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선의 억새를 헤치며 산행한 낙동 24구간
오늘도 낙동정맥 마루금을 따라 남진한다.
낙동정맥 천 리 길도 이제 부산지역 백 여리 길을 남겨두고 있다.
작년 가을 삼수령에서 매봉산으로 오르는 해발 1145m 지점에 `여기서 낙동정맥 갈래치다'
라고 음각된 표지석을 보며 시작한 낙동정맥이 이제 종착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중부지방에 150mm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로 우중산행 장비를 준비할까 했지만
우리가 마루금을 이어가는 양산과 부산지역은 저녁 늦게부터나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어서
간단하게 고어텍스 상의와 우산만을 준비하여 집을 나선다.
선산휴게소에서 버스가 잠시 정차한 사이(08:54) 간식를 준비하는 등 볼일을 서둘러 마치자
목적지를 향해 버스는 급하게 달려 보지만 휴가철이라 예상보다 도로가 정체되어 원효암으로
올라가는 셔틀버스 시간을 놓칠세라 산악회 집행부는 좌불안석으로 원효암 보살에게
전화를 거는 등 부산하게 움직인다.
찻시간에 가까스로 도착한(10:57) 우리에게 배짱을 부리는 기사를 구슬려 1인당 삼 천원씩
佛錢(실질적인 버스요금)을 지불하고 원효암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11:08).
(버스를 타기 직전 올려다 본 원효산)
신음소리를 지르면서 힘겹게 비포장 도로를 올라가는 버스 안으로 뽀얀 먼지가 날아 들지만
땡볕길을 오르며 쏟아야 할 땀을 생각하면 감지덕지다.
(원효암으로 오르는 버스 속에서 올려다 본 원효산 오름길)
오늘도 출발한지 정확히 삼십 분만에 원효암 주차장에 도착한다(11:37).
일행중에 몇분은 신실한 불자인 듯 시주를 하고 오겠다며 원효암으로 잠깐 내려서고 우리는
주위를 조망하며 그들을 기다린다.
(원효암 주차장에서 내려다 본 상북면 대석리 방향)
원효암 주차장을 출발해 산행을 시작한다(11:40).
이미 비가 내릴 날씨는 아니라고 판단한 우리였지만 머리위로 내리 꽂히는 직사광선이 위세를
떨치고 달려들면서 오늘 무더위를 견뎌보라고 으름장이 대단하다.
어짜피 각오한 고행길이다.
한 판 붙어보자는 심정으로 발길을 옮긴다.
저번 구간에는 표지기를 보며 좌측으로 올라섰지만 오늘은 임도를 따라 조금 더 진행하여
너른 안부로 내려선 후 절개지를 올라 우측의 산길로 들어선다.
참나무 등 잡목이 우거진 산길에는 그늘이 드리워지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있다.
3~4분 숲길을 걸어나와 임도에 내려선 후 잠깐 임도를 따르다 좌측 산길로 들어선다.
잡풀을 헤치며 걷는 산길이 예전에는 군부대가 주둔하였던 지역인 듯 콘크리트 뚜껑을 덮은
수로를 따라 오르는데 가끔 뚜껑이 유실된 곳이 있어서 여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발을 헛디디고 부상 당하기 십상이겠다.
십 육칠 분 가량 수풀을 헤치며 고도를 높여 봉을 하나 넘어 내려서면 또 임도와 만나게 된다.
임도를 따라 잠시 내려서면 좌측으로 부대 정문이 보이나 문은 굳게 닫혀있고 주위에 철조망을
둘러치고 민간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선등자들의 산행기에 부대가 철수하여 정문을 돌파해 지나갔다고 기록되어 있어 우리 일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논란끝에 과거 지뢰지대로 위험이 있으니 안전하게 우회하자는 의견이
다수여서 우측 산길로 내려선다(12:09).
원형철조망이 둘러진 길를 따라 진행하는데 곳곳에 과거지뢰지대 안내판이 매달려 있다.
부대 철조망길을 삼십 분 가량 진행하여 막바지에 고도를 조금 높이면 580봉에 이르고(12:46)
배낭을 풀고 쉬고 있는 일행을 만나 수박얼음물을 나눠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린다.
580봉을 지나 삼사 분 진행해서 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596.6봉에 이르니 아주머니 네댓 분이
앉아 쉬면서 낙동정맥길은 좌측으로 가야한다고 친절히 일러주시는데 우측으로 내려서면
신기성터로 가는 길이니 요주의 하라는 멘트를 들었던 바로 그곳이다.
좌측방향으로 방화선을 몇 발짝 따라가다 우측으로 휘어지면 갑자기 급경사 내리막이 나타나며
고개를 들어보니 방화선이 이어지는 운봉산이 눈앞으로 다가서고 운봉산 너머에는 금정산
북쪽의 봉우리인 계명봉과 장군봉이 버티고 서 있다.
半直角의 내림 경삿길은 억새가 키 이상으로 무성하여 발디딜 지점을 찾아 조심해서 내려서야
하며 억새가 얼굴을 스치면 상처가 생기기 때문에 손으로 헤쳐가며 진행한다.
경사가 조금씩 완만해진 방화선을 내려서서 오른쪽 방향으로 내려가면 다람쥐캠프장을 지나
양지, 음지말을 거쳐 양산대학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계곡과 이어지는 안부를 범고개라고
하는데 선등자들은 다람쥐고개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이 부근에 `상수원 보호구역' 이라는 입간판이 있다는데 수풀에 파묻혀 찾을 수 없다.
십 분 정도 급경사 내림길에 무릎이 모진 고통을 당하고 아픔을 하소연 할 즈음 운봉산으로
오르는 오름길이 시작된다(13:13).
운봉산 방화선길을 가며 뒤돌아 본 596.6봉의 능선.
길가에 세워진 표지석이 부산시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알린다.
이제 천리 길 낙동정맥도 부산지역 백 여리 만을 남긴 채 막바지로 들어서고 있음을 생각하니
그간의 궤적이 머리를 스쳐간다.
수풀에 몸을 숨긴 자줏빛 야생 도라지꽃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뒤돌아 본 방화선이 선명한 596.6봉과 그 뒤로 보이는 원효산이 멀다.
머리위로 퍼부어대는 햇볕 아래서 억새를 헤치며 방화선을 걷는 고행은 계속된다.
596.6봉을 출발한지 약 오십 분만에 기진맥진 운봉산에 도착한다(13:46).
흰 페인트가 칠해진 운봉산 정상 표지목은 세월의 흐름을 감내하기 힘든 듯 초췌한 모습으로
물끄러미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운봉산 정상을 카메라에 담고 잡목을 비집고 우측으로 내려서니 시원한 산바람이 더위에 지친
우리의 손을 반갑게 끌어 당기는데 먼저 이곳에 도착해서 쉬고 있던 일행 중에는 추워서
더는 못견디겠다며 배낭을 둘러메고 서둘러 길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십 분 가량을 휴식하며 간식과 얼음물로 복더위를 쫓아버리고 寒氣마져 느끼는 즐거움을
맛본 후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서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이제 뜨거운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방화선은 끝나고 호젓한 숲길을 걷는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벌목해 포장으로 덮어놓은 무더기가 곳곳에 쌓여있다.
송전철탑을 지난다(14:44).
마차가 다닐만한 사거리 임도를 지나 삼사 분 진행하면 유락농원을 오르내리는 포장도로에
내려서게 되고 좌측의 도로를 따라 수십 미터를 진행하여 우측의 산길로 들어선다.
(유락농원 고갯길 포장도로)
산객 둘이서 길가에 편한 자세로 앉아 어린 새에게 먹이를 주며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면서
지나가는 나에게 이놈을 데리고 가서 잘 키우라니 `내가 그런 재주가 어데 있노?'
포장된 임도로 내려섰다가 금방 산길로 들어서서 철탑을 지난다(15:25).
임도로 내려섰다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여 峰을 넘으니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타이어
마찰음이 귓전을 거칠게 때린다.
아이고 저 높은 봉우리를 또 넘어야 한단 말인가?
백운산인가?
파란 하늘에 둥실거리는 흰구름이 가을을 부른다.
고추밭을 건너고 포장도로를 따라 형제목장입구를 지나 남락고개로 내려선다(15:48).
좌우를 살펴 거침없이 중앙분리대를 넘는다.
남락고개 도로를 가로질러 직진하면 젖소 몇마리가 서성이는 마루축산을 지나게 된다.
남락고개 마루에 있다고 해서 마루축산이라고 이름지었나 보다.
조금 더 올라 산모퉁이에 이르면 한우를 키우는 농장이 보이는데 쪼그만 강아지가 이방인을
쫓아오며 짖어대나 우리는 견공에게 대항 할 기력이 없다.
(농장 한켠에 있는 축사의 한우들)
산길로 들어서서 앞서가던 일행을 만난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는지 길가에 풀석 주저앉아 버리나 내코가 석자인지라 힘내라는 말밖에
어찌할 방법이 없어 물 한모금을 나눠 마신 후 먼저 발길을 옮긴다.
산행을 마치고 들으니 탈수현상이 심해 한참 고생했다고 한다.
여름산행은 특별히 컨다션을 잘 유지 할 필요가 있다.
오름길에 한쪽으로 용도폐기 된 산불감시탑으로 보이는 철구조물이 앙상하게 서 있다.
드디어 산봉우리에 올랐다(16:09).
남락고개로 내려서며 본 눈앞을 가로막던 거대한(?) 峰.- 225봉이다.
조망바위에 서니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경부고속도로가 눈앞에 조망된다.
저수조를 지나 신호대 숲을 통과하여 우측으로 내려서면 부산C.C 정문이다.
경부고속도로가 아래로 지나는 녹동육교를 건넌다(16:22).
머리 윗쪽으로 계명봉이 보인다.
녹동육교 위에서 본 경부고속도로.
녹동육교를 건너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서면 지경고개인데 1077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지경고개 도로변의 꽃.
그대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미안하구료!
지경고개를 넘어 도로를 건너면 자두농원 팻말앞에 이르게 되고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서서
굴다리를 통과해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장소에 안착한다(16:30).
(굴다리 저편에 보이는 산악회 버스)
산악회 버스가 주차한 지점에서 본 255봉.
바람이 거세게 불어 활엽수 나뭇잎이 날리는 온 산은 은백의 물결이 출렁인다.
자두농원에 들어가 자가펌프 물로 찌든 땀을 씻어내고 여벌옷으로 갈아 입으니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한데 산악회에서 준비한 정성스런 백숙을 한 그릇씩 안기니 온 천하가 내것일세!!!
산행일: 2008. 8. 2. 토요일(낙동정맥 24구간)
산행지: 원효암~ 596.6봉~ 운봉산~ 남락고개~ 지경고개
날 씨: 맑고 무더우나 바람 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