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정맥/한남정맥(完了)

포근한 겨울날 한남정맥 첫구간을 시작하다

영원한우보 2008. 1. 15. 22:15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시작한 낙동정맥 능선을 지나가며 9정맥 종주를 하고 있다는

산꾼들의 표지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되었으며 수없이 붙어있는 표지기는 이미 많은 산꾼들이

9정맥을 마쳤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내친김에 그들처럼 국토의 골간을 한 번 돌아 볼 수

없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홀로 찾아 나서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에 비해 산행지식과 능력도 많이 떨어지고 특히

그들의 열정을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나는 스스로 준비하고 찾아다닐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

여기저기 관련 싸이트를 검색하고 산악회 카페를 뒤진 끝에 한남정맥 종주를 시작한다는

산악회를 발견하고 몇 개월을 기다린 끝에 비로소 종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남정맥은 남한에 있는 9개의 정맥 가운데 하나로 한남금북정맥이 끝나는 경기도 죽산의

칠장산에서 시작하여 서북쪽으로 해발 200~500m내외의 나지막한 산줄기가 170Km가량 이어져

한강 본류와 남한강 남부유역의 분수령을 이룬다.

 

안성,용인, 안산, 인천을 거쳐 김포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은 도덕산, 국사봉, 달기봉, 함박산,

부아산, 응봉, 형제봉, 광교산, 백운산, 수리산, 소래산, 성주산, 철마산, 계양산, 필봉산, 학운산,

것고개를 넘어 문수산까지 마루금을 이어간다.

 

한남정맥의 마루금을 밟아 나가기 위해 남부터미널에 모여든 산꾼들은 G산우회 대장을

비롯해 7~8명의 소수인원인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산행지 들머리를 찾아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으므로 일단은 시작해 보자는 심산으로 죽산까지 매표하여 버스에 오른다.

 

날씨는 잔뜩 흐려 곧 눈이라도 곧 내릴 것 같은 가라앉은 분위기이며 맨살에 닿는 공기는 

겨울의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포근하였으나 지방도로를 달려가는 버스의 창밖으로는

나무마다 서리꽃이 피어올라 한남정맥 종주를 시작하는 우리를 축하하고 있었다. 

 

8:50분 발 죽산행 시외버스는 9:55분 죽산시외버스터미널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칠장사 가는 교통편을 알아 보았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여

택시 2대에 분승하여 칠장사로 향한다(10:05).

 

칠장사 도착(10:20).

안내석과 일주문에 칠현산 칠장사로 표기된 것을 보면 칠장사는 칠장산이 아닌 바로 옆에

이웃한 칠현산 구역에 위치하는 모양이다. 

 

한남정맥 출정 기념으로 단체사진 한 장을 남긴다. 

단촐한 인원인데다 그나마 셧터를 누르는 분이 빠졌으니 7명의 얼굴이 전부다.

시작한 한남정맥이니 가족적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모두들 완주할 수 있기를 다짐한다.

 

마루금을 찾아서 칠장사 경내를 수박 겉 핥듯이 들여다 보며 지난다. 

 

경내 뒷편의 나무계단 오름길. 

 

산길로 접어든다(10:32). 

 

1~2분을 오르자 바로 산죽길이 시작된다. 

 

칠장산과 칠현산의 경계점 도착(10:44). 

 

날씨 만큼이나 편안한 칠장산 봉우리. 

 

한남정맥, 금북정맥, 한남금북정맥이 분기하는 지점에 설치된 표지석과 이정목. 

 

 

겨울날씨 답지 않은 포근한 일기에 포근한 활엽수 낙엽길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간다.

낙동정맥을 하는 날은 꼭두새벽 부터 일어나 서둘러야 하고 산행을 할 때에도 돌아와야 하는

시간적 부담감으로 쉴틈없이 벅찬 산행을 하고 있지만 오늘의 산행은 마음에 여유가 있다.

 

처음 만나는 헬기장이다(10:56).

칠장산 정상석은 여기에 세워져 있으나 몇 십 미터를 더 올라가야 실질적인 정상이 나온다. 

 

헬기장 한켠에 세워져 있는 칠장산 표지석. 

 

헬기장에서 바라 본 칠장산 정상이다. 

 

칠장산(492.4m) 정상을 지난다(10:58).

나지막한 칠장산도 한남정맥에서는 몇 째 안가는 높은 고산에 속한다. 

 

다시 편안한 낙엽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가니 낙엽이 허옇게 보여 서리가 내린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채석장에서

날아온 돌가루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도덕산(366.4m)에 도착한다(11:44). 

 

도덕산 삼각점. 

 

따스한 봄날 소풍하듯 능선을 넘는다. 

 

고갯길에 내려서며 산책하는 촌로(?)들을 만난다(12:05). 

녹배고개라는 이름의 고개다.

 

녹배고개를 가로질러 산길로 오른다. 

 

낙엽이 두껍게 덮인 전형적인 육산에서 오뚜기를 닮은 바위 하나를 본다. 

암산에서 보았다면 그저 평범하였을 돌인데 여기에 홀로 있으니 호기심이 생긴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창조주의 오묘한 섭리가 있겠지...............

 

여유롭고 포근한 산길은 계속된다. 

 

차들이 질주하는 무서운 굉음을 들으며 조그만 봉우리를 넘어서니 왕복 4차선의 차도가

눈앞에 나타난다.

38번 도로다.

 

차도에 내려서서 진행방향인 죽산휴게소로 건너가기 위해 좌우사방을 둘러보지만 건널 수 있는

지하도나 육교를 찾지 못하고 일행은 우왕좌왕 할 뿐 묘책이 없다.

 

아뿔싸 대장이 좌우를 살피더니 차도에 뛰어들어 중앙분리대를 넘으라고 손짓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대장의 명령에 복종하는 대원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열을 이탈해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했다.

 

아무튼 산경표에 의해 1대간 1정간 13정맥이 우리의 국토에 존재하는 한 누군가에 의해 한남정맥

종주는 계속 될 텐데 이렇게 위험천만한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차도를 건널 수 있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죽음을 무릅쓴 차도 횡단을 감행하여 죽산휴게소로 들어선다(12:29). 

 

휴게소 뒷길을 통하여 능선을 오른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산길을 가고 있는 대원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산줄기를 절개하여 도로를 만들었으면 산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을 위한 최소한의 이동통로는 필수적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 한켠에 정맥길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물도 함께 만들어 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선진 행정의 거창한 구호만으로 백성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덕산저수지가 멀리 보이고, 산중턱에 세워진 거대한 건물(아가월드)은 영어를 학습하는

시설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영어학습 광풍(?)이 부는 현상을 과연 좋게만 받아 들여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내강리 마을 멀리 송전탑이 세워진 저 능선으로 한남정맥은 흐른다. 

 

벌목을 해 잔 참나무가 무성한 능선길을 돌아간다(12:44). 

 

삼죽면 사무소 옆구리를 뚫고 내려선다(12:47). 

 

면사무소 입구에 세워진 안성시 삼죽면 사무소 표지석. 

 

차도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70번 도로를 따라간다. 

 

 

70번 도로를 따라가며 만나는 삼죽면 노인복지회관과, 

 

덕산 저수지 물막이 둑. 

 

정맥길은 뜨락식당쪽으로 살짝 좌회전하여 차도를 따라간다(12:53). 

 

축사를 오른쪽으로 보며 걷는다. 

 

도로와 산길을 번갈아 수차례 오르내린다. 

 

 

 

어느 절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노인복지원(마음의 쉼터)에 도착한다(13:17). 

 

대성사 노인 복지원 내부 전경. 

 

다시 포장도로를 버리고 산으로 올라선다(13:18). 

 

여기도 전형적인 육산인데 가끔 거대한 바위들이 앉아 있다. 

 

제법 가파른 통나무 계단을 오른다. 

 

헬기장에 도착했다(13:30).

누가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가 불을 피웠던 자국이 남아 있다.

일행은 배낭을 풀고 다리쉼을 잠깐하며 요기를 했다. 

 

능선을 내려서며 본 국사봉 6부 능선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미륵사. 

 

턱골고개에 내려서서 바라 본 국사봉(13:34). 

 

바위속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 

 

국사봉을 오른다. 

 

국사봉은 정맥의 마루금에서 조금 비켜나 있다.

왕복 5~6분을 할애해 국사봉 정상에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선다(13:52). 

 

국사봉 갈림길 삼거리는 쌓여있는 낙엽으로 그 구분이 희미하다.

국사봉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 내려선다. 

 

정교하게 쌓아 놓은 돌탑을 만난다. 

 

오늘 마지막으로 지나는 헬기장(14:05).

잠깐 쉬며 목을 축인다. 

 

참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버섯. 

 

무슨 나무인지 표피에 돋아난 가시가 기이하게 생겼다. 

 

 

낙엽길을 내려선다. 

 

가현치로 내려서는 길. 

 

가현치를 떠나며 본 보개면 방향(14:42). 

 

칠장사까지 타고 갔던 택시를 호출하여 삼죽면 방향으로 달려 덕산저수지를 지나 죽산시외버스

터미널로 돌아와 근처의 음식점에서 한남정맥 첫번째 구간 종주를 무사히 마침을 자축하며 끝까지

완주 할 것을 다짐하였다.

 

3년 가까이 백두대간이나 낙동정맥의 원거리 산행을 하면서 늘 급한 마음으로 산행을

서둘렀는데 오늘은 우리가 거주하는 동네 근처의 뒷동산을 거니는 것 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날씨 마져 겨울인지 봄인지 모르게 포근하여 모처럼 봄소풍 하는 양 유유자적한 산행을 했으며

몇 안되는 소수 인원이 마음을 나누며 오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

 

산  행 일: 2008. 1. 8. 화요일 (1회차)

산행구간: 칠장산~ 도덕산~ 녹배고개~ 삼죽면사무소~ 턱골고개~ 국사봉~ 덕재고개~ 가현치

산행날씨: 흐른 후 대체로 맑음. 따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