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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한라산 설경(2)

영원한우보 2008. 3. 17. 22:55

 

틈틈이 조금씩 작성하던 한라산 산행기가 완성단계에서 날아가 다시 기억을 더듬는다.

영실에서 시작해 윗세오름을 거쳐 어리목으로 내려오며 보았던 눈부신 설경이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게 남아 있으며 백록담의 신비롭던 모습도 아직 기억에 뚜렷하다.

 

오늘은 산행 이틀째로 등산을 원하는 성도님 삼십 여명을 모시고 성판악을 출발해 백록담에

오른 후 관음사로 하산하는 도상거리 18.3km의 만만치 않은 장거리로 평소에 산행을

자주 하지 않으시던 분들이 과연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일단 진달래밭까지 함께 산행을 한 후 각자의 컨디션과 산행능력을 고려하여 정상 정복팀과

회귀팀으로 구분하여 산행하기로 하고 성판악 통제소에 모여 무사한 산행을 기원하며

기념을 남긴다.

 

한라산의 각  통제소마다 설치된 출입 상징물에 들어섬으로 산행을 시작한다(08:01). 

 

현재 한라산 등산로는 네 곳을 통하여 오를 수 있는데 영실과 어리목으로 오르는 코스는

윗세오름까지만 등산이 가능하고 성판악이나 관음사를 통하여 오르는 코스는 정상인 백록담까지

산행할 수 있으며 남부코스인 돈내코 코스는 자연휴식년제로 입산이 금지되고 있다.

남성대 코스는 등산로가 폐쇄 되었다.

 

성판악에서 시작해 진달래밭까지는 등산로가 완만하여 초보자라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으나 진달래밭을 넘어서면 경사가 급해지고 일기가 변화무쌍하여 상당한 체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해발 900m 표지석에 이른다(08:37).

성판악이 해발 750m이니 삼십 여 분만에 150m의 고도를 높인 셈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오른 시원스런 숲을 지난다.

조망은 없어도 가슴이 뻥 뚤린다. 

 

고도를 높이면서 비례하여 적설량도 두꺼워 진다.

산행을 시작한지 거의 두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는 모두들 여유가 넘친다. 

 

 

성판악을 떠나 6.6km를 진행했다(10:03).

이제 진달래밭까지는 불과 0.7km가 남았을 뿐이다.

 

진달래밭에 도착한다(10;20).

거친바람이 몸을 휘감으며 우리에게 겁을 주는데 마침 통제소 안내방송에서도 이제부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힘드니 심사숙고하여 산행하라고 만용을 경고한다.

 

우리일행도 한쪽에 모여 정상도전팀과 회귀팀으로 나누고 산행복장을 재점검하며

간단한 간식과 휴식으로 정상도전의 전열을 가다듬는다.  

 

정상 도전을 위해 진달래밭 통제소를 넘는다(10:46).

백록담에 오르려면 동절기에는 정오 이전에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진달래밭을 넘어서자 설경은 점입가경이다. 

 

진달래밭을 떠나 1.3km를 진행했고 이제 백록담까지는 1km가 남아 있다.

구상나무 숲이 끝나고 드넓은 설원이 펼쳐지면 강풍이 산행을 끈질기게 방해할 것이다.

 

은세계에 빠져든 산객들은 환호성의 연속이다. 

 

구상나무의 설경이 가히 장관이다. 

설경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모여 셧터를 누르며 감탄 또 감탄이다.

 

해발 1800m 지점 도착(11:33).

구상나무 숲은 끝나고 이제 광활한 설원이 이어진다.

날씨가 우리의 정상오름을 도와 주려는 듯 예상외로 바람은 잔잔하고 포근하다. 

 

가끔 강풍이 우리에게 달려들 때면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잡기에 안간힘을 써야한다. 

이마져 없이 정상을 오른다면 그 오름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도 남한 제일의 高峰이 아닌가? 

 

정상부근에서는 운무가 감미로운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우리를 부른다. 

 

해발 1900m 지점통과(11:51).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다가섰다. 

 

東陵정상 도착(11:53).

두번 째 발걸음을 딛는 한라산 정상이다.

가슴이 두근댄다.

 

북풍한설에도 정상 안내목은 의연하다. 

 

白鹿潭.

둘레 1.7km, 깊이 108m, 넓이 0.21킬로제곱미터.

유희하는 운무속에서 사슴이 껑충거리며 뛰어나올 것만 같다.

 

녹담만설(鹿潭滿雪).

`신선들이 흰 사슴을 타고 놀았던 연못'이라는 백록담은 겨우내 쌓였던 눈이 늦은 봄까지

녹지 않아 은빛처럼 하얗게 빛나는 설경을 보여주는데 이를 녹담만설이라고 하며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하나로 불린다. 

 

북면의 백록담 분화벽.

백록담의 분화구는 총둘레 3km, 동서 600m, 남북 500m의 타원형이며 높이 약 140m의

분화벽으로 둘러 쌓여 있다. 

 

성도님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마지막으로 본인도 한장의 기념을 남긴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정상을 내려서서 관음사로 향한다(12:05). 

 

정상을 내려서는 주변은 눈꽃축제가 한창이다. 

 

 

 

 

되돌려진 세월.

동심의 순수로 돌아간 시간이다. 

 

무엇으로 치장한 어느 왕국의 정원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仙界를 거니는 仙女의 발걸음이 사뿐거린다.

 

환상의 눈꽃 터널길. 

 

정상 북릉에서 흘러 내리는 능선. 

지나는 운무 사이로 햇빛에 반짝이는 백설능선의 신비로움을 본다.

 

천국에 머무는 순간이여 영원하라!!!!!!!!!!!!

 

정상을 내려서기 시작해서1.3km를 진행했다(12:40). 

 

용진각대피소를 향해 내려서는 길.

급경삿길이지만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큰 위험은 없다. 

 

장구목으로 흘러 내리는 북쪽 능선의 설경.  

 

장구목 부근의 설경. 

 

 

삼각봉과 장구목.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 

 

정상에서 1.9km 내려선 용진각대피소 부근의 적설모습. 

 

용진각에서 바라 본 왕관릉.

대피소 건물은 수해로 쓸려 자취를 감춰 버렸고 그 자리에 간이 화장실만이 세워져 있다. 

 

한라산 최고봉인 북악 외벽의 위용과 하단부로 이어지는 용진계곡. 

 

개미목을 거쳐 개미등을 지난다(13:10).

오른쪽으로는 탐라계곡이 이어져 내린다. 

 

개미등을 가며 뒤돌아 본 왕관릉의 모습. 

 

북릉에서 고도를 낮추며 흘러 내리다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른 봉우리.

창조주의 무한한 능력에 탄복하며 고개를 떨굴 뿐................ 

 

탐라계곡을 우측으로 끼고 내려서기를 계속한다. 

 

금강송 군락지를 지난다.

금강산 주변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북한에서는 미인송이라고 부른다. 

 

5공화국 때 공수부대원 70 여명이 안개중에 비행하다 추락사한 원혼들을 추모하는

원점비 안내판을 지난다(14:09).

 

고도를 낮추어 해발 1000m 표지석 앞에 이른다(14:17). 

 

탐라계곡대피소 도착(14:28).

관음사까지는 3.2km가 남았다고 안내되어 있다. 

배낭을 풀고 간식하며 다리쉼을 한다.

 

장정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내려서기를 다시 시작한다.

이제 많은 성도님들이 다리가 풀리고 눈이 녹아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눈덮인 숯가마터를 지난다(14:56).

관음사에서 정상쪽 등산로 2.5km(해발780m) 지점에 있는 1940년 경 한라산에 산재한 참나무류

(갈참나무, 굴참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를 이용해 참숯을 구워냈던 돔(dome)형

숯가마터로 제주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현장 자료이다.

(안내판 설명 인용함)

 

적설의 두께가 많이 얇아졌고 따스한 기온으로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을 간다. 

 

구린굴 굴빙고(窟氷庫).

굴의 길이 442m, 진입로 폭 약 3m의 천연동굴을 선인들은 얼음창고로 활용했다.

구린굴 주변에서 先人들의 집터와 숯 가마터의 흔적이 보인다고 한다. 

 

관음사까지 이제 1.3km.

아이고 팔 다리 허리야..................

다 왔어요 힘내요 힘. 

 

 

후미까지 모두 관음사 주차장에 내려섰다(15:42).

일곱 시간 사십 분 만에 모든 정상 도전자들이 산행을 완료했다.

손을 맞잡고 기쁨의 개선가를 부른다.

 

3월 1일 오전 제주를 떠나며 본 花信. 

 

 

일상을 벗어난 제주에서의 2박 3일간 산행과 관광.

모두에게 삶에 큰 활력을 불어 넣는 기회가 되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산행일: 2008. 2. 29. 금요일.

산행지: 성판악~ 진달래밭대피소~ 백록담~ 용진각대피소(수해로 없어짐)~ 개미등~

           탐라계곡대피소~ 관음사

날   씨: 대체로 맑고 포근함. 바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