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의 설경
멀리 떠나지 않는 산행이라 여유로워 좋다.
전철을 타고 느긋한 마음으로 관악산으로 향한다.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은근히 기다려지는데 기미는 별로다.
사당역에서 내려 승방길(남현동)로 접어 들었으나 등산객은 거의 눈에 띄이지 않는다.
오늘은 관음사로 올라 경내를 둘러 본다.
낯 익은 봉우리가 다가선다.
발걸음을 천천히 움직인다.
목을 쭉 빼고 이놈은 항상 우리를 기다린다.
연주대가 아직은 멀다.
이생에서 못다한 무엇이 남았는지 아직도 승천을 망설이고 있는 거북바위.
오늘은 태극기가 펄럭이는 봉우리에도 올라본다.
약하지만 눈발이 날려 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마당바위가 가까워 진다.
소나무 가지에 내려 앉은 자그만 白花송이가 눈부시다.
우측으로 펼쳐지는 능선이 겨울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연주대가 가까워 진다.
연주대를 우측으로 비껴 연주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관악사지(冠岳寺祉. 경기도 기념물 제 190호)에 도착한다.
한 대학교의 매장문화재연구소 발굴조사로 15세기 후반에 조성된 절터임이 확인 되었다.
(관악사지 한 켠에 있는 너비 6.8m, 높이 3m의 암각바위)
관악사지에서 바라 본 연주대.
단애 위에 암자가 비상할 듯 하다.
연주암에 이른다.
효령각을 지나 팔봉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중계소를 향해 오름길을 간다.
중계소를 내려서자 白衣로 치장하고 선 팔봉능선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팔봉으로 향하는 능선도 뒤질세라 아름다움을 뽐낸다.
육봉능선이 또 한 폭의 동양화로 다가온다.
이 아름다운 능선길을 우리는 간다.
흔적 남기기가 미안하다.
다시 바라보는 육봉능선.
팔봉이여 다시 한 번.
불성사가 계곡 깊숙한 곳에 숨어 침묵으로 내리는 함박눈을 맞이하고 있다.
제2 국기봉을 지나 제1 국기봉을 향한다.
정상에서 태극기가 손짓으로 부른다.
뒤 돌아본 연주대.
우리 곁에 있는 관악이 자랑스럽다.
사랑스럽다.
세 봉우리 美의 각축이 한창이다.
관악 雪峰에 마음 빼앗겨 이리저리 헤매는데 겨울해가 구름속에서 하산을 종용한다.
삼성산 능선이 멀리 아름답다.
아쉬운 마음으로 雪國을 내려선다.
나뭇가지 사이로 석양이 고개를 내밀고 관악 설경을 한 껏 즐기고 내려서는 발걸음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