鳳凰이 앉았다는 봉대산은 없더라- 낙남정맥 11구간
엊그제까지 장맛비가 남부지방을 강타하여 철도가 유실되고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는 뉴스를 들었고
오늘도 중부지방에는 올라온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나
산행을 가겠다고 짐을 꾸리는 나에게 마누라의 충고어린 잔소리가 날아든다.
중부지방으로 이동한 장마전선으로 산행지에는 별다른 비소식이 없어 한시름 덜고 집을 나서지만
비피해로 노심초사하고 있을 동포들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에 발걸음이 그리 유쾌하지 못한데
어쩌랴 나는 나대로 갈길이 있으니 내 길을 묵묵하게 걸어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오늘은 부련이재에서 돌장고개에 이르는 약 11Km의 낙남정맥 11구간 산행이다.
저번 구간에 산행을 끝냈던 부련이재 마루턱에는 금방까지 내렸던 비의 흔적으로 도로가 번질거리는데
우리는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배낭커버만을 씌운 채 산행을 시작한다(11:07).
들머리를 출발해 3~4분을 진행하여 묘지를 지나고 10餘 분을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니 양전산이다.
양전산까지 수월하게 올라와 쉬지도 않고 지나쳐 간다.
오늘은 거리도 짧고 평이한 등로가 이어지니 계획보다 더 진행하자는 의견도 일부에서 있었지만
또 다른 원칙론에 밀려 예정대로 돌장고개까지만 산행하기로 확정했다.
평이한 등로에 가끔 운무가 나타나 주위를 맴돌다 사라진다.
비비추 자생 군락지가 등로 가까이에 있는데 꽃잎마다 물기를 한껏 머금고 있다.
가벼운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앙증스런 네놈의 이름은 무엇인고?
송전탑을 하나 지나고 5분 후 두번 째 51번 철탑을 통과한다.
우측으로 삼베마을 주차장 3.5Km, 지나온 방향으로 고성군 방향이란 이정표를 지나 오르면 수풀이
무성한 헬기장에 이른다(11:59).
헬기장을 통과하는 길 옆 우측으로 불과 몇 미터 비켜서 봉긋한 봉우리에 봉대산 정상목이 있는 듯한데
지나치고 말았으니 아쉬움에 같이 산행했던 다른 분의 사진을 전재한다.
잠깐 넋을 놓는 바람에 오늘의 최고봉이자 鳳凰이 앉았다 날아갔다는 鳳臺山을 지나친 것이다.
헬기장을 지나자 내림길이다.
봉대산도 찾지 못하고 복분자에 눈이 멀어 익지도 않은 빨간 것까지 따먹기에 바빴다.
복분자는 까맣게 익는데 아직은 조금 철이 이른 복분자가 길가에 즐비했다.
헬기장을 지나 15분을 진행하여 객숙치에 이르면 마루금은 우측으로 급하게 꺾인다(12:14).
客들이 자고(宿) 넘던 고개라 하여 客宿峙라는데...................
객숙치를 내려서며 우측으로 운무에 쌓인 봉우리를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요놈이 봉대산일세 그려!
가벼운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저번 구간의 Up- down에 비하면 오늘은 너무 쉬운 평이한 등로다.
지나온 방향으로 봉대산 3.0Km, 우측으로 삼베마을 주차장 2.5Km, 진행방향은 사천시 방향이라고 표시된
이정표를 지난다.
이미 고성을 넘어 사천땅으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는 평탄한 이곳에 배낭을 내리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일어섰다.
수풀이 우거진 두번 째 헬기장을 지난다(13:05).
지도상 310봉이라고 표기된 곳이다.
요기할 때 우리앞을 지나갔던 일행들이 헬기장을 조금 지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길가를 살금살금 기어가고 있는 산머루 한 알을 입속에 따 넣는다.
묘지 석축을 지나고.....................
완만한 등로는 계속된다.
하늘말나리 군락도 지난다.
소나무 숲길을 우측으로 내려서면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 삼거리를 지나고................(13:52).
능선으로 올라 붙어야 했지만 별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임도로 계속 진행하며 휴식도 하고
오늘은 무난한 등로에 거리도 짧아 여유만만이다.
채석장으로 내려가는 임도와 헤어져 능선으로 올라서면 밤나무 농장이 나타난다.
안부로 내려서다 다시 오르는 길가에 감나무 단지가 보이고 밤나무가 다시 이어진다.
202봉에 오르며 좌측으로 보이는 어정곡소류지(沼溜地 = 늪지)에는 장마로 황톳물이 가득하다.
골재채취장 너머로는 다음 구간에 이어갈 무선산이 조망되고 있다.
채석장을 좌측에 끼고 진행하다 산으로 들어선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길을 찾는다.
측백나무 숲을 지나 내려서면 통영대전간 고속도로를 따라 시멘트 도로가 이어진다.
오늘은 이곳에서 산행을 마치고(14:48) 식사 후 귀경했다(15:50).
오랫만에 서울에 일찍 도착하여(19:50) 일행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을 가진 후 귀가했다.
산행일시: 2010. 7. 17(토요일, 낙남정맥 11구간).
산행구간: 부련이재~ 양전산~ 봉대산~ 310봉~ 임도삼거리~ 돌장고개
산행날씨: 흐리고 비 오락가락하다가 오후 들어서 갬. 습기 많고 무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