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정맥/백두대간

박달령을 지나 태백앞에 서다

영원한우보 2007. 2. 4. 17:33

 

오늘도 대간길을 간다.

한겨울에 비해서 일출시간이 빨라졌다고 하나 아직은 달을 보며 집을 나선다.

 

치악휴게소 맞은편 산 정상은 얼음꽃이 만발했다. 

 

봉화군 물야면 생달마을에서 하차한 우리는 대간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선달산에서 흘러내리는 하천의 모양이 마치 두 개의 달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쌍달'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는데 지금은 생달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입춘을 목전에 두고 제 세상을 만난 듯 큰 소리로 떠들며 흐르는 냇물을 따라 선달산으로 향한다.

겨울산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응달에는 아직도 잔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계절의 시계는 봄으로 흐르고 있었다. 

 

포장길을 걷다가 늦은목이를 향해 왼쪽으로  내려 선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응달은 아직도 눈길이다. 

 

늦은목이(800m)에 이른다.

왼쪽으로 올라서면 저 번에 산행했던 갈곶산으로 간다.

우측으로 머리를 돌린다.

 

완만한 경사로 고도를 높여간다.

비록 벼슬길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선비인 先達이 걷던 先達山을 내 어찌 종종걸음으로 내달릴 수

있겠는가?

 

老松과 함께하는 걸음이 여유롭다.

 

노송지대를 지나고 고도를 높여가자 날을 세운 칼바람이 몸속으로 파고든다.

 

선달산으로 오르는 길은 白花路의 연속이다. 

 

선달산 정상에 先登한 이들의 자취 남기기가 한창이다.

 

정상의 조망은 양호하다.

대간길의 마루금이 선명하다. 

 

선달산 정상에 영주국유림관리소에서 세운 백두대간 안내판.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국토의 골격을

형성하는 큰 산줄기로 1 대간, 1 정간, 13 정맥 체계로 구성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선달산(1236m) 정상에 선 기념을 남긴다. 

 

박달령을 향한다.

이곳에서 5Km를 내려서야 한다. 

 

계곡을 타고 올라온 거센 바람이 두꺼운 눈 둔덕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는 봄날의 햇살도 긴 시간 동안을 분투해야 할 것이다.

 

무릎까지 묻어버리는 白雪길은 우리에게 겨울등산의 즐거움을 한껏 고조시킨다. 

 

선달산 정상에서 약 1.1Km 내려온 지점에 옹달샘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겨울인 지금도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눈 덮인 경사면을 지난다. 

 

고도를 낮춘 계단길은 봄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박달령으로 내려선다.

 

박달령은 선달산과 옥돌봉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해발 970m의 고갯마루다.

고치령, 마구령, 도래기재와 함께 보부상들이 경상도와 강원도를 넘나들던 길목으로 행정구역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 속한다. 

 

이곳에서 우측 오전리 쪽으로 약 2Km를 내려서면 유명한 오전약수가 있다.

오전리 후평장과 춘양의 서벽장을 드나들던 보부상이 주실령을 넘던 어느 날 잠이 들었다가

꿈속에 나타난 산신령이 약수터를 알려주었다는데 조선시대에는 성종이 전국 약수의 우열을

가린 끝에 제일의 약수로 인정했다고 한다.

 

탄산과 철분 성분이 강한 이 약수는 위장병과 피부병을 치료하고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 해독

작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산령각은 1994년에 重修하였는데 매년 사월 초파일에 고사를 지낸다고 한다.

전 구간에 지나왔던 고치령에도 山神閣이 있었는데 지어진 의미는 대동소이 할 것으로 생각된다. 

 

박달령 쉼터에서 식사를 마친 후 옥돌봉(玉石山)을 향하여 오름을 시작한다.

옥돌봉은 이곳에서 약 3Km의 거리에 위치한다.

 

눈보라를 이겨낸 古葉의 포근함이 좋다.

 

양지바른 오름길도, 

 

잔설의 음지길도 간다.  

 

옥돌봉(1242m)에 닿는다. 

잡목이 시야를 가린다.

 

오늘의 종착지 도래기재를 향한다. 

 

눈 덮인 겨울산에서도 더덕이 있는 곳을 용케 찾아내는 더덕마니(?)도 있다.

 

도래기재로 내려서는 내림길은 순하고 부드럽다.

미끄러지며 내려서는 재미가 쏠쏠하다.

 

`550년 철쭉나무 보호수 40m'라는 팻말이 앞을 막아선다.

남부지방산림청이 작년(2006. 5. 25)에 지정한 수령 55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높이 5m, 밑둥둘레가 105cm의 철쭉나무로 경계목책에 둘러쌓여 보호받고 있었는데

잠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긴 세월 風霜을 겪은 모양이 처절하다. 

 

진달래 터널을 지난다. 

 

건강미 넘치는 금강松의 젊음이 부럽다. 

 

도래기재로 내려서는 길목에는 상록수의 내음이 그윽하다.

 

계단을 따라 도래기재로 내려선다. 

 

생태계 보호용 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해 놓았는데 나에게는 너무 인위적인 분위기로 다가와

뒷맛이 씁쓸하다.

 

다음 구간에는 구룡산을 지나 태백을 넘을 것이다. 

 

동물이동통로를 지나 약 300m 지점에 있는 금정수도(金井隧道). 

방치된 이 굴길의 건축 상태는 매우 견고해 보였는데 위를 향해 솟아오른 고드름이 우리에게

이 굴을 활용방안을 찾으라고 항의하는 것 처럼 보여진다.

 

 

양백지간(兩白之間)의 이곳 지형은 소백과 태백의 위엄과는 달리 마치 은둔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침묵속에서 어떻게 봄을 기다려야 하는지를 배우라'고 가르치고 있는 듯 했다.

 

오늘의 대간길 ; 생달~ 늦은목이~ 선달산~ 박달령~ 옥돌봉~ 도래기재

                                 (2007. 2. 3.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