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산행및 트레킹/랑탕계곡 트레킹

스승의 가슴 랑탕계곡에 안기다(1)

영원한우보 2008. 12. 11. 23:22

 

미지의 세계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기대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호기심은 도전을 유발한다.

도전은 새로움을 잉태하고 보다 발전된 미래를 약속한다.

 

네팔의 랑탕계곡 트레킹을 떠난다.

지난 10월 30일로 계획되었던 여정이었지만 雨期에 산사태가 발생하여 산길이 끊겼다는 

현지의 연락으로 출발을 일 개월 가량 미루고 기다리다 11월 27일 오전 9시 20분 드디어 카트만두행

KE695편에 몸을 싣는다.

 

떠나는 날의 새벽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거리는 을씨년스런 날씨였으나 애타게 기다려왔던

가슴 설레는 여행이었기에 8박9일간 머물 짐이 담긴 커다란 카고백과 배낭도, 질척이는 비도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인천공항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전 모임을 가졌을 때 만났던 일행들을 보는 순간 오래 전 부터 잘 알고 지내왔던 것 같은 친밀함이

느껴지는 것은 同類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출국수속을

마치고 탑승을 기다린다.

 

전광판에 나타나는 加德滿都라는 자막을 보면서 중국의 위상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10시가 조금 넘자

카트만두행 비행기는 이륙을 시작하였는데 5100여 Km가 넘는 그곳까지 시속 250Km 내외의 맞바람과

맞서가며 7시간을 날아간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마음 한편으로는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레이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고 이륙한 비행기가 날고 있는 창공은 푸른 바다에 하얗게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파도가 되어 넘실거리고 화창한 햇살이 KAL機 동체로 내려 꽂히고 있었다. 

 

중국내륙을 남서로 가로지른 비행기는 벵골만을 좌측으로 끼고 날아가며 구름위로 거대한 설산을

보여주니 아! 저기가 하말라야로구나! 하며 승객들의 감탄으로 기내가 잠시 술렁인다.

스승의 가슴이라는 랑탕계곡에 포근히 안겨드는 상상을 하며 17시 20분 (현지시간 14시 05분.

이하 현지시간으로 표기함) KATHMANDU TRIBHUVAN 국제공항에 발길을 내려 놓는다. 

 

우리는 각자 25拂의 Visa Fee를 지불하고 공항구내를 빠져나와 현지여행사의 영접을 받음으로써

네팔 랑탕계곡 트레킹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현지 여행사에서 마련한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한 일행들)

 

현지 여행사 사장은 Ang Dendi라는 분으로 네팔 여행 중 만난 경험이 있는 트레커들 사이에서는

그 명성이 자자한 사람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자세에서 단번에 성실과 친절이 몸에 배여 있음을

직감하였고 그를 만남이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라는 사실을 여행내내 느끼게 되었다.

 

네팔에서는 최고급인 듯한 깨끗한 승합차로 호텔로 이동중에 카트만두는 해발 약 1350m이며

몽골족 60%, 아리안족 40%로 이루어져 있고 GNP는 약 450불 정도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여유로움과 평온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일행 중 어떤 분은 네팔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라는 발표를 본적이 있다며 소유의 과다가

행복감을 느끼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들은 우리 앞에서 소유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카트만두 중심가인 King's way를 지나 ANNAPURNA HOTEL에 여장을 풀고 트레킹에

필요한 물건과 환전을 위하여 타멜시장을 잠깐 들렀는데 그들의 일상적 의식이라는 향불을 피우는

냄새와 연기가 공중의 먼지와 뒤섞여 온 시장을 뒤덮고 있었다. 

                             (네팔의 최고급 호텔이라는 안나푸르나 호텔 전경)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중에 본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과 오토바이의 물결이 생동감을 주었으나 

부유먼지가 공중에 가득하여 대기는 혼탁하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도로는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차량들의 불빛만이 거리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길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인력거 꾼)

 

우리는 비원이라는 한국식당에서 삼겹살로 네팔에서 첫날 저녁식사를 했는데 식사도중 전기가

나가자 자연스럽게 촛불과 가스등을 켜는 그들을 보면서 이 나라의 만성적인 전기부족 현상에

길들여진 그들을 볼 수 있었으며 정전이 수시로 발생해 기계를 세우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네팔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식당 벽면 사방에 빼곡히 들어찬 것으로 보아 몇 년 전 KAL이

취항을 시작한 이후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튿날 새벽 모닝콜이 울리기 전 다섯 시가 조금 넘어 스스로 잠을 깼다(05:10).

호텔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두 대의 짚차로 호텔을 출발하여(06:55) 트레킹을 시작하게 될 

샤브루베시를 향하는데 가이드는 Dawa씨가, sub 가이드는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Lima가

맡게 되었다고 소개한다.

 

출근과 등교시간이 겹친 비좁은 카트만두 시내를 어렵게 빠져나와 시외로 달리는 도로는 상상했던 것

보다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으나 군데군데 끊기고 훼손된 도로를 달릴때면 흙먼지가 풀풀 날려

사막을 질주하는 짚차를 연상케 하였으며 곧 산악지대로 들어서자 계단식으로 개간한 농경지와

마을 모습이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굽은 산길를 돌아서자 갑자기 설산이 눈에 들어왔다(08:00).

달리던 차가 시동을 끄고 멈춰서니 모두들 뛰어내려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셧터를 눌러대고 있었고

그 사이에 가이드는 우리의 통과수속을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만나는 check point인 것이다.  

 

야트막한 산 주변에는 아직도 하늘로 날아 오르지 못한 운무가 유유하게 흐르고 저 멀리

능선 너머로는 눈 덮인 설산의 봉우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이방인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웅장하고

신기하여 가슴이 벅차 오른다.

 

 

20분 쯤을 달려가자 제법 큰 마을이 나타났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아침식사를 하지 못한 현지 가이드들은 요기를 하고 우리는 물소젖을

섞은 홍차를 한 잔 씩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찌아라고 불리는 이곳의 차는 홍차를 끓인 갈루찌아(Black tea)와 여기에 우유를 섞은

둑찌아(milk tea)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오늘 마신 차는 둑찌아로 트레킹하는 며칠동안 우리는

아침과 저녁으로 찌아를 계속 마시게 되었다.

 

계단식 농경지에서 수확한 무우는 흙을 씻어 가게에서 팔고 있었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급할 것이 없는 듯 느긋하게 주변을 서성이거나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운전수는 요기를 하러 갔는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네팔의 지식인들은 영어를 구사한다고 하는데 정차해 있는 영어학교 버스안에 있는 아이들은 선택받은

아이들임이 틀림없고 그들의 모습은 정말 순결하고 천진스런 표정이다. 

 

 

잠시 머물며 휴식한 우리는 짚차를 타고 또 길을 간다.

굽이굽이 산길이 끝나는가 싶더니 넓은 하천이 흐르고(나중에 지도를 찾아보니 이 하천은

Trisuli River였다) 왼쪽으로 안개가 자욱하게 뒤덮인 넓은 들판을 지난다.

 

한 시간 쯤 달리다가 이번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가겠다고 차를 멈춘다.

식당을 빌려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끓이고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우리들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아리안족의 현지인들은 맨손으로 밥과 반찬을 버무려 집어먹고 있었는데 도시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스푼 등 기구를 사용하지만 시골에서는 아직도 손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식사를 했던 식당. 이곳 지명을 물어보니 트리술리라고 한다) 

 

식당 옆의 가게에서는 야채와 과일을 팔고 있었고 무게를 계량하는 저울인 듯한 투박한 기구가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직진하는 포장도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비포장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11:45).

구불거리는 산길이라도 포장도로를 달릴때가 그래도 좋았다는 걸 느끼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털털거리는 짚차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고도를 높여 두번 째 체크 포인트에 이른다. 

 

 

계단식 농경지가 그림같이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좁은 산길을 굽이굽이 오르며 고도를 높인다.

산사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족히 수백미터도 넘을 저아래 계곡이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고

그곳에는 트리술리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차바퀴가 좁은 산길을 이탈하거나 도로가 무너져 내리는

날이면 깊은 계곡으로 추락해 뼈도 못 추린채 이곳을 떠도는 귀신이 될것은 뻔한 상황이다.

                    (산사태로 망가진 농경지 저쪽에는 노란 유채꽃이 피어 있었다)

 

                (아직도 파란 농작물과 언덕바지에 서 있는 집들이 위험하게 느껴졌다)

 

수백 또는 거의 천 미터나 될 듯한 엄청난 깊이의 거대한 계곡을 따라 위험스런 산길로 고도를 높이며

둔체(Dhunche)에 이른 후 다시 고도를 낮추어 사브루베시(Syabrubesi)를 향해 차를 달린다. 

짚차를 운전하는 기사들 말로 카트만두에서 사브루베시까지 135Km라고 하는데 카트만두를 떠난지

장장 아홉 시간만에 사브루베시에 도착했으니 얼마나 험한 길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계단식 농경지와 게딱지 처럼 산등성이 사면에 납짝 붙어 있는 가옥들이 경이롭다.

계곡 맞은 편에는 수 천 길을 떨어져 트리술리 강으로 흘러드는 물길이 보인다.

인간 삶의 모습이 참 다양하다는 느낌이 든다.

 

둔체(해발 1950m)에 도착했다(13:09).

이곳에는 여행객 안내소와 세번 째 체크포인트가 있었다. 

 

랑탕의 산군이 그림처럼 나타났다.

가슴은 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랑탕국립공원 안내도)

 

                             (둔체를 지나며 본 침구가게에서 이불을 만들고 있는 모습)

 

                                                      (둔체 경찰 검문소)

 

둔체를 지나며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높였던 고도를 낮추며 사브루베시를 향한다.

올라올 때 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욱 오금이 저리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사브루베시(1450m)에 도착했다(14:13).

이곳에서 랑탕계곡의 트레킹이 시작되며 여기 부터는 문명의 利器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이따금 트레커들이 눈에 띄이나 한가롭고 평온한 마을의 모습이다.

 

 

티벳계(몽골족) 쌍둥이 子女와 어머니의 외출.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고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올랐으며 우리 조상들이 동북방향의 한반도로

진출했듯이 이들은 티벳을 넘어 이곳으로 남하한 조상이 같은 자녀들이다. 

 

Sky Hotel(통상 Lodge라고 부름)에 입소하면서 한국에서 먼저 와있던 두 젊은이와 합류하였고

우리가 트레킹을 하는 동안 우리의 식사를 전담 할 주방팀장인 까말과 주방보조인 겔리,루브,

빠상, 다나가 소개되었고 셀파인 리마, 돌체를 비롯해 우리의 짐을 운반 할 포터까지 

총 19명이 우리와 같이 랑탕을 같이 가게돼 28명의 대식구가 되었다. 

 

우리는 닭백숙과 돼지불고기, 상추와 치커리, 노란 배추속 등 야채를 곁들인 진수성찬을

촛불을 밝히고 분위기 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수박까지 맛보는 귀족다운 식사를 했으니

내일 트레킹을 하면서 누구도 힘들다고 엄살 부릴 수 없게 되었다.

 

역시 여기도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듯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 정전으로 암흑천지가 되어

밖으로 나갔더니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의 좁다란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이 총총한 뭇별들이 

형형색색의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고, 숨을 죽이며 모여든 은하수는 만년설이 녹아서

흐르는 것 처럼 희뿌옇게 암흑의 하늘을 동서로 가르고 있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트레킹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랑탕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칠흑처럼 까만 하늘에서 쏟아질 듯 반짝이는 영롱한 랑탕의 별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데 랑탕의 환상들이 슬라이드 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여기에 기술된 내용은 가이드로 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나 다른 분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 있음을

밝히며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후 계속되는 랑탕 기행문에도 같은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