 년 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황점으로 내려섰던 기억이 떠오른다. 

 

 

산죽을 뚫고 둔덕에 올라섰다.

지나온 서봉과 남덕유는 운무가 걷히고 찬란한 햇살이 살포시 앉아 있었다.

 

진행 할 북북동 방향으로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다. 

 

우측으로는 거창의 산골 마을들이 안개를 걷어내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낭떠러지 암벽 틈새에 보금자리를 튼 산부추가 한 폭의 그림같다. 

 

바위취도 피어났다. 

 

뒤돌아 암봉 너머로 지나온 남덕유와 서봉을 본다.

 

좌측으로 장수군 방향의 산골에는 아직도 안개가 낮게 드리워져 있다.

 

산죽길과 돌계단을 올라 삿갓봉 갈림길에 이른다(07:58).

↑삿갓재대피소 1Km, ↓월성재 1.9Km, →삿갓봉 0.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우회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오늘은 제대로 종주 해보자고 다짐하며 우측의 삿갓봉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삿갓봉에 올라서니(08:03) 사방으로 막힘없이 시원하다.

 

남서 방향으로 남덕유와 서봉, 그리고 지나온 능선이 이어지고 있고, 

 

동남 방향으로는 월성재에서 이어지는 황점마을과 멀리 지리산 능선이 조망된다. 

 

진행 할 동북 방향으로 무룡산과 동엽령, 좌측으로 휘어지며 덕유 주능선이 흐르고 있다. 

 

좌측으로 삿갓봉을 내려서면 우횟길을 만나게 되는데 덕유산국립공원에서 세운 ←삿갓재대피소 0.9Km,

→삿갓봉정상 0.3Km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있다.

 

산죽과 잡목이 우거진 산길을 진행하여 삿갓재로 간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열매가 있다. 

 

삿갓골재대피소에 이르러(08:24) 배낭을 풀고 허기를 채우며 휴식한다.

 

산행 들머리인 육십령에서 약13~14Km를 걸어왔으나 아직도 향적봉이 10.5Km가 남았음을 안내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물을 얻었던 참샘이 바로 아래에 있으나 오늘은 들르지 않는다. 

 

대피소 앞에서 남남동 방향으로 지리 주능선이 아스라히 조망된다. 

 

약 20분을 휴식하고 산행을 재개한다(08:45). 

 

무룡산이 등을 굽혀 비스듬히 누워 있다.

 

참나뭇길을 지난다. 

 

무룡산으로 오르는 계단길이 눈앞으로 다가선다. 

 

무룡산 계단길을 오르며 지나온 능선을 조망한다.

눈앞으로 삿갓봉이 우뚝하고 남덕유와 서봉은 이제 제법 멀리 물러나 있다. 

 

무룡산에 올라섰다(09:33). 

↑향적봉 8.4Km, ↓남덕유산 6.4Km, 삿갓골재대피소 2.1Km, 무룡산정상 1,492m라고 표기되어 있고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으며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조망이 좋다.

 

진행방향으로 S자로 능선이 이어지고 있는데 움푹한 지점이 동엽령이고 그 윗쪽으로 백암봉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귀봉, 지봉, 대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흐르고 있다.

 

키를 넘는 산죽과 잡목이 엉킨 등로를 진행한다.

 

↓삿갓재대피소 4.2Km, 무룡산 2.1Km, → 동엽령 2.0Km라고 표기된 이정표를 우측으로 돌아 지나는데

이정표에 누군가가 가림봉이라고 써놓았다. 

 

가림봉(?)의 시야도 시원하게 터진다.

지나온 방향으로 무룡산이 좌측에, 삿갓봉 너머로 남덕유와 서봉이 보이고, 

 

진행방향으로 눈앞에 동엽령이, 그 위로 백암봉이 높게 보이고 대간 능선이 우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아란 하늘에 흰구름 떠있고 억새꽃 춤추는 능선을 넘으면 동엽령에 이르게 된다. 

 

동엽령에 이르렀다(10:47).

우측은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장수군 안성면으로 간다.

동엽령은 해발 1,320m에 위치하며 ←안성 4.5Km, ↓남덕유산 10.5Km, 삿갓골재대피소 6.2Km, 

↑향적봉 4.3Km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다.

 

완만한 능선따라 송계삼거리(백암봉)를 향한다. 

 

남덕유에서 많이 보이던 용담이 모습을 보이고, 

 

투구꽃과 구절초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송계삼거리(백암봉)에 올라섰다(11:42).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2.1Km, 지나온 동엽령 2.2Km, 남덕유산 12.7Km를 가리키고 있다.

육십령에서 백암봉까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며 여기서 백두대간 능선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귀봉,

지봉,대봉을 넘고 신풍령을 지나 삼봉산, 대덕산으로 이어져 속리산, 소백산,오대산, 설악산,

진부령을 지나며 남한 땅의 최북단인 향로봉까지 이어진다.

 

눈앞에 가까이 다가선 중봉을 지나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평전은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야생화가

만발해 산상화원을 이루고 겨울에는 설화가 아름답게 피어나 산객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중봉 오름을 시작한다. 

 

진행 왼쪽의 안성 농촌마을 들녁에서는 볏나락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중봉 계단길을 오르며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꼭두 새벽부터 걸어온 20Km에 이르는 덕유능선이 장쾌하게 눈앞으로 펼쳐져 장관인데 사람들은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중봉을 넘어 향적봉으로 향한다(12:11). 

 

아고산대인 이곳은 고도가 높아 기온이 낮고 바람과 비가 많아 진달래, 철쭉, 조릿대 등 키 작은 나무들과

야생화가 자라고 있어 지상낙원을 이루고 있는데 한 번 훼손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여 이곳을 찾는

우리는 훼손되지 않도록 관심과 산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간다는 주목이 죽어서도 우아한 死體를 자랑하고 있다. 

 

 

덕유산 주목 중 최고의(?) 거목앞에 선다.

히말라야를 트레킹하며 설봉앞을 지날 때 처럼 경외감이 든다.

 

이제 향적봉이 바짝 다가서 있다. 

 

향적봉대피소를 지나 향적봉으로 오른다. 

 

향적봉에 올라선다(12:36). 

언제 어디서 모여 들었는지 향적봉에는 인파가 북적이고 있다.

덕유산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남한 제4위의 峰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남덕유에 이어 향적봉에서도 기념을 남긴다. 

 

향적봉 북쪽으로 리프트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설천봉이고 우측의 슬로프를 따라 칠봉으로

덕유 주릉이 이어지고 있지만 출입금지 지역으로 묶여 있어 백련사로 하산하기로 한다.

 

백련사로 내려서는 계단길에서 배낭을 풀고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일어서니 무릎이 시큰거려 온다.

9시간 가까이 덕유 주릉상에 있는 8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혹사시켰더니 삐그덕거리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지만 아직도 하산길이 많이 남아 있으니 살살 구슬러 가며 하산해야지 별수없다.

 

백련사 방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향적봉으로 오르고 있었다. 

 

무릎 눈치를 봐가며 슬슬 백련사를 지나간다(14:10). 

 

 

구천동 계곡 상류에 자리잡은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神文王 681~692) 때 白蓮禪師가 은거하던 곳에

하얀  연꽃이 솟아 올라 지었다는 설이 전해지며 흥덕왕(興德王) 5년(830) 무렴국사(無染國師)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白蓮寺는 九千洞寺 또는 白蓮庵 등으로 불리워 졌는데 6. 25 때 모두 불타버린 것을 1960년 代

복원했으며 백련사지(白蓮寺址.전북도 기념물 제 62호), 백련사 계단(戒壇.전북도 기념물 제 42호),

매월당부도(梅月堂浮堵.전북도 유형문화재 제 43호) 등 유적이 있다.

 

                              (최초에 백련사가 있던 백련사지. 전북도 기념물 제 62호)

 

                                 (戒法을 전수하던 백련사 계단. 전라북도 기념물 제 42호)   

 

                (매월당 설흔(雪欣) 스님의 사리를 모신 매월당 부도. 전북도 유형문화재 제 43호)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근 후 일어나 구천동 계곡을 천천히 내려선다.

구천폭포를 지나고 비파담, 사자담, 인월담을 지난다. 

  

 

구천동수호비와 월하탄을 지나면 상가지역이 나타나고 곧 덕유산국립공원주차장에 이르러 산행을 마친다.  

 

 

 

여러 마디로 끊어 걸었던 능선을 오늘에서야 연결했다.

힘겨웠지만 완주했다는 자족감이 가슴에 가득하다.

따스한 봄날 야생화와 함께 덕유능선을 다시 한 번 걷고 싶다.

 

산행일시: 2010. 9. 24(금요일) 무박. 9월 25일 새벽 2시 50분~ 오후 3시 30분.

산행구간: 육십령(2.2k)~ 할미봉(4.8k)~ 서봉(1.8k)~ 남덕유(1.4k)~ 월성재(2.2k)~ 삿갓봉(1.2k)

              ~ 삿갓대피소(2.1k)~ 무룡산(4.1k)~ 동엽령(2.2K)~ 백암봉(송계삼거리, 1.0k)~

              중봉(1.1K)~ 향적봉(2.5K)~ 백련사(5.6k)~ 삼공탐방지원센타.

산행날씨: 맑고 시원함. 조망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