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쉬어 넘는 남알프스의 최고봉 기타다케(北岳)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렇다.
며칠 째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찌는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더니 비가 내려 더위가 조금 누그러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날씨에 두통약과 소화제, 지사제 등 구급약과 겨울용 자켓,
방한장갑과 모자, 육포와 치즈, 쵸코렛 등을 가방에 챙겨 넣으면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
고산에 대한 두려움이 들기도 하나 마음은 이미 만년설이 깔려 있는 설봉을 달린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 거센 빗소리에 눈을 뜨니 가마솥 더위의 응어리라도
풀어 낼 기세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굵은 빗줄기가 퍼붓 듯 쏟아져 내리더니 7시가 넘어서자
거칠던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어 공항으로 나서는 발길이 한결 가볍다.
드디어 8월13일 부터 17일까지 4박5일 일정의 일본 남알프스와 후지산 트레킹을 떠난다.
인천공항에서 일행들과 相面한 후 비행기에 올라 잠시 눈을 감고 이번 일정의 무사를 간절히 기도한다.
언제 비가 내렸느냐는 듯 흰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나고 햇살이 눈부신 창공을 가르고 KE757은
이륙한지 두 시간 반 만인 오후 2시 45분 나고야 중부공항에 착륙한다.
(나고야 국제 중부공항)
양손의 검지 지문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등 까다로운 입국절차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면서 섬나라에 첫발을
내딛는 가벼운 흥분을 경험하며 대기버스에 몸을 싣고 나고야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은 역시 일본은 세계최강의 대국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메운다.
거리 곳곳에서 그들의 투철한 준법정신과 검소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고 모든 것이 흐트러짐 없이
정돈되어 있음을 보고 부러움을 넘어 두려움의 전율이 전해져 왔으며 일본을 따라잡기는 정말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들을 비하하던 편견이 부끄러울 뿐이다.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들. 그들의 준법성은 철두철미했다. 하나를 보면 다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虎溪山휴게소와 座光寺를 지나면서 두어 번 휴식한 후 버스는 저녁 7시를 넘긴 시간에 수와코휴게소에
도착해 일본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는데 메뉴를 선택하고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번호표가 교부되고
차례를 기다렸다가 대기번호가 점등되면 직접 음식을 수령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한 시간 반을 달려 아시야스무라(芦安村)에 도착하여 8인승 점보택시로 갈아타고
또 사십 분 가량을 이동해 밤 열 시가 넘어서 숙소인 요요가미노모리(夜夜神노林)에 안착하여
여장을 풀고 일본에서의 첫날밤을 지냈다.
(8인승 점보택시를 타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건물 외양과는 달리 정갈한 숙소 내부의 모습)
자정이 다되어 잠이 들었으나 이튿날 산행이 일찍 시작되는 관계로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이동할 때 처럼 점보택시를 이용해 산행깃점인 히로가와라(廣河源)까지 이십 분을 넘게
굽이굽이 외길을 달려가는데 날씨는 청명하고 주변의 풍경은 巨山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해발 1383m에 위치한 산장에서의 아침식사는 정성이 가득 깃들어 있었고 주인은 친절했다)
(산장 식당벽에 붙어있는 남알프스 개념도. 남알프스에는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9개 있는데 北岳과
間노岳 사이에 위치한 3055m의 中白根山이 표시되지 않은 채 8岳만이 보이고 있다.)
(점보택시를 타고 오르며 본 남알프스 農鳥岳(?)과 깊은 계곡)
(이 봉우리는 아이노다께(間노岳?). 그들의 岳은 우리의 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산행깃점인 광하원 입구(해발 1520m)에 도착하여 등산장비를 점검하고 산행을 시작한다(07:25).
(광하원 입구에 도착해 조망한 기타다께(北岳). 남알프스의 제1 고봉이다)
(남알프스를 개척했다는 開祖 세 분의 동판 부조가 바위에 박혀 있다)
(광하원 산행통제소 겸 매표소 전경)
(廣河源 이정표)
매표소를 지나 남알프스 북부 안내도가 설치된 지점에서 증명을 남기고 출렁다리인 廣河橋를 건너간다.
地名에서 보듯이 넓다란 하천에는 많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광하원산장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드니 가슴은 더욱 쿵덕거리며 미묘한 흥분이 밀려온다.
이제껏 2700미터에 근접하는 백두산의 청석봉이나 백운봉을 올라본게 내 경험의 전부인데 과연 삼 천m가
넘는 고봉에서 고산증이나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미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여기에 잘 적응해 3700m가 넘는 후지산을 무리없이 오르고 나면 4000m급 고산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산행을 시작해 이삼 십 분 쯤 오르자 시라네고이케고야(白根御池小屋) 방향의 능선길과 계곡길인
핫본바노코루(八本齒노頭)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르러 우리는 우측의 능선을 오르기 시작하여 계곡을
흘러내리는 玉水와 이름모를 산새들이 연주하는 田園交響曲을 감상하며 고도를 높여간다.
나무뿌리가 돌출되었거나 오르기 힘든 경삿길에는 사다리 계단이 놓여져 있으나 제대로 고정이 되지않아
조심해야 하지만 높은산을 오르며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으니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았다.
능선길은 울창한 숲이 이어져 아직 조망은 없고 해발 1800m를 넘어서자 경사가 제법 가파른데
小學校 학생이나 되었을 듯 한 어린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있지만 옆에서 따라가는 부모는 자녀에게
별다른 도움도 주지않고 묵묵히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들의 교육관과 그들의
자립정신을 읽는다.
해발 2000m를 넘어서자 진행방향 뒷쪽으로 만년설이 남아있는 봉우리들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야생화가 곳곳에 흐드러진 산길을 따라 白根御池小屋에 도착한다(09:50).
남알프스市에서 직영하는 이곳은 숙소와 식당이 구비되어 있었고 간단한 등산용품을 팔고 있었으며
산객들에게 훌륭한 휴식처로써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었다.
뿔뿔이 흩어졌던 일행들을 만나 간식을 나누며 땀을 식힌 후 산행을 재개한다(10:18).
진행방향의 머리 위에서는 운무가 이리저리 봉우리를 거닐며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산장 바로 윗쪽에 있는 白根御池는 흡사 빗물이 고여 있는 물웅덩이 처럼 보인다.
白根御池를 지나자 경사가 가파른 등산로가 시작되고 길 양쪽으로 이름모를 갖가지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이름모를 꽃들의 마중을 받아가며 오름을 계속한다.
좌측으로 나타난 북악계곡의 만년설.
뒤돌아 본 진행 반대방향의 봉우리에 운무들이 걸터앉아 쉬고 있는 보습이 보인다.
봉황삼산(鳳凰三山- 地藏岳, 觀音岳, 藥師岳)의 봉우리들 이리라!
오늘 우리가 하룻밤을 묵어 갈 기타다케가타노고야(北岳肩노小屋)은 약 50분 진행하면 도착할 수 있다는
이정표가 보인다(11:59).
해발을 높여가자 나무들이 작아지는 등 高山의 모습으로 변하며 키 작은 야생화가 반갑게 손을 흔든다.
우리나라 최고봉 백두산 높이인 2744m에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한다(12:10).
기압의 변화로 높이를 逆算하는 방식의 고도계가 어느정도의 오차가 있겠지만 여기가 비록 정확한 지점이
아닐지라도 이 순간이 내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땅을 기며 거친 비바람과 맞서고 있는 눈잣나무(?) 군락을 지난다(12:21).
白根御池小屋를 오르면서 보던 운무들이 걷고 있는 우리의 주위를 맴돌며 고산의 신비를 더한다.
야생화가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기타다케가타노고야로 오르는 마지막 봉우리를 오른다.
이정표에는 산장까지 약 15분, 小太郞分岐点 약 15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肩노小屋앞에 도착했다(13:07).
야영을 하기위해 산장 주위에 늘어선 수십 동의 형형색색 텐트가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산장앞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점심으로 준비된 도시락을 먹었는데 세찬 바람으로
한기가 몰려와 고어자켓을 꺼내 입으며 산장입실을 기다리다 오후 2시 쯤 숙소에 들어서니
어두컴컴한 실내와 산장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우리에게 달려들어 포위하지지만 어쩌랴
오늘밤은 이곳에서 추위와 바람을 피해야 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北岳肩小屋 앞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산객들)
해발 3000m의 北岳肩小屋은 운무의 놀이터였고 산객들의 안식처로써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짐을 푼 일행들은 배낭에서 술과 안주를 꺼내 산장 입소 자축연을 벌이기 시작했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와 내일 오르게 되어 있는 北岳 頂上으로 향했다(14:30).
(신문지를 깔아 주안상을 대신하며 스넥 몇 조각과 과일주(?)로 입소 자축연은 벌어졌다)
산장을 나서서 북악을 오르는 나에게 운무가 동행을 自請하면서 야생화의 천국으로 안내한다.
물기를 머금은 각양 꽃들의 너울거림은 生의 歡喜를 구가하는 大敍事詩였으며 돌틈에서 피어난 야생화의
몸부림은 生의 존귀함을 일깨우는 몸짓이었다.
천 년의 모진 세월 풍파를 견디어 온 눈잣나무(?)는 지쳐 거기에 그렇게 쓰러져 있는 것일까?
홀로 북악정상(3193m)에 도착했다(15:09).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운무가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나를 감싸고 있었으며 또 다른
구름떼를 몰고 올라오는 바람이 내 얼굴을 거칠게 스치고 지날 뿐이다.
아! 네곁에 서면 나는 왜 이토록 작아 지는가?
지푸라기만도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모든 것을 내려 놓으라 한다.
原初를 생각한다.
삼각점 표지석은 이곳의 위치를 알려준다.
위도 35도 40분 28.4" , 경도 138도 14분 20.0"이다.
북악 정상을 내려선다(15:14).
짙은 운무가 가랑비 되어 내리다 그치기를 거듭한다.
바람에 실려가는 운무는 주변의 모습을 일순간 덮어버리기를 반복하며 자연은 나에게 더욱 낮아지기를
요구하나 아직도 살아있는 자아를 발견한다.
한참동안 운무를 따라 길을 가다 방향을 잃었다.
삼십 분 이상을 헤맨 후 정신을 가다듬고 하나님을 찾는다.
`주님 저에게 지혜를 주사 갈길을 알게 하시며 동행할 사람을 보내 줍소서!'
내려서던 기억을 더듬으며 북악정상을 향해 오른 후 이정표를 확인하고 길을 내려서려는 순간 짙은 운무
저쪽에서 어렴풋이 사람의 윤곽이 가까워지고 있는게 아닌가!
감사합니다.
주님께서는 제 기도에 즉각 응답해 주셨습니다.
일본말을 전혀 못하니 콩글리쉬와 바디 랭귀지를 동원해 의사를 전달한다.
일본인 부부와 무사히 北岳肩小屋에 내려섰다(16:24).
무사히 귀환하여 산장에서 저녁식사를 일행들과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헬기로 공수해 왔을 식재료로 3000고도의 산장주방에서 조리한 음식이 풍성할 수는 없었지만 정갈하게
차려졌고 그들의 극진한 친절까지 곁들여 받으니 감사함을 넘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문명의 利器라고는 자가발전으로 켜진 희미한 화장실 유도등이 전부인 이곳에서
잠을 자는 것 말고는 할 일을 찾을 수 없어 7시도 채 되기도 전에 불을 끄고 잠을 청하지만 꿈속을 헤매는 듯
정신이 몽롱할 뿐 잠은 오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일행들의 가벼운 코고는 소리와 잠꼬대가 들려오기 시작하나 내 눈꺼풀은
맷돌을 올려 놓는 것 처럼 무겁기만 할 뿐 一刻이 如三秋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산장을 할퀴는 바람소리가
거세지며 한겨울의 朔風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北岳肩小屋에서 8월 15일 새벽을 맞는다.
밤새도록 요동치던 바람은 우리를 속박했던 그들을 응징하려는 몸부림이었던가 아직도 그 기세를 누그러
뜨리지 않고 산장을 강타하고 있어 주변이 어수선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산장 밖으로
일출을 맞으러 나가니(04:55)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긴 시간을 우리의 애를 태웠던 구름이던가!
이미 일출시간은 지나 버렸지만 엷어진 구름사이로 떠오른 태양을 맞이했다(05:31).
그러고도 구름은 얼맛동안 주변의 산봉들의 모습을 뒤로 숨기고 보여주지 않는다.
산객의 도움으로 운해와 함께 한 나를 기념한다.
구름을 물리치려는 태양의 애쓰는 풍광이 우리에게는 신비롭게 비쳐지고 멀리 구름사이로 알프스의
산군들이 아스라히 조망된다.
동북쪽으로 중앙알프스의 산군이, 북서쪽으로는 북알프스의 連峰들이 멀리 보인다.
배낭을 챙겨 북악을 향해 길을 나선다(06:05).
운무가 몇 겹이 벗겨지더니 점차 주위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멀리 신비로운 후지산이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들 발걸음을 멈춘 채 셧터를 눌러대며 탄성을 연발한다.
小太郞山 저편에 구름이 걸터앉은 高峰이 仙丈岳이란 말인가!
북악을 오르는 인파는 줄을 잇는다.
뒤돌아 본 가타노고야(肩노小屋) 방향.
산장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텐트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름이 유희하는 연봉들을 조망하며 북악을 오른다.
진행방향 우측으로 보이는 기타다케산장(北岳山莊).
산장위로 나카시라네(中白根山. 3055m)와 이어진 아이노다케(間노岳. 3190m)가 조망된다.
남알프스의 北岳, 間노岳, 農鳥岳을 白峰3山이라고 일컫는다.
경이로운 운무의 왈츠는 이어진다.
斜面의 너덜을 따라 북악정상 오르기는 계속된다.
구름도 힘이 부친 듯 쉬어 넘는 북악 정상에 올라 歡喜하는 산객들.
우리는 그곳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한다.
정상을 오르기 직전 뒤돌아 본 능선길.
구름은 저희들 끼리 離合集散하며 昇天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 바람을 타고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우리에게 仙景을 연출하는 技藝를 보여준다.
가타노고야를 떠나 삼십 여 분을 걸어 어제 두 번 올랐던 북악정상에 다시 섰다(06: 41).
북악 정상에서 이번 트레킹 가이드인 친구와 후지산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았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북악계곡의 만년설.
북악정상에서 본 북악산장과 中白根山에서 間노岳을 지나 이어지는 連峰들.
남알프스에는 3000m 이상의 봉우리가 9개 있으며, 북알프스에 또 9개, 후지산을 비롯한 독립峰 3개를
포함해 일본에는 21개의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있다고 한다.
구름속에 숨은 봉우리가 農鳥岳일 거라고 생각한다.
북악을 내려서서 좌측의 핫본바노코루(八本齒노頭)를 향한다.
후지산 트레킹 일정이 남아 있어 남알프스를 종주하지 못하고 아쉽게 내려서지만 언제가는 꼭 한 번
종주하고픈 멋진 곳이다.
八本齒頭로 내려서는 능선길.
능선따라 직진하면 북악산장을 지나 중백근산으로 가게되고 우리는 능선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북악정상에서 내려와 間노岳과 八本齒노頭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이르렀다.
남알프스 종주의 아쉬움을 접는다.
다시 본 후지산.
줌을 당겨본다.
100Km 거리의 후지산이 신기할 정도로 선명하게 조망된다.
어떤 가이드는 수십 년 이곳을 안내하며 겨우 몇 번 후지산을 조망했다는데 우리일행은 창조주의
축복을 듬뿍받은 사람들이다.
고산식물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안내목이 설치되어 있고 주위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아름다운
산상화원을 만들고 있었다.
너덜길을 내려선다.
경사가 급한 길에는 통나무 계단이 놓여져 있는데 여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않된다.
생명력이 경이로운 소나무를 본다.
핫본바노코루(八本齒노頭)를 지나 북악계곡으로 내려선다.
만년설은 북악계곡 약 2700m부터 2200m에 이르는 구간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내려오던 길을 뒤돌아 올려다 본 북악계곡의 만년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계곡물은 손을 담그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가왔고 이끼 낀 계곡은 태고의
신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류로 내려오며 계곡물이 곳곳에서 모여들어 水量은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 계곡물의 합창을 들으며 어제 능선을 올랐던 것이다.
어제 지났던 능선과 갈라지는 갈림길에 이르렀다(09:59).
거목들이 늘어선 숲을 지나 하산을 계속한다.
광하원산장에 도착함으로 북악 트레킹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10:41).
언제 이 출렁다리를 건너서 남알프스를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어제부터 왕복 열 시간 넘게 트레킹하며 하룻밤을 머물렀던 北岳.
아쉬움을 남기고 네곁을 떠나가지만 내 가슴속에 너의 모습은 영원히 머물러 있으리라!
다시 한 번 너를 찾을 날이 있을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광하원 매표소 입구에 도착해 후지산으로 이동할 점보택시를 기다린다.
고산증을 겪지 않고 북악 트레킹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음을 감사하며 미지의 후지산을 그린다.
기다려 다오!
내품에 안겨 다오!
후지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