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기슭을 거닐다(7)- 페리체 뒷산을 오르며 고소에 적응하다
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해 페리체에 머물며 뒷동산(?) 적당한 지점까지 오르기로 했다.
바쁠 것이 없는 우리는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 까지 침낭속에 파묻혀 있었지만 쿡과 키친보이들의
두런거림과 그릇 부딪치는 소리는 이른 새벽부터 들리고 있었고 그들은 식사를 준비하면서
전통 민요인 듯한 경쾌한 곡조의 콧노래를 계속 흥얼거리고 있었다.
숙소 밖으로 나오니 주변의 설봉들이 우리를 반가이 맞는다.
어제 지나온 방향으로는 캉테가와 탐세르쿠가 남쪽에서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고,
숙소 지붕위로는 타부체 픽(6,495m)이 우뚝 솟아 있고 검은 암봉옆으로 촐라체(Cholatse. 6,335m)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일 진행 할 북쪽 방향으로는 페리체 평원 너머로 로부체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고
죱교 몇 마리가 어디론지 길을 가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뒷산을 오르기 위해 마을을 지난다.
앞에 보이는 암봉 아래 적당한 지점까지 일행들의 컨디션을 봐가며 오르기로 했다.
오늘도 날씨는 쾌청하여 트레킹을 하며 주변을 조망하기에 그만일 것 같다.
진입로로 들어서는 곳곳에 태양열과 바람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시설들이 보이고 있다.
에베레스트 지역은 태양과 바람, 그리고 수력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고 있어 카트만두나 랑탕지역 등
다른 지역에 비해서 전력사정이 그래도 좋은 편이라고 한다.
온몸에 털이 길고 몸집이 큰 야크가 먹이를 뜯다말고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이 고산지역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당신들은 그렇게 힘이 드세요?
서둘지 말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보세요." 라고 점잖은 충고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름을 시작한다(09:37).
한발한발 발걸음을 옮기기가 장난이 아니다.
몇 걸음 가다 쉬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우리는 전진한다.
고도계가 4,302m를 가리키는 능선에 올라섰다(10:05).
전면으로 아마다블람, 그 좌측으로 아일랜드 픽과 로체가, 우측으로는 캉테가와 탐스르쿠,
뒤로 타부체, 촐라체, 로부체 등 이름모를 설산과 암봉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페리체 평원 초입에는 우리가 묵고있는 숙소와 마을이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있다.
내일 우리는 페리체 평원이 끝나는 지점까지 진행한 후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로부체로 향하게 된다.
캉테가와 탐세르쿠 등 설봉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는다.
암봉들이 이어져 있는 페리체의 뒷동산(암봉 앞에 있는 肉峰들도 해발 5천 미터가 넘는다)을
향해 주변의 조망을 마음껏 즐기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는 오늘 둥그렇게 보이는 肉峰의 7부 능선, 약 4,500m까지 올랐다가 하산했다.
능선에서 분지형태의 내림길을 내려섰다가 다시 제2언덕을 향한다.
두번 째 언덕에 올라서면(10:29) 아마다블람 아래로 딩보체(Dingboche. 4,410m)가 내려다 보인다.
수년 간 해외산행 때마다 룸메이트인 차교수님과 함께 섰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우리를 도와주었던 세르파였다.
오른쪽으로 캉테가와 탐세르쿠가 바라 보이고 더 우측으로는 꽁데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방으로 시야가 멀리까지 달린다.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제3언덕을 향하여 발걸음이 시작된다(10:48).
에베레스트의 진주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로산과 함께 한다.
우측 구릉에 아마다블람 베이스 캠프(4,600m)가 보이고 촐룽체(Cholungche)로 길이 이어진다.
좌측으로 방향을 조금 돌리면 좌측으로 부터 로체, 아래로 아일랜드 픽, 바룬체(Barunche.7,220m),
세계 제5위봉인 마칼루(Makalu. 8,463m)가 아마다블람 사이로 보이고 있다.
줌을 당겨 확대해 보았지만 에베레스트에서 동쪽으로 22Km 떨어져 있는 마칼루는 멀게만 느껴지는데
중앙의 낮게 보이는 설봉이다.
제4언덕(고도계상 4,404m)을 오른다(11:06).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좌측으로 타부체 픽과 촐라체가 조망되고 사진의 중앙은 Cho La Pass Trek
방향으로 추정되며 우측에는 로부체가 보이고 있다.
확대하여 타부체와 촐라체를 본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려 아마다블람과 바룬체 방향을 조망한다.
로체와 임자체 방향의 하늘에는 흰구름이 온하늘에 가득하다.
곧 눈이라도 내릴듯 한 분위기다.
뒷쪽으로 눈을 돌려 캉테가,탐세르쿠와 꽁데를 바라본다.
아래로는 딩보체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제5언덕에 오른 시간은11시 23분 이었고 고도계는 4,487m를 가리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오르고 싶었지만 일행들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하며 일행과 함께 포즈를 잡았다.
한 분은 국내에서 정맥산행을 할 때 날아다니던 습관이 있어 선두에 합류하여 같이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분은 고소로 고생을 하여 칼라파타르를 오르지 못하고 말았다.
로부체와 페리체 평원을 바라보며 하산을 완료한 시간은 12시 30분 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휴식하며 페리체 마을을 산책했다.
이곳에서 많이 경작되고 있는 찐감자를 먹으며 한가로운 오후시간을 보냈다.
뒷동산 들머리에는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추모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도 여러 명이 눈에 띄었다.
저녁때가 되자 구름이 설봉주위를 유희하며 선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늘 그렇듯이 난롯가로 모여 들었다.
馬夫(야크몰이를 하는 사람)인 디네쉬(Dinesh)에게 야크를 몰 때 부르는 노래가 있느냐고 물으니
그는 서슴치 않고 우리가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구성진 가락으로 한 곡조 뽑는게 심상치 않아
앵콜을 청하자 네팔 전통민요를 우리에게 몇 곡 들려주었다.
신명좋은 쾅차도 뒤질세라 한바탕 춤실력을 발휘해 우리의 흥을 돋구니 여기저기서 팁이 쏟아진다.
그렇게 페리체의 저녁시간을 즐긴 후 창밖으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보며 잠을 청했다.
오늘은 고소적응 훈련을 한 셈인데 누구나 3천 미터를 넘기면 고소증세를 느끼게 된다.
대기압은 4천 미터에서는 60%로, 5천 5백 미터에서 50%, 8천 8백 미터가 되면 33%로 감소하며
산소농도도 같은 비율로 줄어들게 되므로 우리는 호흡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이
그만큼 줄어들어 저산소증에 의한 고소증세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고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고소증은 필연적으로 나타나지만 최소화할 수 있는 고소순응을 위한 수칙이
있는데 그것은 단계적으로 고도를 높이며 과로하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고산증은 체력과는 관계가 없고 체질과 더 큰 관련이 있는데 단계적으로 고도를 높이는 방법은,
1) 비행기나 차로 3천 미터 이상의 고도로 올라가지 말고 올랐다면 24시간 동안은 과로하거나 더 이상
고도를 높이지 말것.
2) 하루에 3백 미터(현실적으로는 6백 미터) 이상을 높이지 말것.
3) 1천 미터 고도를 높일 때마다 고소순응 휴식일을 가질 것.
4) 높은 곳에 올라 갔다가 낮은 곳으로 내려와 잘 것 등 이다.
과로는 고산병을 촉발하며 고소폐부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므로 `오버'하지 말고 지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여야 하며 가파른 곳에서는 휴식걸음을 해야한다.
또한 하루에 1.5 리터 이상의 소변량이 유지되도록 2~5 리터의 수분을 섭취하도록 하는데
충분한 물을 마시고 있는데도 소변량이 늘지 않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약물(다이아막스)을 복용하여 초기의 고산증은 줄일 수 있으나 폐수종이나 뇌수종 등
심한 고산증에 걸렸다면 즉시 하산(下山)하는 것만이 치료일 뿐 다른 약은 없다.
(이상은 H 트레킹 전문회사의 안내서를 발췌한 내용임)
제7일차 여정: 고소적응을 위해 페리체 뒷산을 오르며 휴식.
날 씨: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