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정맥/금남정맥

겸손을 일깨워준 금남정맥 10구간 산행

영원한우보 2009. 2. 1. 21:36

 

구정 설을 전후해서 매우 춥고 눈이 많이 내려 귀성객들을 힘들게 하였고 충남 서북부 지방에는

큰 폭설피해까지 입히는 등 궂은 날씨였으나 오늘은 맑고 포근하다.

작년 10월 중순 시작하여 매월 격주로 금남정맥 마루금을 이어왔는데 어느덧 오늘 예정된 산행을

마치게 되면 다음 구간은 부여 부소산의 조룡대에 이르게 돼 또 정맥의 한 획을 긋게된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멘재에 도착한다(09:29).

버스에서 내리니 계룡의 상큼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하고 내려쪼이는 햇살이 따사롭다.

장비를 추스려 산행을 시작하며 처음 만나는 360 餘미터의 팔재산만 치고 오르면 오늘 산행은 1~2백

미터의 조그만 봉우리들을 산책하 듯 걸어가면 되니 별다른 힘이 들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여 오름길에도 거의 땀이 흐르지 않는다.

십 여분 부드러운 낙엽길을 걸어 올라 잠시 너덜을 만난다. 

 

산행을 시작하여 이십 여 분만에 팔재산에 도착했다(09:51).

정상에는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돌을 쌓고 나뭇가지에 山名을 알리는 코팅팻말을 붙여 놓았다. 

 

팔재산을 내려서는 길은 활엽수 낙엽이 푹신하게 깔려있어 무릎관절은 보호되겠으나 미끄러워

조심하여 내려서야 했다.  

 

23번 국도가 지나는 널티재에 이른다(10:17).

도로로 내려서며 뒤돌아 본 310봉 뒷쪽으로 팔재산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도로로 내려선 우리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2백 미터 쯤 진행하여 통로를 이용해 23번 도로를

건너고 남쪽으로 내려온 만큼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다 묘지가 있는 지점에서 발길을 산으로

들여 마루금을 이어간다. 

                                    (통로를 향해 진행하고 있는 일행들)

 

                              (통로를 지나 맞은 편 산길로 들어서고 있는 선두그룹)

 

완만한 오름길을 올라 밤나무 단지를 지난다.

우리가 진행할 방향은 왼쪽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 능선이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계룡산 능선을 조망한다. 

 

어느덧 안골산에 이르렀다(11:27). 

 

 

활엽수와 침엽수 낙엽길은 반복해 이어지고 있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성항산으로 생각하고 한참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서 가던 일행들이 

길을 잘못 든것 같다고 되돌아 오고 있었다.

 

우리들 생각처럼 높다란 봉우리가 성항산으로 짐작하고 무작정 직진했던 것이다.

봉우리로 오르기 직전에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한참을 더 진행해야 한다.  

 

이번 설 무렵에 그렇게 많이 내렸다는 눈은 찾아볼 수 없고 낙엽이 발목까지 덮는다.

지금쯤 강원도의 산길에는 엄청난 눈이 쌓여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렇게 조그만 우리 강산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산행할 수 있는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공주 특산물인 밤나무 단지를 조성하려는 듯 곳곳이 벌목되어 있고 임도가 새로이 닦여지고 있었다.

 

이동통신 송신탑을 지난다(12:18).

 

잡목을 헤치며 십 분쯤 진행하여 잘 조성된 묘지가 있는 곳에 다다르니 산행대장 서 있다.

힘들어 하시는 분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대장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계속 진행하는데 名山도 아닌 이곳을 가벼운 기분으로 찾은 그들이 목적산행을 하는

우리틈에 잘못 끼여들었던 것이다.  

 

포장도로로 내려선다(12:31).

이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북진하면 발양리로 간다.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따라 오른다. 

 

이십 분 餘를 진행하여 성항산에 도착했다(12:52).

일행 중 일부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배낭을 풀었고 우리 몇 명은 성항산을 내려서서 점심을

먹으며 지리산 화대종주 계획을 점검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큰 규모의 밤나무 단지가 또 나타났다. 

 

씽씽거리는 찻소리가 들리더니 나뭇가지 사이로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고속도로 맞은편으로는 우리가 진행해야 할 능선이 마주선다. 

 

도로로 내려서서 고속도로를 통과한다(14:35). 

 

절개지 사면을 오르며 본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

차량들은 한가한 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었고 양방향으로 이인휴게소 간판이 보였다. 

 

절개지를 올라서자 쇠파이프와 철판으로 가설된 가파른 계단이 있었는데 정맥 마루금을 이어가는

산꾼들 외에는 별다른 존재가치가 없어 보였다. 

 

앞서가던 일행이 새집을 발견하고 나를 부른다. 

새집에 들어있는 새알이나 새끼를 찾아 들판을 쏘다니던 추억이 머리를 스쳐간다. 

그때도 궁금했었지만 부리만을 사용해서 어떻게 이런 섬세하고 견고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왼쪽의 임도를 따라 내려섰다가 마루금을 벗어나 십 분 이상 헛힘을 소비하고 잡목이 우거진

사면을 치고올라 능선으로 붙어 망덕봉을 넘어 마루금을 이어간다.

사유지인 듯 출입을 금하는 철사줄이 설치된 능선을 따라간다.  

 

모습을 감추었던 고속도로의 교각이 멀리 보인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골재공장이 눈앞으로 다가선다. 

 

산행 종착지인 진고개로 내려섰다(16:16). 

장장 일곱 시간에 가까운 산행으로 다리가 뻐근하고 기력이 탈진했다.

나즈막한 야산이 무슨 대수냐고 自慢에 가득찼던 나에게 자연은 어리석고 가증한 태도를 질타하며

겸손을 일깨우고 있었다.

 

진고개.

백두대간 구간인 오대산 부근에도 진고개가 있었다.

출입금지 구간인 소황병산을 넘어 노인봉을 돌아오면 진고개에 이르고 동대산으로 대간 마루금은

이어지는데 동대산 역시 출입금지 구간으로 지정되어 있어 대간꾼들에게는 머리아픈 구간이다.

 

산행일: 2009. 1. 31. 토요일(금남정맥 10구간)

산행지: 윗장고개~ 팔재산~ 널티재~ 안골산~ 성항산~ 망덕봉~ 진고개

날   씨: 맑고 포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