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대능선에서 맞이한 春雪
3개월 만에 도봉산에 오른다.
아내를 포함한 두 여자를 호위하기 위한 산행이다.
얼마 전부터 산행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산에 자꾸 오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모양이나
스스로 산행의 들머리도 찾지 못하는 등 아직은 모든것이 어설프기만 해 보인다.
한 달 전에 삼각산 백운대를 올랐을때 선인봉쪽을 가리키며 도봉3봉(자운봉, 선인봉, 만장봉)을
설명해 줬더니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하여 오늘 전철을 이용해 도봉산을 찾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인지 아내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뱃짱도 용기도 생기지 않고,
또 아내와 같이하는 시간이 그리 싫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도봉산을 바라보는데 만발한 백목련이 제 예쁜 모습을 먼저 보아 달라고
시야를 가로 막는다.
도봉탐방지원쎈타를 지나서 자운봉을 향해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긴다.
길가에서 진달래와 산수유가 우리를 마중한다.
한국등산학교(도봉 대피소)를 왼쪽으로 보며 걸음은 계속된다.
`인절미 바위'를 지난다.
화강암인 이 바위는 일교차에 의해 박리작용을 일으키는데 그 풍화하는 모양이 잘게 잘라놓은
인절미 같다고 `인절미 바위'라고 명명된 모양이나 개인적으로는 바위의 이름이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도봉산 산악구조대 주위에서 올려다 본 자운암이 웅장미를 자랑한다.
조금 더 오르다 바라보니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선다.
두 여자들의 오르는 모습이 꽤나 힘겨워 보인다.
암석의 한 귀퉁이에서도 생명의 숨소리는 들리고 있다.
기기묘묘의 암석이 노송과 어우러지고 있다.
삼각 능선의 아름다움을 본다.
도봉의 위용이 극치를 보인다.
평일인 오늘도 포대능선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많다.
두 여자는 안전한 길로 우회시키고 오랫만에 포대능선을 탄다.
예고도 없이 축하 세레머니가 시작된다.
화려한 春雪舞를 보는 이들의 환호성이 포대능선에 메아리쳐 울린다.
십 여 분의 환상적 춤사위는 잦아든다.
모두가 아쉬운 듯 탄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바람을 막아줄만한 자리를 찾아 휴식하며 여유로운 식사를 즐긴다.
저 아래로 망월사가 보인다.
산불 감시탑에서 바라보는 도봉산의 암봉들이 웅장하다.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739.5m)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 중간에 포대(砲隊 )가 있었다 해서
명명되었다는 포대능선을 뒤로하고 망월사로 내려선다.
2~3년 전쯤에 만났던 바위위의 노송은 오늘도 靑靑한 모습 그대로다.
망월사에 내려서서 바라보는 도봉능선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선다.
靈山殿(영산전)은 오늘도 의연하다.
망월사의 현판들.
字形美가 기교와 그 힘이 합쳐져 일품이다.
通天門을 지나 俗世로 내려선다.
원도봉 주차장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산악인의 영웅 엄홍길 생가터를 지난다.
그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봉 15좌를 1988년 가을부터 16년에 걸쳐 완등에 성공했다.
도봉계곡을 흐르는 물의 本鄕을 향한 몸짓이 부지런하다.
오늘의 산행길; 도봉탐방지원쎈터~ 자운봉~ 포대능선~ 산불감시탑~ 망월사~ 원도봉 주차장
(2007. 4. 3.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