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행및 여행/산따라 물따라

천불동 계곡의 가을

영원한우보 2006. 10. 11. 23:34

설악단풍을 만나러 길을 떠난다.

오색에서 대청을 오른 후 천불동 계곡을 내려서는 것으로 산행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출발점을 한계령으로 변경했다.

 

나는 몇 년을 산에 다녔지만 무박산행 경험이 거의 없어 분위기가 조금은 낯 설다.

9일 자정이 다되어 부천을 출발한 버스는 취침을 위해 차안의 불을 소등하지만

잠은 오지않고 지루하기만 한 시간이 흐른다.

 

새벽 3시 반이 채 못되어 한계령에 도착한 버스는 암흑공간에 우리를 던져 놓는다.

산악회의 계획으로는 버스에서 한 두 시간 잠을 자고난 후 날이 밝아지면

산행을 하려는 것이었으나 회원들의 요구로 4시40분 쯤부터 산행을 개시한다.

휴게소 뒤로 난 길을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하여 어둠을 뚫고 오르기 시작하는데

세찬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산객들의 발자국 소리가 바람에 실려 날이갈 뿐 얼마동안 침묵만이 우리와 동행하는가

싶더니 여기저기서 숨소리가 거칠어 지고 바람막이 웃옷을 벗는 사각거림이 들린다.

야간 처녀산행인 나는 밤길에 익숙치 못해 앞사람의 뒷굼치만을 보고 걸을 뿐

산행의 맛을 헤아리기는 어렵다.

 

길을 잘못 찾아들어 되돌아서기를 여러번 반복하며 도착한 갈림길에서 잠깐을

휴식한 후 카메라는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또 어둠을 뚫고 길을 간다.

얼마쯤 가다 모자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오던길을 되돌아 쉬었던 곳을 찾아가

모자를 회수했는데 여기에 30~40분은 족히 투자해야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둠은 조금씩 걷히고 물체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마치 터널을 통과해 나가는 심정이다.

점점 빛의 힘에 주눅이 든 어둠이 꼬리를 감추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운무 사이로

단풍이 곱게 고개를 내민다. 

 

한계령을 떠난지 두 시간 반이 지났다.

중청까지 절반을 조금 더 왔다.

모자를 찾아 삼사십 분을 허비했으니..........

 

일출시간이 이미 지났으나 안개로 설악은 가까운 부근의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고사목이 아치로 우리를 환영한다. 

 

중청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직도 잠에서 덜 깬듯 얌전히 누워 있다.

 

여덟 시가 조금지나 끝청에 도착했다. 

 

대청으로 오르는 능선이 이름답다. 

 

안개에 묻혀 공룡능선도 용아장성도 오리무중이다.

 

끝청 갈림길에서 본 중청대피소와 대청 오르는 길.

중청으로 들어서니 거센바람이 달려나와 나를 맞는다.

바람막이 옷이며 귀마개가 달린 모자까지 덮어쓴 이들도 있다.

 

대청봉을 오르는 길에 자생하는 눈잣나무 군락. 

설악산 대청봉 부근, 금강산, 묘향산 등 고산지대의 극악한 환경에서 자라 위를 향하지 못하고

옆으로 자라 누운 것 같다하여 눈잣나무라고 한다.(만년송 또는 혈송이라고도 부름)

 

천불동으로 내려서려면 되돌아와야  하지만 세찬 바람을 뚫고 대청에 올랐다.

서 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강풍이 계속되어 카메라를 고정시킬 수가 없다.

 

대청에서 중청대피소로 내려서며 보는 소청으로 가는길.

 

지친 몸을 쉬며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중청대피소.

나도 여기서 배낭을 풀고 주먹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소청으로내려서며 보는 외설악.

아직도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봉정암을 거쳐 백담사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희운각으로 내려선다.

 

외설악을 바라보며 희운각을 향하는 산객들.

 

희운각으로 내려서는 급경삿길에 철계단 설치가 진행중이다. 

 

전면과 좌우측으로  펼쳐지는 암봉들.

 

 

 

이 철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희운각이다. 

 

주위의 능선이 아름답다.

 

희운각(喜雲閣)을 지나 양폭을 향해 내려선다. 

 

양폭산장으로 내려서기 전 천불동 계곡의 비경들.  

 

 

 

 

천당폭포(天堂瀑布).

천불동 계곡의 맨 윗부분에 위치한 폭포로 속세에 머물다가 이곳에 오르면

마치 천당에 온것 같다하여 천당폭포라 한다. 

 

천당에서 떨어지는 옥수(玉水)에 발(足)을 담그고 사과 한 입 베어문다.

배낭을 챙겨 또 길을 내려선다.

환상의 길이다. 

 

 

참지 못하고 지나는 산객의 손을 빌린다.

 

왼쪽 골짜기의 음폭골에 있는 음(陰)폭포와 견주어 양(陽)폭포라 부른다.

 

양폭대피소 도착. 

 

 

오련폭포(五連瀑布).

귀면암과 양폭사이의 깍아지른 듯한 바위사이로 5개의 폭포가 연이어 떨어진다.

 

 

하늘은 파랗다. 

 

비선대를 향해 내려서기는 계속된다. 

 

 

단풍이 곱다. 

 

귀면암(鬼面巖).

가파르게 솟아오른 기암의 모습이 귀신의 얼굴을 닮았다하여 귀면암이란다.

 

천불동 계곡을 흘러내리는 玉流水.   

 

비선대에서 중청봉에 이르는 계곡에는 천태만상의 암봉 천 여개가 마치 불상이

늘어서 있는 듯 하다 하여  천불동 계곡이라 일컫는다.

 

문수담(文殊潭). 

 

금강굴과 비선대. 

 

설원교를 건넌다. 

 

 

설악동으로 내려가는 숲길. 

 

권금성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신흥사 일주문을 나선다. 

 

공원에 서 있는 소나무.

수 십년간 솔담배 케이스에 인쇄되어 있었다.

 

아홉 시간여의 여정을 마치고 난 후에 돌아본 설악.