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및 여행/산따라 물따라

공룡을 타고 넘어 용아의 품속에 들다(1)

영원한우보 2008. 10. 30. 22:01

 

 용아릉의 품속으로 들기 위해 설악을 찾아간다. 

 무박으로 오색이나 한계령에서 대청봉에 오른 후 공룡능선과 천불동 계곡을 산행한 경험은 몇 번 있으나

 기암묘봉의 험준한 용아장성은 그 기품이 도도해서 아무나 품속에 들이기를 거부하여 쉽싸리 犯接할

 수 없는 곳이기에 지금까지 발길을 들여놓을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던 중 某 산악회에서 1박 2일로

 용아와 공룡을 1박2일로 산행한다고 모객을 하고 있기에 단번에 신청을 하였다.

 

 단풍철인 요즈음 주말 같으면 정체가 매우 심할 것이나 평일이어서 그런지 예상밖으로

 제한속도를 넘나들며 내달리던 버스는 열 한 시도 채 되기 전에 용대리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철이 철인지라 우리뿐만 아니라 등산객을 태우고 온 버스 여러 대가 이미 주차장에 들어서 있고 백담사나

 봉정암을 방문하려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상당수 눈에 띄인다.

 

 당초의 일정은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을 거쳐 용아장성의 품에 들었다가 소청산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공룡능선을 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주최측이 산행의 편의를 위한다며 갑자기 먼저

 공룡에 오른 뒤 내일 용아장성을 산행한다는 멘트가 흘러나오자 잠시 웅성거림이 있었으나 어짜피

 용아릉을 안가겠다는 것은 아니니 그리 문제가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우리는 그들의

 일방적인 계획변경에 찜찜하였지만 무언의 동의를 해주었다.

 

 용대리 주차장에 내린 우리는 백담사 셔틀버스 탑승장으로 이동해 20~30 분을 기다려 셔틀버스에

 탑승했는데 주말에는 버스를 타기 위해 몇 시간씩을 기다리는 것은 茶飯事라고 하니 적막한 이곳에서

 속세와 緣을 끊고 修心의 道를 닦던 유배지가 일약 유명 관광지가 되어 있으니 桑田碧海의 감회를

 느끼게 한다. 

                                  (백담사 행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山客과 觀光客들)

 

 백담사 계곡을 따라 좁은 포장길을 내달리는 기사들의 곡예 운전이 가히 神技에 가깝고 차창 밖으로

 비치는 가을 풍경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이십 분 가량을 달려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하니(11:28) 이미 修心橋를 건너서 백담사 경내를 오가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북적이고 있었다.

 

 백담사를 지나며 본 수렴동 계곡방향의 모습.

 어떤이의 무슨 사연들이 쌓여 있는 것일까 여름이 오면 거센 계곡물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자그만 돌탑들이 냇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산길로 들어서자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온다.

 

 백담사 탐방 안내소를 지나(11:37)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설악의 품속으로 발길을 들인다.

 

 단풍과 어루러진 포르스름한 물빛의 玉流水가 부서질 듯 영롱하다.

 

 형형색색의 단풍은 우리의 발길을 세우며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이 감흥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때늦은 투구꽃도 수줍은 미소로 우리를 반긴다.

 

 영시암에 이른다(12:32).

 

 영시암은 대웅전 佛事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었으며 마침 점심때 인지라 軍民이 어우러져

 주변의 경치를 즐기며 이곳에서 供養하는 국수를 나누어 먹고 있었다.

 영시암(永矢庵)이라는 현판은 작년 초 타계한 `처음과 끝이 같기를 원했던(?)' 우리나라 서예계의

 巨匠인  如初 金膺顯 선생의 친필이다.

 

 요사채 마루에 걸터앉아 떡 두어 조각으로 요기를 하고 100여 미터 쯤 올라가 오세암과 봉정암으로

 갈라지는 수렴동 통제소 삼거리에 이른다(12:50).

 통제소 앞 이정표는 우측으로 7.1Km를 진행하여 봉정암에, 좌측으로 2.5Km를 오르면 오세암에

 이를 수 있으며 백담사에서 3.9Km를 진행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오세암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단풍과 산죽이 어우러진 산길을 오른다. 

 

 오세암에 도착한다(13:35).

 

 오세암(五歲庵)은 백담사의 부속 암자로 643년(선덕여왕 12년)자장율사가 창건할 때는 觀音庵으로

 명명되었으나 다섯 살 어린이의 홀로 겨울나기 전설이 전해지며 오세암이라고 그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오세암 뒷뜰로 돌아서면 산길이 바로 나타나는데 우측은 봉정암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 방향으로

 1.4Km를 진행하면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마등령에 이르게 된다.

 

 자태가 눈부신 단풍을 실껏 즐기며 마등령으로 오른다.

 

 

 

 마등령에 도착했다(14:29).

 휴식하고 있는 선등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무너미 고개쪽에서 우리와 반대로 진행하고 있는

 산객들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마등령에서 희운각까지 약 5Km가 공룡능선 구간으로 얼마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지금처럼 登路가

 정비되기 전 까지는 다섯 시간 가량 소요되었는데 지금도 상당한 시간과 체력이 요구되므로

 충분한 시간 안배로 여유로운 산행을 해야 한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목을 축이며 설악의 사방을 조망한 후 길을 재촉한다.

 이미 오후 두 시 반이 넘었으니 일몰 전에 소청산장에 도착하기는 틀렸으나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스모그가 끼어 있어 視界가 그리 선명하지는 않으나 공룡이 한껏 그 위용을 자랑하고 나타난다.

 공룡능선 뒷쪽으로는 대청에서 시작된 화채능선이 고개를 쳐들어 화채봉을 만든 후 칠성봉,

 집선봉을 거쳐 권금성으로 흘러가고 있다. 

 

 나한봉 아래의 V계곡을 넘는다.

 

 진행 좌측으로 보이는 울산바위가 아스라히 멀다.

 

 진행방향으로 도열해 선 공룡능선의 봉우리들.

 

 마등령을 떠나 희운각까지 삼분지 일을 진행한 지점에 섰다(15:40). 

 공룡능선이 처음이라는 오세암에서 만난 젊은이와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며 진행한다.

 

 철지난 산오이풀의 풀죽은 모습이 花無十日紅을 증명한다.

 

 이정표가 희운각까지 3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16:00).

 등산객 두 명이 이곳에서 비박을 하려는 듯 배낭을 풀어 침구를 펼치고 있다.

 비교적 너른 공간과 암벽이 바람을 막아주는 지형으로 비박장소로는 안성마춤으로 보인다.

 

 석양에 반사되어 제 모습을 선명히 드러낸 공룡의 針峰들.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絶世佳境이다.

 

 

 암벽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양지꽃도 많이 지친 모습이다.

 

 공룡능선과 소청, 중청, 대청봉.

 

 진행방향 우측으로 바라 본 톱니 같은 용아릉의 모습.

 내일 과연 우리의 들어섬을 허락 할 것인가?

 

 좌측으로 보이는 왕관봉,범봉, 천화대와 그 뒷쪽의 울산바위.

 

 1275봉과 주위의 무명봉들.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들을 본다.

 

 뒤돌아서 본 1275봉과 지나온 공룡의 등뼈. 

 

 진행방향의 암봉들.

 

 뒤돌아 본 공룡능선.

 

 소청, 중청, 대청은 늠름한 모습으로 설악의 위용을 드러내고 우리를 맞이한다.

 

 다시 뒤돌아 본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공룡능선에서 만난 단풍.

 

 돌아 본 공룡능선.

 백두대간 구간인 공룡능선을 서너 번 지나 보지만 그때마다 경이로움은 전혀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숙연해 지는 나를 발견한다. 

 

 

 석양에 반사된 소청봉과 좌측으로 이어지는 중청과 대청봉.

 아무래도 이번에는 중청과 대청은 바라만 보고 내려서야 할 것 같다.

 

 무너미 고개로 진행하며 뒤돌아 본 석양.

 공룡과 용아릉을 넘어 서북능선이 석양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무너미 고개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가 희운각에 다다랐음을 안내한다.

 이미 오후 여섯 시 십 분 전으로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좌측으로 보이는 천불동 방향의 모습.

 하늘을 찌를 듯 화채봉이 고개를 쳐들고 앉아 있다.

 

 산수화의 한 폭 같은 신선대의 아름다움.

 

 희운각에 도착했다(17:58).

 희운각은 개축중이었는데 올해 안으로 공사가 마쳐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선두 몇 분이 버너에 불을 피우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짐을 줄이기 위해 산장에서

 買食을 계획하고 산행을 시작했기에 등산화를 풀고 잠시 쉬면서 흐르는 계곡물에 땀을 닦으며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발길을 옮겼다.

 

 희운각에서 소청으로 오르는 급경삿길은 지루한 계단오름이 계속되는데 거의 아홉시간에 이르는

 산행으로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화채봉 위로 떠오른 滿月이 가는 길을 비춰주며 격려한다.

 

 소청 삼거리에 이른다(19:31).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소청산장으로 내려선다.

 

 소청산장에는 이미 많은 산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저녁식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몇 방울 떨어지는

 비를 맞으면서 까만 설악의 밤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어지간히 식사를 끝내고 비좁은 산장에서 잠을 청해보지만 산객들의 열기로 잠을 이룰 수 없어

 술에 골아 떨어진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용아의 모습을 그리며 날밤을 새워야 했다.

 

 그래 하룻밤 쯤 뜬눈으로 새우지 못하랴!

 용아의 품속에 들 수만 있다면...................

 

 산행일자: 2008. 10. 15. 수요일

 산행궤적: 용대리~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마등령~ 공룡능선~ 희운각~ 소청산장

 날      씨: 맑은 후 늦게 흐려져 약간 비 뿌림. 스모그 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