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의 준령들
며칠 전부터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야단이다.
서울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넘는다고 하고 남부지방에는
수십 쎈티미터의 폭설뉴스가 전해진다.
매서운 겨울바람과 적설량이 많기로 이름난 소백산 구간을 이번주에
등반계획이 잡혀 있어 기대를 하면서도 내심 긴장한다.
그러나 정작 등산을 하는 당일에는 추위가 풀려 평년기온을 웃돈다는 뉴스다.
보름 전 치악휴게소 주변 고지대는 설산의 모습이 아름다웠으나 오늘은 눈 녹은 육산이
포근한 질감으로 다가온다.
죽령을 들머리로 제2연화봉~천체관측소(소백산 천문대)~연화봉~제1연화봉~
비로봉~국망봉에서 어의곡리로 내려서는 오늘의 산행은 시작된다.
국망봉까지 14.6Km라고 안내되고 있으니 국망봉에서 어의곡리로 내려서는 6Km가 넘는
계곡길을 합치면 오늘은 21Km에 이르는 장거리 산행이다.
소백산 천문대를 향해 오르는 양지의 포도에는 한 점의 눈도 볼 수 없고 하늘은 푸른데다
날씨 마져 따스해 가을산행을 하고 있는가 착각케 한다.
그러나 응달에는 두툼한 눈들이 얼어 붙어 있어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우리의 진행을 방해한다.
천문대 직원들의 출퇴근을 위해 포장된 시멘트 길이 계속되는데 거의 7Km에 육박하는
지루한 긴 거리다.
그래도 우리는 소백의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계속한다.
사십 여분을 오르자 연화봉 아래 능선으로 소백산 국립 천문대가 다가온다.
월악산 영봉의 모습이 뚜렷하다.
KT 송신탑을 보며 제2연화봉을 향한다.
뭇 능선 위를 운무가 여유롭게 노닌다.
속리산 구간의 능선까지 선명하다.
제2연화봉을 돌아서자 연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2연화봉을 내려서서 연화봉을 향하는 도로의 두꺼운 눈길이 그나마 겨울산행의 맛을
느끼게 한다.
연화봉에서 이삼백 미터 쯤 아래에 위치한 소백산 천문대에 도착한다.
우리나라 천문공학의 요람이라는데 첨성대 모양의 건물이 눈길을 끈다.
(연화봉을 오르면서 뒤 돌아 본 소백산 국립 천문대)
연화봉에 오른다.
표지석이 크고 뚜렷하여 맑은 날은 태백산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험산 준령들이 연화봉을 향해 부복하여 고개를 조아린다.
능선을 따라 비로봉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희방사로 간다.
제1연화봉을 지나 비로봉으로 능선은 흐른다.
연화봉을 내려서자 눈길은 다시 시작이다.
소백산의 바람은 다 어디로 가고 정적만이 감도는데 밟히는 눈들의 외마디 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린다.
제1연화봉으로 오르는 계단길이 미리부터 다리의 힘을 빼 놓는다.
지나온 길을 뒤 돌아 본다.
연화봉 아래 천문대와 또 그 아래 제2연화봉까지 능선은 이어지고 있다.
제1연화봉에 다다른다.
죽령을 떠나온지 두 시간 반이 넘었다.
10Km 가까이를 걸었다.
양지에 자리잡고 휴식하며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비로봉을 향해 간다.
암릉을 돌아 선다.
준령들의 물결이 파도친다.
비로봉이 가까워지면서 능선 좌측으로 주목군락지가 나타난다.
소백산 주목군락지는 제1연화봉에서 비로봉을 오르는 능선의 북서사면(北西斜面)에 위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최대의 주목군락지로 200~800년(평균수령 약 350년)의 주목이 총 4000본 가까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1999본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음)
소백산의 최고봉 비로봉에 서다.
險山峻嶺을 넘어 육체는 지치고 困할 지라도 모두들 환희에 찬 모습들이다.
국망봉을 향해서 또 우리는 간다.
국망봉이 2.7Km가 남아 있음을 알린다.
국망봉 정상이 저기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초암사를 지나 죽계구곡으로 간다.
여기서 펼쳐지는 운해가 장관이다.
국망봉으로 오르는 길.
소백산 국망봉(1420M).
신라의 경순왕은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기는데 그의 아들 마의태자가 신라의 천년사직을
회복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엄동설한에 베옷 한 벌만을 걸치고 이곳 소백산에 들어와
망국의 한을 달래며 눈물을 흘렸다 하여 國望峰이라 불려지게 되었다 한다.
국망봉 정상에서 보는 운해.
어의곡리로 내려선다.
경사가 매우 심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능선이 아름답다.
계곡길에 장식된 자연이 만든 氷畵가 일품이다.
긴 계곡을 내려서자 분위기는 돌변한다.
소백산 계곡 맑은 물로 전신욕 하고 정기를 듬뿍 받아 내려서는 마을 어귀의 길가에는
암탉 두마리가 정답게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2006년도의 마지막 산행지 소백산(小白山).
백두대간 여정에 따른 오늘의 소백산은 겨울 소백답지 않게 바람 한 점 없이 온화하고
적설량도 많지 않아 겨울산행의 멋을 느끼기에는 역부족 이었지만 그 장대함과 경이로움이
마음을 휘어 잡으며 민족의 명산임을 웅변하고 있었다.
발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준령 능선들의 물결은 운무에 모습을 숨기며 신비감을
더하고 있었고 그 웅장함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백산은 형제봉(1177)을 시작으로 신선봉(1389), 국망봉(1421), 비로봉(1439), 연화봉(1383),
제1연화봉(1394), 제2연화봉(1357),도솔봉(1314) 등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으며 1987년
우리나라 제18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06. 12. 30.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